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잠깐 시간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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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잠깐 시간 있으세요
  • 고든 맥도날드 | Gordon MacDonald
  • 승인 20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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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그 만남을 주선하셨음을 알고 있는가

 

프 목사의 하루는 늘 똑같이 시작된다. ‘리처드 울프 목사 전용’ 푯말을 세운 주차 공간에 차를 대고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고 써 붙인 뒷문으로 들어가 잘 꾸며진 사무실로 직행한다.

먼저 비서의 책상에 들러 PDA를 컴퓨터에 연결된 덱에 꽂아 동기화한다. 삐 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최신 일정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커피 잔을 손에 들고 잰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가 서둘러 문을 닫는다.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시선을 떨어뜨리고 바삐 움직이면 사람들이 말을 걸지 않는다는 것을 터득했다. 요즈음 ‘무거운 세상을 어깨에 지고 갑니다. 방해하지 마세요’라는 자세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자리에 앉아 PDA를 가지고 일정을 살피던 울프 목사의 입에서 월요일 아침부터 거친 말이 나왔다. 무슨 회의들이 시간마다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한 주 내내 하루 건너서 하루가 회의로 시작해서 회의로 끝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다시 거친 말이 나왔다.

아침에 아내에게는 오후에 단풍놀이를 가자고 했고 중학생 아들에게는 목요일 오후 축구 시합에 가겠다고 다짐까지 했는데, 일정을 보니 가족과 한 약속은 공수표가 될 듯했다.

‘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야. 언제부터 일이 이렇게 재미가 없어졌지?’ 누구든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리처드 울프의 영혼에 문제가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담임목사가 이런 생각을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7년 전 젊은 리처드 울프 목사는 200명 남짓 되는 교인 앞에서 처음 설교를 했다. 그의 설교는 사람의 마음을 매료시켰고 오래지 않아 교인이 늘기 시작했다. 교인이 늘자 공간 부족으로 예배당 건축이 시작되고 아울러 사역자와 직원들도 늘고 사역과 프로그램이 세분화된 조직이 탄생했다. 또 여러 학교와 대회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

아주 오래전 울프 목사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주보에는 사택 전화번호까지 기재돼있을 정도였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거의 모든 교회 모임에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 시절, 교회는 그를 ‘목사’라고 불렀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교회는 그를 담임목사라고 부른다. 이런 변화를 알아차린 누군가는 이런 농담을 했다. “목사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어. 하지만 담임목사는 미리 약속을 해야 해. 그가 편한 때, 그가 편한 곳에서.”

예를 들면 그가 거친 말을 연발한 월요일 일정에는 전략기획회의, 예결심의, 직원계발모임, 인사위원회 회장 면담(15분 이내!) 들이 있었는데, 그건 오전 일과에 불과했다.

오후가 되면 수석목사를 만나 조직 개편에 관해 의논하고, 휴가를 얻어 귀국한 파송 선교사 가족도 만나야 한다. 그러고 나서 개편된 보고 체계에 불만을 품은 목사 두 사람과 한 시간씩 면담도 해야 한다. 아니, 정말로 불만을 품은 사람은 이런 변화를 강등이라고 여긴 부인들이 아닐까?

하지만 PDA의 일정 알림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여성 성경 모임에 들러 간단히 인사도 해야 하고(“목사님, 5분 정도만”), 점심 식사 때는 교회 경리 직원의 20년 근속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격려사도 전해야 하고, 그가 소속된 어느 대학교 이사회의 전화 회의에도 참석해야 한다(총장이 미리 말했다. “목사님이 없으면 안 되는 회의입니다”).

저녁에는 장로회의가 있다. 재정위원회에서는 회의 후에 30분 정도 시간을 내어 달라고 요청했다.

더군다나 바쁜 일정 가운데 시간을 쪼개서라도 오는 일요일 설교 준비도 해야 한다. 그는 늘 월요일 밤까지는 설교의 윤곽을(최소한 요점이라도) 잡아놓아야 마음이 놓였다.

PDA가 울린다. 비서가 알람 기능을 설정해둔 덕분에 약속 시간을 지킬 수 있고 언제든 대화도 적당히 끊을 수 있는 핑계도 됐다.

