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위한 도전은 킬리만자로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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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위한 도전은 킬리만자로보다 높다
  • 전민규
  • 승인 20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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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아 후원자가 아이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9월 22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20시간이 넘게 걸리는 긴 비행 끝에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존을 만나기 위해 므시투와 템보 지역의 컴패션 어린이센터로 향했습니다.

우리의 5일장을 떠올리게 하는 킬리만자로의 도시 모시를 지나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농업지대를 뒤로하고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길을 30분 더 달려서야 존이 있는 마을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이날 정비가 되어 있지 않은 도로 탓에 어린이센터를 코앞에 두고 버스가 모래 구덩이에 빠져 후원자들이 준비한 물품을 들고 어린이센터까지 걸어가기도 했습니다.

후원자들이 어린이센터에 들어서자 어린이들과 마을 사람들은 참가자들을 향해 환영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걸어왔습니다. 긴장된 마음이 눈 녹 듯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얼싸안고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고귀하고 숭고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이런 만남의 현장을 카메라로 기록할 수 있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때 저 멀리 서 있는 존이 보였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신기하게도 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태연한 듯 먼 산을 바라봤습니다.

반가운 마음과 벅차오르는 감정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잠시 후 컴패션 담당자가 존을 소개했습니다. 떨리는 제 마음을 존이 눈치 챘던 걸까요. 어색한 눈빛으로 인사하는 제게 먼저 다가와 손을 잡고 밝게 인사했습니다.

어색함을 덜어 내기위해 존에게 준비한 선물을 안겼습니다. 축구공과 함께 트립에 참가한 한 후원자가 만들어준 인형 ‘고마’를 품에 안고 한동안 놓지 않았습니다. 눈을 마주치면 존은 언제나 찡끗 눈웃음을 날려 주었습니다. 그 어떤 말보다 마음속에 깊이 담아온 그 미소를 잊을 수 없습니다.

챌린지 팀이 방문한 날 이 지역에 콜레라가 발생해 아이들과 긴 시간을 함께할 수 없었지만 잠시 존의 집에 들러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센터에서 차로 20분 떨어져 있는 존의 집은 5평 정도로 아담했습니다.

존은 엄마와 두 명의 형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몇 해 전 아빠는 사고로 가족 곁을 떠났고 엄마가 농장에서 일해 번 돈으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취사도구는 물론이고 화장실도 제대로 없는, 집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집으로 보였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도 어떻게 할 수 없어 마음이 답답해졌습니다. 컴패션에서 준비한 생필품을 선물하고 다음 일정을 위해 존의 집에서 나왔습니다. 다행히도 시간이 주어져 존과 함께 시내로 나와 존의 가족에게 필요한 물건을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은 더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이별을 앞두고 메튜 목사님께 존과 존의 가족을 위해 기도를 부탁 드렸습니다. 우리는 눈을 감고 서로를 끌어안고 기도했습니다.

‘존이 지금처럼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멋진 성인이 될 수 있게 해주세요.’ 눈을 꼭 감고 그를 위해 진심을 담아 말했습니다. “존, 너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야.” 아들 사진을 존에게 보이며 “나중에 아들과 꼭 다시 만나러 올게” 하고 존이 탄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후원자들이 마을로 들어서자 아이들과 어른들이 춤과 노래를 부르며 환영하고 있다. 
후원자들이 마을로 들어서자 아이들과 어른들이 춤과 노래를 부르며 환영하고 있다. 

 

다음날 키루니아 지역에 있는 두 번째 컴패션 어린이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이날 새 화장실의 완공 기념하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의 기부금으로 완성된 새 화장실은 파란색 지붕의 아담한 건물이었습니다.

기념촬영을 마치고 참가자들과 함께 내부로 들어간 아이들은 맑은 물이 흘러나오는 수도꼭지가 신기한 듯 연신 세면대로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었습니다. 자기 몸통만한 소변기가 신기한 듯 살펴보던 한 소년은 카메라를 보자 윙크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이곳을 이용하는 200여 명의 아이들은 그동안 하나뿐인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긴 줄은 서야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용변도 편해졌지만 언제든 손을 씻어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작은 힘이 모여 아이들에게 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전문 보기 : 한 아이를 위한 도전은 킬리만자로보다 높다]

 


전민규 중앙일보 플러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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