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볼프는 신학자로서 성경과 우리네 삶에 다리를 놓으려한다. 성경을 대할 때마다 누구나 느끼는 고민이 있지 않은가? “옛날 말씀 같은 성경”을 “오늘 내 삶”에 연결하기가 만만찮다는 것.둘의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하지만 볼프는 성경이 “(일차적으로) 과거의 사건들에 관한 과거의 텍스트 모음집인 동시에 오늘을 위한 책”이라며 성경의 동시대성을 강조한다. 하여 우리가 속한 시대적 정황들(다원주의, 이원론, 이슬람, 자본주의)과 그 속에서 견지해야 할 삶의 방식에 대해 성경은 결코 침묵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이 책에서 볼프가 제

우리는 성경을 읽으면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고, 무엇을 얻기를 원할까요? 일반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을 통해 삶의 교훈을 얻으려고 합니다. 성경을 통해 얻는 교훈은 ‘이렇게 하라’와 ‘이렇게 하지 말라’는 지시형 교훈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성경을 읽으면 처음에는 명확해서 좋습니다. 분명한 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인생이 단순히 오(◦)와 엑스(X)라는 두 개의 답으로만 이해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아주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와 엑스로만 가둘 수 없는 게

같은 해에, 같은 주제로, 같은 출판사에서 펴낸, 한국인이 쓴 책이 있다. 두 책 모두 재물 소유의 문제를 성경을 통해 철저히 고찰하며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크레이그 블롬버그의 책을 읽으며, 돌연 그 책에 대한 아쉬움이 도드라졌다. 철저한 성경신학적 주해란 부분이 그렇고, 처음 의욕과는 달리 오래된 청교도적 결론에 머무른 그 책에 비해, 이 책은 로널드 사이더의 급진적 대안과 상당 부분 조우하는, 보다 진일보한 대안들이 매력적이다. 한국인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한국인 독자로서도 아쉽다!), D. A. 카슨의 추천대로 “이

「한국교회, 10년의 미??정재영 | SFC출판부 | 262쪽 | 2012년 12월「당신들의 기독교」 김영민 | 글항아리 | 143쪽 | 2012년 12월몇 년 전부터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다루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중 김두식 교수의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홍성사), 김진호 목사의 「시민K, 교회를 나가다」(현암사), 양희송의 「다시 프로테스탄트」(복있는사람) 등이 호응을 많이 얻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한국 교회의 문제점은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도 점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

뮤지컬 은 일본 만화가 아베야로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2006년에 단편만화로 시작해서 일본에서만 단행본 누적 판매량이 110만 부, 국내에서는 3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심야식당」은 TV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시청률도 좋았다. 「심야식당」의 힐링 스토리에 심신이 고단한 도시인들이 열광했다. 「심야식당」의 국내 마니아 가운데 뮤지컬 창작자들이 의기투합해서 뮤지컬 을 만들었다. 대본과 작사는 뮤지컬 를 쓴 정연 작가, 작곡은 뮤지컬 의 김혜성 작곡가, 연출은  의 김동연 연출이 맡았다.일본 신주쿠 뒷골목에 간판도 없는 식당이 있다. 밤 12시에 문을 열고 아침 7시에 문을 닫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심야식당이라 부른다. 메뉴는 한 가지. 하지만 손님이 원하는 음

오랜 고민이 새 책을 입었다. 그가 적었듯이 ‘이 글의 논지는 2007년 여름에 마련되었다.’ 그리고 ‘몇 년간 상당히 다양한 개인과 공동체와 만나고 토론도 거치면서 다듬어졌다.’ 저자가 안식년을 맞으면서 그동안의 흔적들이 비로소 한 권의 책으로 꽤 준수하게 엮였다.문장만큼이나 전체 구성도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다. 1부에서는 한국 교회의 ‘현실’을 짚고 2부에서는 그 현실이 생긴 원인을 세 가지 ‘오해’에서 찾는다. 마지막 3부에서는 그렇다면 이런 오해를 해소하고 공룡처럼 사멸해가는 한국 교회가 어떻게 ‘전환’할지를 놓고 몇 가지

중고등부 시절, 교회 누나가 있었다. 철없어 보이던 형들과는 달리 따뜻하고 성실하고 생각이 깊었던 누나. 예쁘진 않지만 우정과 존경과 연모가 뒤섞인 마음을 품게 했던 누나는 학력고사를 봐서 원하던 대학에 붙었다. 합격증을 받던 날, 누나는 부모님께 합격증을 보여드리지 않았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살이 탓에 부모님은 딸보다 두 살 아래의 아들이 대학에 가기를 바랐고, 누나도 그런 마음을 알고 있었다. 이듬해 누나는 농협에 취직했고, 자기가 벌어서 대학에 가겠다고 했다. 나는 누나가 틀림없이 해낼 거라 믿고, 바랐다.이런 얘기를 하면,

