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돼서 예쁜 집에 사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공부를 조금만 열심히 해서 전교 10등 안에 들어 교대에 가면 된다. 교대에서도 조금만 공부를 해서 임용고시를 패스하면 된다. 그렇게 선생님이 되면 초봉이 140만 원이다. 내 집 장만도 어렵지 않다. 숨만 쉬고 아무것도 안 하면 89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 아이를 두 명 낳고 싶다면 1인당 양육비가 2억 4000만 원이 들기 때문에 아이 둘과 숨만 쉬고 살면 217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 장수만 하면 된다.” 몇 년 전,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대사다. 한국

우리는 비판하기는 좋아하지만 비판받는 것은 싫어합니다. 하지만 비판하지도, 비판받지도 않으며 살 수는 없습니다. 비판은 필요합니다. 세상에는 죄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판 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무것도 비판하지 않겠다는 욕망은 죄에 대한 깨달음이 없는 세상, 지극히 사적인 결정이 모든 판단 기준이 되는 세상을 낳고, 그런 곳에서 사회가 이루어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진다.”(37쪽)굳이 비판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싫어하고 두려워하고 그 때문에 비판에 익숙합니다. 이는 인간이 타

책의 제목과 표지만 봤을 때는 지난 20여 년간 커다란 흐름처럼 전국 각지의 교회로 퍼져나간 큐티를 다시 꺼내들거나, 그보다 더 깊게 성경을 읽고 묵상하려고 했으나 작은 흐름에 멈추고 만 묵상 운동의 부흥을 꾀하려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그런 추측을 무색하게 한다.창세기가 보여주는바 인간은 하나님 말씀에 불순종함으로써 그분과의 관계 단절을 초래했고, 그 죄의 연쇄작용으로 자기 자신과, 타인과, 그리고 피조세계와 불화하게 되었다. 죄의 파장이 그러했듯이, 구원의 효과 또한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에서 시작하여 자기 자신

낙엽과 열매의 계절 가을, 사라지는 것들과 태어나는 것들이 공존하는 날들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한국 영화계의 대표 축제라면 공연예술계에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SPAF)가 있다. 올 10월에도 세계 각 지역의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수준 높은 작품과 함께 대학로를 찾아와 흥분과 열정의 무대를 빚어내었다.‘초현실 vs. 리얼리티’라는 주제로 열린 2013 SPAF는 해외의 초현실주의 부조리극과 표현주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또한 작가주의적 이슈를 가지고 있는 국내 예술가들

심각한 남성 우울증의 실체를 다룬 책. 독일의 저명한 정신과 전문의와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의 공저다. 통계적으로 여성의 우울증 발병률은 남성의 두 배다. 책이 주목하는 것은 우울증 발병률이 아니라 자살률이다. 남성 자살률은 여성의 세 배-국내에서는 두 배-다. 자살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 우울증인데 남성 우울증은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저자들의 말이다. 사회적으로 ‘남자다움’에 대한 정의에 강함과 자신감 같은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남성들은 자신의 우울을 나약함이라고 생각한다. 우울한 상태를 그저 번아웃(탈진) 상태로 정

주민이 5000여 명 남짓한 작은 탄광촌 빅스톤갭에 작은 헌책방을 낸 웬디 웰치와 잭 백 부부의 이야기다. 책은 부인인 웬디 웰치가 썼다. 좋은 이야기꾼의 특성인 수다스러움과 글발을 모두 가진 터라 이야기의 밀도나 구성이 매우 찰지다. 작은 마을에 활기와 영감을 불어다준 헌책방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의 탄생과 성장, 위기, 안착의 과정을 에피소드 위주로 재미있게 들려준다. 충동적으로 결정한 귀촌, 좌충우돌 헌책방 경영을 위트 있게만 그려내지 않고, 갈등과 위기와 실수까지 솔직하게 묘사했다. 새로운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시작한

국내 자기계발서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서.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자조(self-help)’를 강조하며 성공의 조건으로 개인의 능력이나 사고방식을 강조하는 영미권 자기계발 사조다. 저자가 보기에 이런 유형의 자기계발 사조는 사회가 져야 할 책임이나 구조의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한 개인의 문제로 환원한다. “국가와 학교와 기업이 담당해야 할 몫을 개인에게 떠넘김으로써, 사회 발전의 동력을 확보”한다는 것. 대표적으로 사교육 시장이나 민영화 등이 그 예다. 책은 자기계발서의 역사와 담론, 형식과 주체로

