지난 가을, 교우 한 분이 극도로 흥분해서 내게 영상 하나를 보냈다.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던 그 영상이 그녀를 혼란과 경악에 빠트렸던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충분한 영상이었다.거기서 존 맥아더 목사는 명성 있는 강연자이자 작가인 베스 무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여성 설교자”는 위험하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고 선언하듯 말했다.존 맥아더와 베스 무어의 신학적 차이는 놀랄 일도 아니었지만, 건전한 교리의 이름으로 그가 표출한 인격 모독은 그 현장에서 그가 전하고자 했던 복음 메시지마저 전부 희석시켜버렸다.그의

아버지를 뵌 지 10년이 지났다. 아버지를 마지막 찾아갔을 때의 아련한 기억만 있을 뿐, 사진 한 장 없다. 빌린 벤이 플로리다 주 사라소타에 있는 재향군인 주택단지로 진입할 때 남편이 먼저 아버지를 발견했다.“저기 계시네.”던컨이 고개 짓으로 아버지가 계신 쪽을 가리켰고 나는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한 남자가 주택단지 차양 밑에 서 있었다. 거무칙칙한 피부, 휑하니 벗겨져 대머리에 가까운 머리, 목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아버지였다.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과 거의 같았지만 덩치가 좀 커진 듯 했다. 어린 세 아이를 놔 둔 채 비

편집자들에게 오는 편지와 인터넷 댓글 중 상당수가 강력한 변명의 어조를 띠고 있다. 그들은 밤낮으로 분노의 대상을 찾아다닌다. 우리에게는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과 자신만이 당했다는 느낌을 갖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분노는 순간 후련할지 몰라도, 내면에서부터 우리를 조금씩 파멸시킨다. 이러한 분노는 대부분의 악보다 훨씬 더 은밀히 진행된다. 스스로 분노하기를 좋아한다고 의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분노가 유쾌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는 고통이나 혐오 같은 부정적인 자극에 대한 건강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분노도

지난 가을, 교우 한 분이 극도로 흥분해서 내게 영상 하나를 보냈다.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던 그 영상이 그녀를 혼란과 경악에 빠트렸던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충분한 영상이었다. 거기서 존 맥아더 목사는 명성 있는 강연자이자 작가인 베스 무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여성 설교자”는 위험하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고 선언하듯 말했다. 존 맥아더와 베스 무어의 신학적 차이는 놀랄 일도 아니었지만, 건전한 교리의 이름으로 그가 표출한 인격 모독은 그 현장에서 그가 전하고자 했던 복음 메시지마저 전부 희석시켜버렸다.

‘프라이버시’ 살펴보기“프라이버시를 침해당했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까? 어떤 일이 있었나요?” 파티나 커피숍이나 가족모임에서 나는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대부분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걱정된다는 데 바로 공감한다. 확실히 침해당한 적 있고, 그래서 불안하다는 것이다.하지만 자세하게 말해 달라고 하면, 별다른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안의 편차는 매우 크다. 어느 경영 컨설턴트는 자기 팀은 랩톱 컴퓨터에 장착되어 있는 카메라를 테이프로 가리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해커들이 인터넷을 통해 불법적인 접근을 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미친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내가 아플 때 당신은 나의 약입니다.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당신은 나의 힘입니다.내가 죽음을 두려워할 때 당신은 나의 생명입니다.내가 천국을 갈망할 때 당신은 나의 길입니다.사방이 어두울 때 당신은 빛입니다.내가 영양이 필요할 때 당신은 나의 양식입니다.─밀라노의 암브로시우스(Ambrose of Milan, 340-397) 「고통의 문제」(Problem of Pain, 홍성사 역간)에서 C. S. 루이스는 고통이 그리스도인에게 독특한 문제인 까닭은 그들이 선하신 하나님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등식에 대

단지 잠을 잘뿐이다우리 모두가 시공간을 초월해 그리스도의 지체로 하나라는 사실을 교회가 강조하고 이에 대한 감각을 회복할 때, 부활의 문화는 교회에 더욱 강력하게 형성될 것이다.수백 년 전통을 간직한 교회 건물과 오래전의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현대 교회와 매우 다르다. 심지어는 죽은 형제자매를 추모하는 방법까지도 완전히 다르다.19세기까지만 해도 교회 벽과 바닥에 그곳에서 예배를 드리던 사람의 유골을 안치해 교회 건물 자체가 묘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오늘날은 그런 교회로 걸어 들어가기만 해도 으스스하거나 오싹하다. 하

