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불편한 책입니다. 청년 때는 기독교 신앙 안에서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가능하다고 믿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40대 후반이 되고 보니,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가능하지 않은 사람도, 그런 일도 있다고 내심 생각하기 때문에 솔직히 이 책은 불편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힘들었습니다.이 세상의 분열과 갈등은 필연적입니다. 그것은 죄 때문입니다. 죄는 모든 사람을 갈등하게 하고 분열하게 하고 조각조각 깨어지게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해는 이 책이 말하는 대로, 소수 전문가의 영역이 아닙니다(23쪽). 화해는 “모든 사람

「산둥 수용소」 랭던 길키 | 이선숙 옮김 | 새물결플러스 | 450쪽 | 2013년 3월 20세기는 인류가 경험한 가장 끔직한 두 차례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한 민족의 내전을 통해 냉전시대를 고스란히 한반도에 구현한 한국전쟁이 발발한 세기였다. 대중 매체를 통해 그 실상이 널리 공개됨으로써 전쟁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베트남 전쟁과 그 외 수많은 전쟁, 투쟁들이 존재했던 세기였다. 그래서일까. 20세기는 전쟁이 보여준 인간 존재의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세기였다. 그러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의 포로수용소에 수감돼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처음부터 없었다. 내가 태어났을 땐 이미 두 분은 돌아가셨다. 그래서 난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나도 여름방학이면 삼촌과 이모들이 계신 시골집에 갔으나, 친구들은 할아버지가 계신 고향으로 갔다. 시골집과 고향의 차이, 아마 내가 부러웠던 건 그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껜 차마 말 못할 것도 투정하며 고백할 수 있는, 어른 비슷한 부담스런 거뭇한 존재가 되어서도 기꺼이 달려가 그 품에 안길 수 있는 ‘할부지’에 대한 동경. 나에겐 그런 ‘고향’이 없었다.그런 까닭일까. 난

인생의 사계절. 자연에 사계절이 있듯이 인생에도 사계절이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 말이 「인생의 사계절」에서는 그윽한 울림을 갖고 퍼져나간다. 누구보다 복음적이면서도 누구보다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저자 폴 투르니에는 인생의 여정에 따른 참된 성숙과 성공이 무엇인지, 신앙에 있어 자유와 구속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따뜻하고 잔잔한 어조로 이야기를 건넨다.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자연 세계와 영적 세계를 대립되는 것으로 보고, 두 세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피하거나 물리쳐야 할 ‘악’으로 가르친다(그 결과는 지상에서의 육체적·물질적 삶

경건한 삶을 위한 성경 읽기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갈수록 성경을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소위 ‘성경 문맹’의 문제다. 성서유니온선교회에서 사역하는 분들이 이 문제로 고심하고 있음을 여러 만남을 통해 들었다. 그러한 고심이 이 책을 출간하게 만든 것 아닌가 한다. 이 책 또한 성경 문맹의 문제에 대한 미국 남침례교회의 고심 가운데 나온 책이기 때문이다.대담 형식으로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친근하게 풀어간 이 책의 저자 조지 거스리는 히브리서 전문가다. 대담자들

랍비 해롤드 S. 쿠쉬너의 명저 「착한 당신이 운명을 이기는 힘」(까치 역간)의 원제는 의미심장하다. 이 책의 원제는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까”(When bad things happen to good people)다.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난다? 이건 신정론에 있어서 치명적인 문제다.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을 주는 ‘안 좋은’ 하나님은 증오의 대상이지 신앙의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최인호는 반세기를 작가, 그것도 특급 작가라는 정체성으로 살아왔다. 그런 그에게도 지난 5년은 매우 힘든 시기였다. 침샘암이란 나쁜

먼저, 책 제목에 끌렸습니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안에서 주고받는 거짓말이 있다고 말합니다. 차례를 훑어보고는 제 마음이 더 끌렸습니다. 꽤 오랫동안 교회 생활을 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적어도 몇 번씩은 들어봤을 말들이 차례를 채우고 있습니다. “믿고 기도하면 응답받아요”, “믿음은 좋은데, 왜 저래?”, “사람을 왜 봐? 하나님 보고 다녀야지” 등등 열두 개의 익숙한 거짓말을 이 책은 구원과 믿음에 대한 거짓말 넷,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거짓말 넷, 교회에 대한 거짓말 넷으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습니다.저 역시 교회 사역을