사무실을 나선 울프 목사는 안내 데스크 앞에서 한 여자 교인을 만났다. 이름은 몰랐지만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그러면 보통 “안녕하세요, 목사님. 지난 주일 설교에 은혜받았어요” 하고 끝나야 하는데 그 교인은 달랐다. “목사님, 꼭 뵙고 싶었어요. 잠깐 시간 있으세요?”

솔직히 말하면? 없다. 예산 관련 회의가 기다리고 있고 PDA를 보니 45분 뒤에 또 다른 약속이 있다. 그는 힘껏 활짝 웃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회의가 있어서요. 제 비서를 만나시면 나중에 약속을 잡아드릴 거예요.” 그는 금방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그 교우가 담임목사를 만나려면 일정상 2-3주는 기다려야 한다. ‘부목사를 만나면 될 거야.’ 그는 확신했다.

‘큰 교회의 담임목사는 선약 없이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교인들이 언제나 알게 될까?’ 그는 곧바로 예결심의 회의에 들어갔고 그 교우를 잊었다.

3일 후 울프 목사의 비서가 한 교인의 자살 소식을 알렸다.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그 여자 교인이 떠올랐다. 그는 자살한 남자의 부인이었다.

장례식장에서 그 여자 교인을 다시 만났을 때(울프 목사는 보통 장례식장에는 가지 않는데 이번에는 죄책감이 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부인이 남편의 음주 문제로 상담을 받으려고 월요일에 교회를 찾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6개월간 실직 상태였던 남편은 우울증이 깊었다. 부인은 남편이 목사님의 전화라도 받으면 기분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남편이 누운 관 옆에서 부인이 말했다. “남편은 늘 목사님을 존경했어요. 목사님과 한 번이라도 이야기를 나누기를 바랐었죠. 하지만 목사님이 바쁘시다는 걸 어디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목사님이 바쁘시다는 걸 어디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이것이 보통 교인들의 평가였다. 그 역시 자주 듣는 말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그가 듣는 말은 사뭇 달랐다. 목사님은 세상에 나밖에 없는 듯 내 말을 경청하셔.

‘그랬던 리처드 울프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그는 혼자 물었다.

다음 날 울프 목사가 직원 두 사람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이름 모를’ 교인이 찾아왔다. 그는 자기소개를 하더니 주제도 없고 끝도 없는 사소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울프 목사가 정중히 바쁘다고 말하자 교인은 자리를 비켰다. 그는 직원들에게 공공장소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앉아 있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푸념했다.

몇 주 후 그는 그 남자를 같은 식당에서 다시 만났다. “목사님, 몇 주 전 설교 중에 책 한 권을 소개하셨잖아요. 그 책을 사서 읽었어요. 그리고 일전에 우리가 여기서 만났을 때, 기억하세요?, 책을 읽고 궁금한 것을 물어 보고 싶었죠.

아무튼 이후에 직장에서 쉐라톤 모임에 참석한다는 남자를 만났는데, 그 책 이야기를 꺼내니까 내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더라고요. 그 모임에 몇 주 나가면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어요.”

울프 목사가 아는 쉐라톤 모임은 사교 집단이었다. ‘남전도회가 이런 사람을 잘 챙겼어야지.’ 그는 TV 광고에서 본 고객을 빼앗긴 미련한 세일즈맨 신세가 된 기분이 잠시 들었다.

다음날 울프 목사는 교인의 자녀 가운데 17살 고등학생이 보낸 이메일을 받았다. 그 학생은 목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싶다며 그를 만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얘야, 청소년 담당 목사가 따로 있는 이유가 있단다”라고 혼잣말을 하며 고등부 사역을 책임지고 있는 목사를 만나보라는 답장을 썼다. “저런, 17살 학생들은 내 담당이 아닌걸.”

하지만 그는 나흘 뒤 그 학생이 어느 대학교에서 경영학 전공 장학금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그 학생은 결국 목사가 아니라 호텔 경영자가 될 것이다. 30분만 시간을 내었더라면 그 학생은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전문 보기 : 목사님, 잠깐 시간 있으세요]

 


고든 맥도날드 <리더십 저널>의 편집인이며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한국 IVP 역간) 등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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