반유대주의 역사가 깊지만 많은 복음주의자들은 유대인 입장에서 구약성경 이야기를 읽는다. 새 이스라엘인 우리는 성경에서 이스라엘이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을 오르내릴 때 그 가운데서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하지만 아무리 그때 살았던 것처럼 느껴져도 그 이야기는 우리 이야기가 아니다. 일차적으로 그 이야기는 중세시대 게토와 20세기 강제수용소에서 고통당한 이들을 조상으로 가진, 즉 유전자와 (때로는) 경건함으로 구별되는 이스라엘 민족의 이야기다. 우리는 이 신성한 이야기를 공유하기 때문에 그들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

2016년에 호르모즈 샤리아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이란 얼라이브 미니스트리즈••의 대표이자 설립자인 그가 이란 지하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 희생적인 사랑을 보여준 전설적인 이야기의 주인공답게 위풍당당한 인물일 거라고 생각했다.내가 만난 그는 오히려 따뜻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의 성공적인 텔레비전 및 복음전도 기관의 직원들도 그렇기는 마찬가지였다. 지속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그였지만, 나와 대화를 나누는 샤리아트의 두 눈은 열정으로 빛나고 있었다.최근 이란에 대한 미국의 대외 정책 결정들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권위는 위조될 수 있다. 그래서 경찰관 사칭은 범죄 행위다. 때로 겉만 번지르르한 권위가 사람들을 속인다.영적 권위도 위조될 수 있다. 이따금 겉모습은 그럴듯하다.한 사람의 태도가 그의 진지함과 본질과 열정을 암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타고난 능력의 결과일 뿐 진정한 영적 권위의 발현은 아닐지 모른다.진정한 영적 권위란 내뱉은 말의 진실, 그 말 뒤에 감춰진 영혼과 관련이 있다. 권위란 진실, 곧 정직하게 살아 있는 진실에 관한 것이다. 진실한 말이 무게 있는 까닭은 그 말이 실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달라스 윌라드는 실체(real

그리스도인 마을에 대한 발상미국의 신앙의 운명은 가족의 운명과 불가분으로 엮여 있고, 가족의 운명은 공동체의 운명에 엮여 있다. 문화 비평가인 메리 에버스타트Mary Eberstadt는 자신이 2015년에 쓴 책 「어떻게 서구는 실제로 하나님을 잃었는가」How The West Really Lost God에서 신앙은 언어와 같다고 주장한다.우리는 그 언어를 오직 공동체 안에서만 배울 수 있으며 그 시작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있다. 가족과 공동체가 동시에 파편화되고 실패할 때, 다음 세대로 신앙을 전수하기란 극히 어렵다. 한 세대가 전

내가 성인이 되어 살아 온 대부분의 기간에 나는 신앙을 가진 그리스도인으로 또한 헌신적인 보수주의자로 살아 왔다. 우리 부부가 1999년 첫 아이를 맞이할 때까지 나는 이 둘 사이에서 어떠한 갈등도 보지 못했다. 자신의 아이가 어떤 종류의 세계를 물려받을지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만큼 삶에 대한 한 사람의 시야를 변화시키는 것은 없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였다.매튜가 아장아장 걷는 시기에 이르자, 나는 우리 아이를 전통적인 기독교 원칙에 의거해 양육하고자 할 때 정치에 대한 내 생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인식하기 시작했다.나는 주류

여성의 몸을 설명하는 데는 사과와 배뿐 아니라 온갖 종류의 과일들이 사용된다. 나는 바나나처럼 길쭉하고 금발이고 날씬하고 싶지만 너무 익어 쭈글쭈글한 복숭아에 가깝다.모든 과일은 자기만의 색과 모양과 향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도 우리를 자신의 형상으로 창조하실 때(창 1:27) 다양한 모습을 염두에 두셨다. 누구에게나 맞는 ‘프리사이즈’가 아니라 오직 나에게만 딱 맞는 ‘맞춤사이즈’로 우리를 만드셨다.그러나 우리는 ‘하나의 사이즈’만 인정받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 더 작은 사이즈에 몸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이 너무 심하다. 몸집이