이책은 일종의 반전이다. 우리말 제목도 이를 잘 반영한다. ‘열심’이 위험하다니? 저자는 적절한 이해를 돕고자 바리새인을 불러온다. 그만큼 자기 신앙에 열심을 낸 이들도 없었으니 꽤 잘 어울린다. 하지만 다소 부담스러우니 ‘우연한 바리새인’을 내세운다. 원래 제목이다. “우리는 바리새인이 될 것이다. 아마 우연이겠지만, 그렇더라도 바리새인이다”라고 못 박고 출발한다. 1부다.이 정도 되면, ‘음…, 그렇지. 바리새인들이 열심이긴 했지만 예수님한테 엄청 깨진 사람들이니까 이들처럼 되지 말라는 이야기겠지’ 싶다. 그런데 1

이책은 부자간의 편지입니다. 전방위적 독서와 집필 활동, 그리고 책읽기와 글쓰기 운동을 벌이며 가정교회를 꾸리고 있는 목사 아버지와 어느덧 열여덟 살 청소년으로 훌쩍 커버린 아들이 신앙의 물음을 두고 주고받은 서간집인 셈이죠. 몸과 마음이 커가면서 기독교 신앙에 질문을 갖게 된 아들은, 언제부턴가 마음에 자리한 의문을 조심스럽지만 거침없이 내놓습니다. 하나님은 악에 승리하시는가, 기적은 사실인가, 기도하면 세상이 바뀌는가, 기독교만이 진리인가, 과학은 기독교의 적인가…? 만만치 않은 질문들입니다. 책도 읽고 고민도 해봤

책을 소개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잠깐 짚어봅시다. 먼저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은 고밀도사회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산악지대를 포함했을 경우 인구밀도가 세계 3위이고, 산악지대를 제외하면 세계 1위입니다. 게다가 한국 사회는 서구 사회에 비해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압축 성장했습니다. 한 마디로 경제성장을 위해 앞만 보고 내달렸습니다. 이런 한국 사회에서는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남보다 빨리 움직여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그래서 우리는 늘 어디서든 ‘빨리빨리’라는 말을 외치며 살고 있습니다. 식당에서도 ‘빨리빨리’, 출근할

신구약성경 중 가장 안 읽히는 책은 예언서 아닐까? 이사야서에서 말라기까지 이어지는 예언서는 개인 성경읽기뿐 아니라 주일 공동예배에서도 가장 드물게 설교되고 읽히는 책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예언서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은 무엇 때문일까? 몇 쪽 읽지 않아도 우리는 예언서의 선지자들이 결코 편한 상대가 아님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선지자들은 늘 주변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비위를 거스른다. 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들은 여전히 불편하다. 예언서는 당시 권력층과 지배세력의 죄를 가감 없이 지적하면서, 부동산 투기, 소작인 착

버드와 더그, 무일푼 청년인 그들에게는 꿈이 있다. 바로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올리는 것이다. 공룡과 뱀파이어를 소재로 뮤지컬 대본을 썼지만 어디에도 팔지 못했던 그들. 까페에서 바리스타로, 양로원에서 빨래하는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것이 당장의 현실이지만 뮤지컬을 만들겠다는 꿈만은 포기해본 적이 없다. 반드시 대본을 팔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이 두 아마추어 작가는 고군분투하며 스무 명이 넘는 캐릭터의 대사와 노래를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프로듀서 앞에서 보여주기 시작한다.신의 선물, 상상력 구텐버그가 활판인쇄기를 발명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러나 왜, 어떻게 그 창조가 시작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에 버드와 더그는 히스토리컬 픽션을 만들기로 한다. 역사를 이용해 ‘뻥’을 치겠다는 것이다.

톰라이트가 1년여 전에 내놓은 책이 우리말로 찾아왔다. 책 제목은 「하나님은 어떻게 왕이 되셨나」(How God Became King: The Forgotten Story of the Gospels)다. 제목이 암시하듯 기독교회가 지난 2000년간 복음서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때로는 전체적으로 어떻게 잘못 읽어왔는지를 설득력 있는 글 솜씨와 성경신학자의 예리한 통찰, 신약학 연구를 꿰뚫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제시한다.이 책에서 톰 라이트는 교회가 복음서를 읽어온 두 가지 큰 흐름에 도전한다. 하나는 보수적 기독교가 주로

