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어즈는 뭐라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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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어즈는 뭐라 말할까?
  • 양혜원
  • 승인 201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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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L. 세어즈가 오늘의 페미니즘과 여성의 현실 본다면

 

살다 보면 한번 씩 과거의 인물을 소환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상황이 혼란스러울 때도 그렇지만 그냥 호기심으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이 말에도 이 두 가지의 심정이 다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예수라는 종교적인 절대 기준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은 때도 있지만, 그냥 궁금하기도 한 것이지요. 예수까지는 아니어도, 소박하게 할머니가 또는 엄마가 살아계셨더라면 뭐라고 하실까?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세어즈의 글을 번역하면서 세어즈가 오늘날의 페미니즘과 여성의 현실을 보면 뭐라고 반응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세어즈는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에세이―앞에 실린 “여성은 인간인가?”는 1938년에 했던 연설이고, 뒤에 실린 “인간이 아닌 인간”은 1941년에 첫 출판되었습니다―를 쓴 그 세어즈밖에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그의 반응은 같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편의 에세이에서 세어즈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간단합니다. 여자도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여자도 개인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 우선 여자도 인간이라는 말은, 여자도 남자들처럼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에서부터 가장 추한 모습까지 다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여자라고 해서 특별히 선할 것도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남자와 달리 여자는 인간으로 인식되기보다 여자라는 성별로만 인식되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세어즈는 두 번째 에세이에서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이것은 페미니즘이 일찍이 지적했던 문제이고 여기까지는 세어즈도 페미니즘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이 지금까지 비판해온 것을 다시 스스로에게 적용해서 여자들이 여전히 특별한 여성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세어즈는 첫 번째 에세이에서 그 점을 비판합니다. 그래서 그는 페미니스트 진영과 거리를 두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지적했음에도 이 에세이들은 현대의 독자들에게 다소 구시대의 것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일단 여자들이 바지를 입는 것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예부터가 그렇지요. 하지만 여성학과 종교학을 두루 공부한 저로서는 세어즈의 이 에세이들이 매우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세어즈가 여기에서 제시하는 예들이 더러 업데이트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말하는 핵심은 오늘날 우리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으면서 여전히 시사성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사성이 있습니다. 특히 그리스도인으로서는 더욱 그럴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먼저 남자와 마찬가지로 일을 통해서 인생에서 의미를 찾을 책임이 하나님 앞에서 동등하게 주어진 인간으로 여자를 보지 않고 제한된 성역할에만 그들을 가두는 사회의 관습을 세어즈가 비판한 것과 더불어 그의 노동관을 살펴본 후에, 그가 지적한 페미니즘의 오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어즈는 “인간이 아닌 인간”에서 왜 남자가 무엇을 택할 때는 편리함이라든지 효율성이라든지 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관점에서 그 이유가 설명이 되고, 여자가 무엇을 택할 때는 어떻게든 여성이라는 것과 연결시켜서 설명이 되는가 하고 강력하게 항의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말도 되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전통적으로 남성의 일이라 여겨지지 않았던 요리나 원예를 하는 남성이 과도하게 남성성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노동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예로 제시합니다. 남자도 여자처럼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할 때마다 이것이 나의 남성 정체성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고 늘 보여주어야 하는 압박감을 느꼈다면 어떻겠는지 한번 생각해보라는 것이지요.

이 예를 통해서 세어즈는 남성이 남성이라는 성역할에 국한되지 않을 자유가 있다면 여성도 (그가 인간인 이상)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주장을 합니다. 그리고 여자가 이처럼 남자와 동등하게 인간됨을 누리기 위해서는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이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과 노동을 통해 삶의 보람과 만족을 누릴 권리를 가진 존재라는 것을 확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세어즈는 보았습니다.

세어즈는 이성은 특정한 성별로 구분되지 않는 양성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뇌, 위대하고 유일하게 진실된 양성androgyne이며 남자하고든 여자하고든 무관하게 짝지을 수 있고 스스로 자녀를 낳을 수 있는 그 차가운 뇌는 이들의 역사의 왜곡을 보고 웃습니다.”(50쪽)

그가 두 번째 에세이에서 한 말입니다. 세어즈의 이러한 관점은 그의 소설에도 반영이 되었는데 그의 탐정 소설 시리즈의 주인공 피터 윔지 경과 그의 배우자가 된 해리엇 베인은 같은 옥스포드 대학 출신으로서 서로의 몸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성역할을 부여하는 사회 관습을 넘어 이성의 차원에서 서로가 온전히 동등한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세어즈는 “진실된 양성”인 이성이 성역할에 기반한 성차별을 넘어서게 해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또한 노동에 대한 특별한 강조로 여성이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향과 실천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 에세이에서 세어즈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예로 드는데, 세어즈가 말하는 노동은 그냥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 정말로 그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 것처럼 하는 노동입니다.

말하자면 소명이지요. 여성학자이자 종교학자인 엘리자베스 A. 세이Elizabeth A. Say는 그의 Evidence on Her Own Behalf: Women’s Narrative as Theological Voice(자신을 위한 증거: 신학적 목소리로서 여성 서사)에서 세어즈의 노동관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우선 일은, 살기 위해서 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어야 한다. 누가 어떤 일을 하는 이유는 거기에 따라오는 지위나 수입 때문이 아니라 그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어야 하고,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전문 보기 : 세어즈는 뭐라 말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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