“기독교라면 당연히 새누리당이지!” 얼마 전 필자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누군가 무심코 적었다가 뭇 그리스도인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은 댓글이다. 이렇듯 신앙적으로 보수적이면 정치적으로도 보수적이고 마땅히 보수적이야 한다는 믿음은 오랜 세월 하나님의 말씀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2040 세대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교회를 옮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문제를 안타깝게 여긴 한 보수적인 신학교의 교수가 「진보 보수 기독교인」이라는 모순어법의 책을 썼다. 저자인 칼 트루먼은 시편 구절과 민중가수 밥 딜런의 노래를 고루 애

외국계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커피 한 잔과 덤으로 ‘무관심’도 함께 파는 곳이다. 자주 가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 카페는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전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눈치를 보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어울리는 사람이 없거나, 그 곳에서 별 다르게 할 일 없이 커피만 마신다면, 묘하게도 “대중 속에 소외된 개인(5쪽)”이 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다른 카페를 말한다. 만남과 소통, 그리고 의미가 이야기(스토리)로 만들어지는 공간, 그런 카페를 말하고 있다.저자는 수원, 신길동, 성미산, 안산이란 동네에 터를 잡은 카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해어졌으나 어머니의 무릎 위에 앉아서 재미있게 듣던 말 그때 일을 지금도 내가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달고 오묘한 그 말씀 생명의 말씀은….” 주일학교 시절 자주 불렸던 찬양 가사처럼 성경은 과연 우리에게 사랑하는 책, 달고 오묘한 말씀일까? 혹시 성경과 헤어진 지(많이 읽어 해어진 게 아니라) 오래되지는 않았나?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누구나 한 권쯤은 소장하고 있지만 잘 읽히지 않는 책, 성경의 불편한 진실이다. 새해 시작마다 “복 있는 사람은…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

런던 웨스드엔드에 뮤지컬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있다면, 미국 브로드웨이에는 스티븐 손드하임이 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한 뮤지컬은 , , 등이 있고,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은 , 가 있다. 스티븐 손드하임은 어려서부터 뮤지컬에 깊은 영감을 받아 십대 때부터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이전 뮤지컬들이 우스꽝스럽거나 볼거리 위주였다면, 스티븐 손드하임은 뮤지컬 작품의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작품을 계속 만들었다. 음악을 극작으로 생각하고 이야기와 음악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서로를 극대화하도록 창작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다소 어렵고 무겁다는 평이 있지만, 뮤지컬을 예술적 장르로 구축한 작곡가다. 은 그의 작품세계가 잘 나타난 뮤지컬 중 하나다.뮤지컬 은 대통령을 실제 암살했거나

신학이 지나쳐 생긴 폐단의 좋은 보기가 성찬의 본질을 둘러싼 말다툼과 갈라섬이다.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시작되고 거의 첫 ‘내란'이 성찬논쟁이었다. 갈라선 신교의 형제 교회들은 루터의 이름으로, 칼뱅의 이름으로, 츠빙글리의 이름으로 성찬을 해석하고 실천한다. 그 사이 성찬의 풍성한 의미는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아 우리에게도 이르렀다. 의미는 고사하고 전통도 국적도 불명한 성찬을 가끔 무슨 요식행위 치르듯 그렇게 우리는 성찬을 해버린다.성찬의 의미를 다시 새기고 제대로 실천할 때다. 겹으로 낯선 책이다. 지은이가 정교회 신학자인데

CTK도 아담의 본 모습부터 몇 차례 창조-진화 관련 기사를 다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생각보다 이쪽에 관심이 덜 한 듯하다. 그들의 기독교와 과학은 쉽사리 마찰음을 내지 않는다. 오히려 기독교 따로, 과학 따로 두 세계를 동시에 끌어안는 내공을 보여준다. 과학이 아무리 진리라 해도 내세의 복락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태도랄까. 그래서 과학은 인정하되 보험으로 기독교를 다른 허리춤에 찬다. 이런 토양에서라면 이 두껍고 진지한 책이 싹을 틔울 틈을 찾기란 어렵다. 그래서 살짝 질문을 비틀어본다. 그렇다면 왜 그리스도인이 과학 따위를

흔히 쓰이는 단어는 본래 의미가 닳기 마련이다. 잠시 미각을 사로잡는 음식 ‘사랑’이나 평생 내어주는 부모의 자식 ‘사랑’이 같은 단어로 쓰이니 말이다. 점점 휘발되어가는 사랑의 의미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반가운 이가 있다. 변호사 밥 고프는 자신의 차를 들이박은 할머니에게 수리비 청구서 대신 꽃을 보내는 사람이다. 동굴에 갇힌 네 명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인도의 작은 마을로 향하고, 우간다의 인권 유린 재판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의 청소년 감옥을 샅샅이 찾아다닌다. 그가 건네는 사랑은 깃털처럼 살포시 앉았다가 어느새 날아가 버리는