구한말, 한국에 온 선교사들 특히 미국 장로교 선교사들은 신학적으로 보수주의적 인사들이었고 청교도 생활이념을 가진 이들이었다. 미국에서의 제1차 각성운동, 제2차 각성운동의 영향으로 일어난 선교운동의 결과로 파견된 대부분의 미국 선교사들은 신학과 생활에서 보수적인 성격이 강했다.그래서 그들은 안식일을 성수하고 카드놀이를 범죄로 생각했으며 먹어도 유익이 없고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술과 담배, 아편 등을 금하였다. 초기 주한 선교사들이 금주, 금연을 권고하게 된 것은 선교 과정에서 주초의 폐단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선교사들은 이와 더불

모든 것에 절제를 오랜 옛날, 그러니까 약 2400년 전,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적절하게 만들어진 사회 체제 안에서 올바로 살아가기 위한 필수 덕목을 기술했다. 지혜prudence, 정의justice, 중용temperance, 용기fortitude가 바로 그것이다.오늘날 우리는 이런 말들을 지혜wisdom, 정의justice, 절제moderation, 용기courage로 표기해야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네 가지 “주요 덕목”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이것들을 기독교 사상가들은 기독교 덕목으로 채택하여 기존의 덕목인 믿음, 소망,

나는 서른 살이고, 복음주의 그리스도인이다. 그리고 술을 마시지 않는다. 알코올을 남용하는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물론 나도 남들처럼 맨 정신으로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기는 한다. 내 이야기가 개방적인 복음주의 동료들에게는 다소 귀에 거슬릴 것이고,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보수수주의적 과거로의 역행으로 여겨질 것이다. 좋은 것들을 즐기라고 부추기는―예술적으로 세팅된 샐러드 사진을 인스타그램하고, 피노 누아Pinot Noir[와인 제조용 포도 품종의 하나]에 관해 트윗하며, 휴가 기간 내내 찍은 사진을 패이스북에 올리는―문화

우리 호스피스에서 돌보는 에이즈 환자 가운데 말기 환자가 한 사람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안 봐도 훤하다는 이유로 그는 거의 3개월 동안 나와 이야기 하는 것을 거부했다.그러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나를 만나기 원했고, 주로 그가 좋아하는 사냥이나 낚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갔다. 그동안 우리는 하나님에 관해, 믿음에 관해 전혀 이야기 하지 않았고, 성경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내가 다른 사람을 “구원 시키겠다”는 나 자신의 필요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를 위해 그곳에 있다는 것을 믿었다.임종을

“많은 사람들이 중독을 성격 결함이나 나쁜 선택으로 본다. 중독은 만성 뇌질환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미국 공중보건국 의무국장 비벡 머시의 이 발언은 현재 의학계와 학계가 갖고 있는 중독에 관한 공통된 의견을 대변한다. 머시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은 중독을 도덕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수치심만 증가시키고 더욱 엄격한 과학적 치료를 위한 기금 조성을 가로막을 뿐이라고 확신한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 박차를 가하려면 중독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그들은 주장한다.우리는 적어도 네 가지 차원―도덕적, 사회적, 생물학적, 영적 차

동정녀 마리아가 서구 세계의 삶과 사고 속에 깊숙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 어찌나 곳곳에 퍼졌던지, 유럽의 동화들조차도 그녀의 존재를 인정했다. 신데렐라 이야기를 보자. 못된 계모에게 시달리고 있던 신데렐라는 누구에게 호소해야 할지 알았다. 마리아에게 도움을 청하자, 고된 일과 굶주림은 사라졌고, 왕자가 나타나 청혼한다. 오늘날의 신데렐라 이야기는 동정녀 마리아를 맘씨 착한 요정으로 대체하면서 세속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마리아가 동화에서만 사라진 것도 아니다. 마리아는 ‘그 이야기’The Story에서도 실종됐다.프로테스탄트들이

여성은 기독교 역사 초창기부터 교회라는 새로운 공동체에 포함되었다. 교회가 다른 주변 문화보다 여성을 더 존중해주고 자유롭게 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때로 교회는 양성이 동등한 가치를 지녔다고 말하는 성경과 전혀 동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초기 기독교는 여성에 대해 혹독했던 로마법을 잠재적으로나마 경감시켜줄 영적 일체감을 가르쳤다. 로마법은 여성을 법적 권한이 있는 시민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그런 사회에서는 불평등이 만연했다. 예를 들면, 남성의 불륜은 용납하면서 여성이 불륜을 저지르면 사형에 처했다. 이런 문화에 대항하는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