처음 예수 믿는 사람에게, 아니면 기독교 신앙에 심한 반감을 가진 이에게 “이 책 한번 읽어보라”고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책이 있을까? 필자의 과거를 돌아보면 떠오르는 몇 권의 책들이 있다. 존 스토트의 「기독교의 기본진리」(생명의말씀사 역간),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홍성사 역간), 미우라 아야꼬의 「길은 여기??설우사 역간), 우찌무라 간조의 「우찌무라 간조 회심기」(홍성사 역간) 그리고 김진홍의 「새벽을 깨우리로다」(홍성사).각기 나름대로 도움을 주었던 책들이지만, 번역서가 많았다. 한국 상황에 부합하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교회에 출석하는 개신교 인구는 대략 20% 안팎이다. 대다수 그리스도인들은 매주 최소 한 번 이상 교회에 나가며 정규 집회 외에도 여러 교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신앙생활에 열심일까? 아니 정말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똑 부러지게 답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독실한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을 쓸 때도 ‘독실한’의 뜻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성을 객관적으로 측

세기에 나오는 요셉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이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뮤지컬 의 작곡가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뮤지컬 를 쓴 팀 라이스의 합작품이다. 두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뮤지컬 에 대한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제작된 그들 작품을 기준으로 이 작품을 본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뮤지컬 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스무 살 때 처음으로 발표한 초기작이기 때문이다.앤드류 로이드 웨버 이야기를 잠깐 하면, 그는 1948년 영국 켄싱턴에서 음악인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첼로 연주자인 동생과 어려서부터 여러 악기를 배웠고, 연극배우였던 숙모 덕분에 뮤지컬 공연을 보며 자랐다. 19

M. 스캇 펙(1936~2005)은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심리학과 기독교 영성을 아주 제대로 버무려놓았다.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사는 방법’을 담은 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는 인간의 성장은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는 영적 성장이며 삶이란 근본적으로 은총을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삶에 대해서 할 말이 많았던 스캇 펙의 새로운 책은 삶이 아니라 죽음에 관한 책이다. 「이젠 죽을 수 있게 해줘」는 ‘광의의 자살’이라는 의미에서의 안락사를 중심으로 죽음 전반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죽음

미안하지만, 다시 한 번 얘기하자. 난 이 책의 제목과 표지가 불만이다(표지에서 인용한 이미지는 미로슬라브 볼프의 「배제와 포용」(한국IVP 역간) 원서와 같다). 일종의 아류 혹은 패러디일까, 그렇게 추측하긴 너무 아까운 책이다. 볼프나 맥나이트 모두에게 한국어로 번역된 이 책의 제목과 표지는 불만일 것이다. 스캇 맥나이트는 역사적 예수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면서도 뛰어난 작가적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저자이다. 우리나라엔 그의 책이 많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학자다(특히 한국IVP에서 번역 출간한 「금식」을 이 책과 더

성경은 “하나님은 사랑이시라”(요1 4:16)고 외친다. 하지만 우린 왜 사랑의 하나님을 쉽게 믿지 못할까? 그저 우리의 믿음 없음의 문제인가?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믿는 사람이든 믿지 않는 사람이든 신의 문제가 제기되면 누구나 무의식적인 심리적 투사에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원론적이고 피상적인 신학적 답변도 우리의 불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사람들이 사랑의 하나님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정적 전제들은 뭘까?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전능하다면 어떻게 악이 지배하는 세상을 허용하시겠는가? 하나

저자는 “이단에 빠지는 원인은 다양하다”(23쪽)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성경공부를 통해서 이단을 접하고, 이단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과거의 궁핍한 시대에는 병을 치료해준다는 떡밥에 걸려서 사람들이 이단에 빠졌다면 최근에는 성경공부를 통해 사람들이 이단의 꾐에 넘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이단들은 과거 이단들에 비해 성경을 더 열심히 연구한다. 성경을 많이 사용한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18쪽).이 책은 그렇게 잘못 사용하고 있는 이단의 성경 해석을 구약 성경에서 10개,

