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삶,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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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삶,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 성유원
  • 승인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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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정원, 첫 번째 산책

성유원의 사유의정원_첫 번째 산책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글 성유원

그림 고여정

 

예수의 눈으로 본 하나님의 복음은 모든 사람에게 이런 내용입니다.온전히 너 자신이 되어라. 내가 창조했던 그 모습 그대로,전에 없던 인간, 둘도 없는 인간이 되어라.네가 온전히 너 자신이 되면 너는 나와 닿게 되고, 결국 나의 부름을 따르리라.—안셀름 그륀 Anselm Gruen
 

'내 속의 나' 발견하기

몇 년 전, 독일 뮌헨 국립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한국인 교수를 인터뷰할 일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유학을 떠난 후 지금까지 연주가이자 교육자로 유럽에 살면서 느낀 예술과 교육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던 중에 많은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커다란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내용이 내내 잊히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은 대다수가 남의 삶을 살고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남이 보기에 그럴듯한 삶, 남이 인정해주는 삶을 좇아가기에 바빠요.”

세상에서 추앙하는 기준에 맞추느라 자기를 잃은 채 살아가는 우리의 비극을 드러내주는 일침이었다. 독일로 유학 온 한국 학생들도 주어진 악기 연주 외에 자기 생각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해내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심지어는 남은 시간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엄마한테 전화로 물어보는 것을 보면서, 주체적인 성인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한국 젊은이들에 대해 느꼈던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그것은 당연히 기성세대의 책임이라는 일갈과 함께.

독실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남은 인생을 한국의 어린 예술가들을 위해 살고 싶다는 한 음악가와의 인터뷰에서 마음에 무겁게 남은 것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며 자기다운 삶을 훌륭하게 꽃피워온 그분과는 대조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시대 한국인들의 모습이었다. 기존의 틀에서 자유로워야 할 젊은이들도, 많이 배운 지식인들도, 영혼의 법칙을 따라 살아야 할 신앙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리학과 교수들의 말에 따르면 요즘 학생들은 대학교에 와서 사춘기를 겪는다고 한다. 나는 누구이고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이 나다운 모습인지, 인간관계는 어떻게 맺고 갈등은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무엇이 진정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삶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성장해야 할 청소년기에 자신을 돌아볼 틈도 없이 외부의 기준에 맞추며 입시만을 위해 달렸기 때문이다. 성과를 내야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잘살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를 학습하면서….

내가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한 학생이 건네주었던 편지 한 통이 떠오른다.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써 내려간 편지에는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편지를 쓰게 된 이유가 적힌 대목이었다.

제가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선생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서예요. 사실 처음엔 선생님께 다가가기가 어려웠어요. 선생님께서 가지고 계신 분위기 때문에 그랬나 봐요. 왠지 좀 엄하실 것 같고, 쉽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안 하실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먼저 제 손을 잡아 주셔서 제가 3학년을 잘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먼저 다가가는 걸 잘 못하거든요. 안 믿어지실 수도 있지만 제가 먼저 다가가는 경우는 대부분이 제 자신을 꼭꼭 숨기고 만들어진 ‘나’로 다가가는 경우예요. 그래서 겉으로는 쉽게 친해지지만 진짜 저는 외로울 때가 많아요. 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중학교 3년 동안 생긴 가장 안타깝고 후회스러운 점이에요.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씩씩한 척, 밝은 척, 강한 척을 했던 것 같아요. 약하고 어두운 제 모습을 숨기고 그렇게만 생활하다 보니, 이미 저는 친구들과 선생님들께 그런 아이가 되어 있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리석었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얼마 전에 저에게, 제가 겉으로 보기에는 대범하고 씩씩해 보이지만 사실은 무척 세심하고 마음이 여릴 것이라고 말씀해 주신 거예요. 그때 정말 뜨끔했어요. 저를 그렇게까지 살펴주고 알아본 사람이 없었거든요.

세심하다는 말씀은 좀 부끄럽지만 어쨌든 제 마음이 겉보기와 같지 않다는 걸 알아주신 게 신기하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잃어버릴 수도 있었던 저 자신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기 시작했고, 지금 저 자신을 찾아가는 중이에요. 포장된 ‘나’가 아닌 진짜 ‘나’로 살기 위해서요. 그렇게 저는 선생님께 큰 도움을 받았어요. 저를 찾아 저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해 주셨으니까요.

편지에 언급되었듯이 그 학생은 겉으로는 무척 밝고 씩씩해 보였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아량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가끔씩 내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여리고 섬세하며 쉽게 상처받는 내면을 가진 소녀의 모습이었다. 그런 점에 대해 우연히 지나가면서 건넨 얘기를 마음에 담아 두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었나 보다.

이 학생처럼 진짜 자기 모습을 숨기고 사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하기에 그럴 것이다. 더욱이 영상 문화가 발달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존재감을 잃지 않기 위해, 혹은 소외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문제는 자아가 형성되면서 인생의 진로를 모색해 가는 십대들조차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산다는 데 있다. 내게 편지를 건네준 학생 또한 그랬다. 겉으로는 활발하고 씩씩한 것 같았지만 사실은 무척 외롭고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가졌고, 그것을 숨기기 위해 자기가 아닌 모습으로 살았던 것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들이 보기에 좋은 마스크를 쓰고서!

그렇게 자신의 참모습을 계속 숨기고 지낸다면 어떻게 될까? 참된 기쁨을 느끼며 후회 없이 살 수 있을까? 피상적 즐거움은 있을지 모르지만 깊은 평안이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은 누리기 어려울 것이다. 외부의 요구에 맞추어 사는 것에 치중할수록 진정한 자기와는 점점 멀어지고, 나중에는 자기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나 자신이 되는 것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전문보기:'진정한 삶,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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