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보류'라는 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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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보류'라는 우상
  • 배리 쿠퍼 | Barry Cooper
  • 승인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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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이 펼쳐지는 선택의 순간들, 과연 자유일까

 

최근 한 커피전문점에서 경험한 일이다. 내 앞의 손님은 카페인 없는 특대형 사이즈 커피에 무설탕 바닐라 시럽을 넣고 무지방 우유로 만든 라떼를 주문했다. 거기에 거품을 추가로 넣고 우유는 60도로 데워달라고 했다.

뒤에서 주문 내용을 듣던 나는 갈등하기 시작했다. ‘아마 내 커피도 60도로 데우면 좋을지 몰라. 음…그런데 아마도 커피에 들어가는 우유를 이렇게 뜨겁게 데워달라고 하면 주문할 줄도 모르는 얼간이처럼 보이면 어쩌지.’

앞의 손님 때문에 갑자기 내가 골랐던 커피에 불만이 생겼다. 그의 커피가 탐났다. 내가 어떤 커피를 마시고 싶은지 확신이 안 섰다.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내가 늘 마시던 커피? 앞 손님의 커피? 확실하게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이 진정 선택의 자유인가 아니면 노예인가?

커피전문점에서 겪는 가지각색의 사소한 선택을 더 큰 문제에 적용해보자. 어떤 직장을 다닐 것인가, 어떤 학교에서 공부할 것인가, 어디서 살 것인가,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그리고 누구를 경배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다.

대안이 많을수록 우리는 선택하기가 더 두려워지고, 점점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 선택의 노예가 돼가는 것이다. 잘못 선택하는 것도 싫고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도 싫다. 선택이 두려운 나머지 선택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우상을 섬기게 된다. 거짓 우상.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바알 중 하나, 그의 이름은 ‘결정 보류’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을 노예 신분에서 놀라운 방법으로 기적같이 매번 구해내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몇 년 동안 직접 경험했다. 애굽의 우상은 여호와 하나님에게 대적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였다.

가나안 족속, 헷 족속, 아모리 족속, 브리스 족속, 히위 족속, 여부스 족속이 섬겼던 우상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체험에도 불구하고 여기 열왕기상 18장에서 이스라엘은 곧 쓰러져 넘어질 또 다른 우상, 바알 앞에 엎드린다.

우리는 이 모습에 혐오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오늘날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 그리스도인은 어떤가? 그리스도의 사망과 부활은 죄의 노예였던 우리를 놀라운 방법으로 기적같이 구원했다.

그런데도 우리 대다수는 그리스도가 이긴 바로 그 우상을 섬긴다. 그 우상이 패배한 거짓 우상인 줄 알면서도, 거짓 우상에 매달리면 사망에 이를 뿐인 줄 알면서도 헤어 나오지 못한다.

 


우리는 ‘결정 보류’라는 우상을 섬긴다. 이 거짓 우상은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결정 보류 우상은 우리에게 사람들과 너무 깊은 관계를 맺지 말라고 속삭인다. 그렇게 우리의 인간관계를 끝장내버린다.

결정 보류 우상은 너 자신을 위해 주말을 사용하라고 속삭인다. 그렇게 우리가 다른 사람을 섬기지 못하게 만든다. 결정 보류 우상은 지금은 경제가 불확실하니 언제 돈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속삭인다.

그렇게 나눔을 원천봉쇄한다. 결정 보류 우상은 너무 영적으로 보이지 말라고 속삭인다. 그렇게 그리스도 안에서 누릴 즐거움을 앗아간다.

무엇보다 결정 보류 우상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우리가 그를 섬기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전혀 우상이 아닌 것처럼 실체를 숨긴다.

실제로 결정 보류 우상은 모든 우상과 모든 책임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결정 보류 우상은 말한다. “선택할 가능성을 열어 놓아라. 나를 섬기면 다른 어떤 것, 어느 누구를 섬기지 않아도 된다. 한 곳에 매여 잡힐 필요 없다. 네게 완전한 자유를 주겠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한마디도 대답 안 했으니 우상을 섬기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왕상 18:21).

그러나 이스라엘이 하나님과 바알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은 선택한 것이다. 행동하기를 거부함으로써 그들을 구원하신 살아계신 하나님에게서 사실상 등을 돌린 것이다.

그들은 결정 보류 우상을 섬김으로써 영적 간음을 저질렀다. 일부 현대 성경은 이스라엘이 두 가지 다른 선택 사이에서 “망설였다”고 번역한다. 하지만 히브리어 원문의 뜻은 “절뚝거리며 나아가지 못하다”에 더 가깝다. 이스라엘은 자신이 내린 결정 때문에 불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전문 보기 : 노예로 살 것인가]

 


배리 쿠퍼(Barry Cooper)는 작가이자 강연가다. 성경공부교재 출판사 “크리스채너티 익스플로러 미니스트리즈”의 교재 개발 담당 디렉터이며, 런던에서 트리니티웨스트교회를 개척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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