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울어야 하는 이유 [구독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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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울어야 하는 이유 [구독자 전용]
  • 임지원
  • 승인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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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줌마, 공감일기 ISTOCK 우리 할머니의 아주 오래된 기도제목은 바로 손녀딸 신랑감 조건이었다. 딱 세 가지. 술 안 마시고, 담배 안 태우고, 예수 잘 믿는 남자. 끝. 그 뒤에 공감능력이 아주 뛰어나고, 키 크고, 잘생기고, 돈도 잘 벌고 등등, 그런 조건들이 줄줄이 달렸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할머니는 세 가지에서 멈추셨다. 나를 위해 기도하실 때마다 이 세 가지를 어찌나 강조하셨던지 지금도 이 세 가지 조건은 한숨에 후두둑 튀어나온다. 술 안 마시고, 담배 안 태우고, 예수 잘 믿는 남자. 나는 결국 그 세 가지 조건에 거의 부합하는 남자와 결혼했다. 물론 남편은 한 달에 한두 번 술을 마시는 일이 있긴 하지만 스스로 좋아 마시는 건 아닌 거 같다. 자기가 대학생 때는 선배가 주는 술을 거부하며 대신 콜라를 한 대접 들이킨 일도 있었단다. 이 이야기, 결혼 전부터 수년 간 들었다. 그러다가 한동안 쏙 들어갔는데, 올해 큰 아이가 대학에 가고 술에 대한 고민을 하자, 이 ‘콜라 한 대접 벌컥 영웅담’이 다시 등장했다. “아빠, 그거 뻥 아니야?” “뻥이라니! 진짜야 한번 그러니까 그 다음부턴 안주더라, 술.”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오랜 세월 이어진 진술에 일관성이 있으니 인정해주기로 한다. 나는 그렇게 할머니 기도제목에 거의 부합하는 남자와 결혼했다. 살다보니 우리 할머니가 정한 세 가지가 참 대단한 조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 고마워. 너무 고마워. 근데, 할머니, 거기에다가 딱 한 가지만 추가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살면서 늘 아쉬운 것은 바로 남편의 낮은 공감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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