연극 무대가 허전한 듯 간결하다. 자세히 보니 벽이 없다. 방문, 창문, 무대 위 대도구와 소품은 있는데, 벽이 없다. 극이 시작되고 배우들이 움직이기 시작해야 비로소 세상 그 어떤 벽보다 두터운 벽이 관객 눈에 보인다. 홀로 사는 노인과 방황하는 10대가 마주한 막막한 현실의 벽. 연극 는 벽에 갇혀 사는 두 인물의 이야기다.이 작품의 원작은 1998년 독일에서 청소년 연극상을 받은 이다. 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뮤지컬 처럼 외국 작품을 국내 상황에 맞게 번안하고 연출했다. 요즘 10대들의 은어인 ‘셔틀’을 극 중 소년의 별칭으로 정한 것도 독일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엮어내려는 노력에서 나왔다.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외국 작품을 꾸준하게 우리 이야기로 만드는 학전의 창작 철학은 매우 훌륭하다. 또한 학전

성령, 이에 관해서는 늘 한 쪽의 체험과 다른 한 쪽의 도그마가 충돌하여 치우친 목소리가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성령에 관한 또 하나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엔 좀 다르다. 체험에 치우쳐 넘치지도 않고, 신학의 틀에 갇혀 제한적이지도 않다.공학을 거쳐 신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 이승현 교수는 스스로가 성령의 인격적 체험자이지만 자신의 체험마저 성경을 통하여 조명하고 분별하고자 애쓴다. 자연히 그는 이 책에서 성경 전체에 대한 면밀한 주석 작업을 거쳐 성령을 균형 있게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개인의 주관에 치우치지 않

이 책의 완성으로 한스 큉은 ‘아브라함 종교’ 곧 근동에서 발흥한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 세 종교를 다룬 프로젝트 ‘우리 시대의 종교적 상황’을 마무리 했다. 이 프로젝트는 분명한 명제를 내걸고 시작했다. “종교 평화 없이는 세계 평화 없다!”이 말을 뒤집어 풀어보자. ‘오늘 세계가 테러와 폭력,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근본에는 종교가 있다.’ 이 말이 된다. 2001년 9.11로 정점을 찍은 테러리즘, 이 참극을 빌미로 잇따른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그 사이사이 쉴 새 없이 터지는 온갖 형태의 폭력

저자는 하나님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예수가 제시한 전술을 다섯 가지로 제시한다. 예수의 제안은 무척 도전적이며 심지어 위험해 보인다. 그만큼 우리가 하나님의 경제에서 멀찍이 떨어져 간만 보아온 셈이다. 우리가 몸담은 경제 제도나 경제 원리 때문이라고 책임 회피도 해보지만 저자는 단호히 ‘통치자들과 권세들'을 전면에 부각한다. “문제는 경제 제도나 정당이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다.…돈 문제는 우리가 싸우는 상대 즉 통치자들과 권세들의 실체를 정면에서 보게 한다고”고 일갈한다. 이렇게 싸움의 성격을 분명히

최근 한 방송사가 방영한 라는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자막에 간디가 말한 일곱 가지 악덕이 소개됐다. 철학 없는 정치, 도덕 없는 경제, 노동 없는 부, 인격 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윤리 없는 쾌락, 헌신 없는 종교. 그 중 국가를 망하게 하는 첫 번째가 ‘철학 없는 정치’라고 했다. 미국은 11월에, 우리나라는 12월에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연극 는 추수감사절과 더불어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배경으로 한다. 거침없는 입담과 풍자로 현 정치의 철학적 한계와 속물근성을 적나라하게 까발렸다. 이 작품은 국내 초연이며, 미국의 정치사회문제와 인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 코미디 작가 데이빗 머멧이 대본을 썼다.재선을 바라는 미국 대통령 찰리 스미스는 여당 경선에서 유력한 후보가 되길 원하지만, 인기도 없고

저자는 ‘장로교회 출신임에도’ 독일에서 루터를 전공했다. 장로교회에서 ‘소수’일 수밖에 없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만큼 루터를 보는 저자의 심정은 진지하다. 이 책은 루터를 제대로 전공한 한국인이(루터교 내에도 흔하지 않다고 한다) 번역 투가 아닌 우리 글로 쉽게 읽을 수 있는, 학문성과 가독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루터 평전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95개조 반박문’을 상식인양 말하면서도 그 95개조를 제대로 읽어본(검토는 고사하고) 적이 없다. 먼저 이 책 147-171쪽부터 보시길. 피상적 상식을 정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