지금 우리는 신앙의 수면 아래 있는 기초 구조물들이 이미 무너졌음을, 하나님이 만천하에 드러내신 시대에 살고 있다. 멋진 다리와 높은 건축물을 떠받치고 있던 우리의 기초, 우리의 터가 부실하고 부패했음이 이제 여실히 드러났다. 그래서 이 책은 뼈아프다. 그저 담담히, 하나님이 세워두신 자리를 뒤돌아보며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비통한 우리의 마음에 들어와 박힌다. 고든 맥도날드는 서문에서 1872년 뉴욕시의 브루클린 다리 공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리더가 오랜 세월과 도전을 견뎌낼 수 있느냐는, 수면 아래에서(영혼에서)

「회심의 변질」 알렌 크라이더 | 박삼종, 신광은, 이성하, 전남식 옮김 | 대장간 | 208쪽 | 2012년 12월책제목의 번역이 요즘 유행어로 가히 돌직구라 할 수 있다. 회심이 변질되었다? 변질이라는 단어도 거칠지만, 회심이라는 용어에 무엇을 기준으로 변질이라는 가치 평가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추천인의 글에서도 회심의 타락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역자 서문에서도 회심이 실종되고 구원의 확신이 주인 행세하는 한국 교회 현실을 일갈한다. 회심과 전도 전공자로서 평소 ‘회심’이라는 단어가 종교현상을 가리키는 기술적(descripti

연극이나 뮤지컬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색다른 공연이 있다. 국내 공연 중에 , , 과 같은 넌버벌 퍼포먼스다. 이야기와 대사보다는 타악, 무술, 비트박스, 댄스가 중심이다. 이야기와 대사가 없지는 않지만 매우 단순하고 간결하다. 그래서 언어의 장벽을 넘어 외국인 관객과도 소통 가능한 것이 넌버벌 퍼포먼스의 특징이다. 지금 대학로에서 전용극장을 갖추고 공연하는 넌버벌 퍼포먼스 중에는 가 눈에 띈다. 형식면에서는 춤, 노래, 영상, 특수효과가 가미된 쇼에 가깝고, 내용면에서는 치유를 주제로 한 힐링 퍼포먼스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복합 퍼포먼스 다.어느 예술공장에서 일하는 악기수리공은 언어장애가 있고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의상수선공은 늘 빚에 쪼들려 산다. 공장 사장은 사람보다 돈을 우선하는 악덕 업주다. 하

, , 이 셋의 공통점은? 영화로 더 많이 알려져있지만,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씩(은 1962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연작 형식으로 사랑받아온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이 세 작품의 작화 작업에 한 작화가(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했다. 마블, 디씨 코믹스 같은 주류 만화 시장에서 활동하던 그가 숙원하던 성경 이야기를 만화로 만들었다. 「액션 바이블」이 그것이다. 그동안 성경을 극화한 만화들에서 흔히 보이던 약점들, 즉 유치한 수준의 그림, 동화처럼

필립 얀시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때는 1999년 8월, 더운 여름이었습니다. 그때,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IVP)가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목말랐던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그 책을 사랑했습니다. 그 후 안타깝게도, 필립 얀시의 책이 너무 한꺼번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필립 얀시의 수많은 책이 번역되어 홍수처럼 쏟아진 것입니다. 유행에 민감한 한국 교회에 필립 얀시가 유행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유행은 언제나 지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유행의 물결에 밀려간 필립 얀시는 요즘, 마치 지

교회를 위한 사역자로 수고하는 청어람 아카데미의 양희송 대표와 교회를 위한 기독교적 인문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인문학자 강영안 교수가 만나 나눈 이야기를 엮은 책. 앉은 자리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죽 읽어나가게 하는 매력이 있다. 대담자 중 한 명인 강영안 교수 곁에서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대화는 ‘한국 개신교인으로서 현재 개신교회를 어떻게 봐야 합니까’라는 가장 급박한 질문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개신교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건 무얼까’를 깊이 탐색한다. 그 주제에 해당하는 열쇳말로 찾은 것들이 종교, 교회, 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