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캐슬과 주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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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과 주일학교
  • 임지원
  • 승인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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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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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큰 아이가 대학에 합격했다. 이번 겨울 딸이랑 많은 시간 함께하며 놀. 았. 다. 새벽까지 영화를 보고, 늦잠을 자고, 끼니를 걸렀다. 촉박한 마음 없는 하루, 그 흔한 하루가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깨달았다.

둘째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니, 입시와 우리 집은 한 동안 상관이 없을 예정이다. 생각만 해도 마음속에 기쁨이 밀려온다. 성령이 충만해진다! 예전엔 찬양의 시간만 되면 눈물이 펑펑 쏟아져서 끝나고 나면, 같이 예배드리는 권사님, 나에게 “왜, 그 집에 뭔 일 있어?” 하셨는데, 요즘은 그냥 감사와 감격의 눈물이 고이는 정도.

마커스와 방탄으로 구성된 나의 멜론 플레이리스트, 찬양이 나오면 “주여!” 방탄이 나오면 “퐈이어!!” 큰 아이 방 책장에 꽂힌 그 이름도 요상한 어마어마한 양의 문제집을 폐기했다! 나는 자유다!!!! 하던 차, 나의 놀이터 동지가 묻는다! “언니 학종이 뭐예요?” 으잉? 이 집 큰 아이는 초등1학년, 둘째 아이는 유치원생인데, ‘학종’이 왜 궁금할까?

아, 영특한 두 아들을 키우다보니, 좀 더 빨리 입시정보를 알고 싶은 모양이군. 물론 나는 입시와 이별했지만, 그래도 나의 놀이터 동지를 위해 뭐라도 알려줘야겠다 싶은 생각에

“흠! 흠! 그게 그러니까 학종은 학생부 종합전형의 줄임말이야. 우리나라 대입제도는 수시와 정시로 나뉘거든, 정시는 수능점수로만 대학을 가는 것이고, 수시는 성적, 생활기록부, 논술 뭐 그런 걸 종합하는 전형인데, 학종은 그 중에서도 수시에 속해. 그러니까… 아이고 복잡하지? 아직 몰라도 돼! 입시제도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아니, 아니 언니, 스카이캐슬 안 봐요? 입시 제도를 모르니까 드라마가 이해가 안돼요!”

“스카이캐슬?? 아! S는 서울대 K는 고대, Y는 연대, 캐슬은 성, 성균관대!!”(성균관대 학생들의 주장이란다)

드라마 정주행을 시작했다. 딸의 서울의대 합격을 위해 고액 대입 코디를 고용한 엄마, 이를 반대하는 아빠에게 거칠게 쏘아 붙인다. “요즘은 학종 시대야!! 학력고사 시대와는 다르다고!” 아! 그래서 그 엄마가 ‘학종’이 뭔지 물었구나! 이 드라마, 진짜 대박이다.

입시를 마친 큰 아이와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고, 마치 우리의 긴 입시 여정을 누군가 마무리 해주는 느낌이었다.

“엄마도 그랬던 거 같아. 그냥 네가 아니라, 공부 잘하는 너를 좋아하는 마음… 미안해… 엉엉”

우리 모녀는 드라마를 보며 얼싸안고 울었다. 내 안에 숨겨진 부끄러움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아예 까발려지고 나니, 속이 편해지는 느낌이랄까.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만 대단한 건 아닌 거 같다.

학종, 바로 이 드라마의 핵심 키워드다. 학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 대학 입시가 수시와 정시로 나뉜다는 것이다. 정시는 딱 자신이 받은 수능 점수가 합격 기준이고, 수시는 고등학교의 성적과 생활기록부의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자주 사용하는 다른 표현으로는 성적을 교과라 하고, 생활기록부에 적힌 성적 외 다른 활동 관련 내용을 비교과라고 한다.) 정시에 비해 수시의 선발 인원이 월등하게 많고, 수시 중에서도 학종,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 인원이 가장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학종이 이 드라마의 핵심 키워드인 것이다.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3년 동안 내신성적(학교에서 보는 중간고사, 기말고사)이 흔들림 없이 쭉 상승곡선을 그려야 한다. 아니면, 중간에 성적이 떨어졌더라도 결국은 극복하고 상위권에 진입했다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전공 관련 동아리에 들어가거나, 자신이 직접 만들거나, 아무튼 활발하게 임팩트 있게 활동을 하고, 반장, 전교회장 등 공동체의 리더로 역량을 발휘했다는 것을 증명해야한다.

이 모든 것을 학생 혼자 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입 코디가 그것을 설계해주고 도와주고, 아예 대행도 해주는 것이다.

스카이캐슬은 바로 그 코디를 고용해 딸의 서울의대 합격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는 엄마의 이야기다. 합격을 향한 애절함, 코디의 살인까지 묵인할 수밖에 없는 그 간절함,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며 나는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는 것을…. [전문 보기 : 스카이캐슬과 주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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