앞을 지나가는 수많은 아이들 / 어느 누구 하나도 날 쳐다보지도 않아 / 그때가 언제였던가? 기다림의 시작은 / 그 누가 원할까 나를 / 분홍색의 녹슨 총 분홍병사…(분홍병사의 노래 중에서)장난감 진열대의 목각인형 분홍병사가 노래를 한다. 기다림에 지친 목소리다. 하긴 분홍색이니 남자애들이 싫어할 테고, 총 가진 병사 인형이니 여자애들이 싫어할 만하다. 분홍병사는 마트 장난감 코너 구석에서 오지 않는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다. 그렇다고 잘 팔리는 다른 인형들이 행복한 건 아니다. 주인을 만나도 고작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버림받는 것이 장난감의 운명이다. 장난감들은 마트에서 팔려나가지 않으려고 못생긴 표정을 만들고 판매 가격을 수백만 원으로 위조한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일상이다.이

저명한 신약학자 고 F. F. 브루스는 신약 성경의 신뢰성을 다룬 자신의 책 「신약 성경 문헌 연구」(생명의말씀사 역간) 서문에서, ‘신약성경은 믿을 만한가?’라는 질문에 결국 ‘예’라는 답을 하기 위해 책 한 권을 썼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쩌면 성경 읽기에 대한 책도 이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잘’ 읽어야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도리어 우리가 ‘잘’ 읽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그래서 ‘성경,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화두를 다룬 또 한 권의 책이 우리

보통 욕설이나 막말을 언어폭력이라고 한다. 하지만 거칠고 직접적인 말뿐만 아니라 평소 아무런 생각 없이 내뱉는 말 중에도 본래 의미를 왜곡하고 편견을 조장하는 언어폭력이 숨어 있다. 언어학자 윤상헌 교수와 정치학자 김준형 교수는 이런 사례들을 추적했고, 이를 ‘언어의 배반’이라고 이름 지었다. “공정 사회, 국가, 좌빨, 여론, 진정성, 긍정성, 가족, 착함, 하나님의 뜻, 확신, 욕 등” 언어의 배반 사례들을 다양하게 소개하면서, 윤상헌은 언어학적 왜곡과 결핍을, 김준형은 그 이면에 작동하는 뒤틀린 권력의 음모와 방조를 고발한다.

책은 아주 잘 읽힙니다. 손에 잡으면 한 걸음에 끝까지 내달릴 수 있을 정도로 잘 읽히는 책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읽다가 몇 번이나 멈추었습니다. 내용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중간에 책을 내려놓고, 가만히 있곤 했습니다. 글을 통해 밀려들어오는 삶의 무게 때문이었습니다.이 책은 고통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한 남편이 병상에 누워 있는 아내를 8년 동안 돌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고통이 일상이 되면, 고통의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책은 그런 고통을 말하고 있습니다.이 책은 고통의 깊은 우물에서 인생과 신앙의

최근 「인간과 말」(봄날의책 역간)을 번역한 소설가 배수아는, 이렇다 할 스토리 없는 책을 타인에게 권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묻는 「욕망해도 괜찮아」(창비)의 김두식 교수 질문에 답하면서, 책의 첫 문장을 읽어주거나 읽으면서 밑줄 친 부분을 읽어주면 좋다는, 경험에서 우러난 슬기로운 답변을 한다. 그 진수를 직접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책과의 강렬한 만남을 예기(豫期)케 해줌을 아는 자의 지혜이리라. 책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한번 해봐”, “일단 먹어봐”, “와보라니까” 같은 말을 할 때가 있다. 좋은 것일수

“다시 써!”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이들이라면 이 말보다 더 기운 빠지는 소리도 없을 것이다.“목사님, 이 설교문 다시 쓰세요.” 어느 교회 공동체에 담임목사의 설교문을 사전 검토하는 위원회 같은 게 있고(다행스럽게도, 있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다), 그 위원회에서 이런 요구를 한다면 그 목사의 심정은 어떨까?이 책은 이런 요구를 하는 책이다. 아니, 더 나아가 “목사님, 당신의 목회 전체를 고치세요”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성 토요일의 분위기’에 사로잡혀 있다면, 목회의 로드맵을 다시 작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영국 유학 시절,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베리타스 포럼이 열렸다. 서구 사회에서는 공적 영역에서 신앙적 입장을 밝히거나 호소하는 일이 매우 큰 반발과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상황이 이러한대, 세속주의와 종교 중 무엇이 사회에 더 우월한 철학을 제공하는지를 두고 두 토론자가 맞붙은 것이다. 저명한 무신론자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히친스와 그리스도인 철학자 존 홀데인이 토론자로 나섰고, 나 같은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의 관심까지 그 포럼에 집중되었다. 또 내가 속했던 영국의 한 신학교에서는 리처드 도킨스와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벌인 기독교의 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