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 작가 열전
[존 스토트] 일상과 기도여든이 넘어서도 잡초를 뽑고, 새를 관찰하고, 중보기도하고…
존 W. 예이츠 3세  |  John w. Yeats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1.02.24  
트위터 페이스북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구글 msn

God's Pen 작가 열전: 존 스토트
하나님 말씀의 수호자
일상과 기도


근 첫날 아침, 존 스토트의 침실(낮 시간에는 내 사무실로 썼다)로 들어가니 책상 위에 10쪽 분량의 손으로 쓴 원고가 놓여 있었고 쪽지가 붙어 있었다. “20대 싱글을 위해 쓴 책에 대한 인터뷰 글입니다. 읽어보고 소감을 말해주세요. 재미있고 적절한 내용이 되려면 어디를 손봐야 할지 제안해주고요.” 21살 풋내기의 생각이 그 정도로 가치 있을지 자신은 없었지만, 나는 원고를 꼼꼼히 읽고 난 뒤 덧붙이거나 빼고, 고치면 좋겠다 싶은 부분을 몇 가지 적어 넣었다.

다음날 아침, 책상에는 다시 원고와 쪽지가 놓여 있었다. “이제 어떤가요?” 다시 쓴 인터뷰 글이었다. 나의 제안이 모두 반영되어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술가이자 목사인 그가 첫 출근한 신출내기 대학졸업생의 조언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때 나는 존 스토트의 주요한 특징 하나를 알게 되었다. 편안한 겸손함이었다.

주로 (40권 가까이 되는) 책과 설교로 알려진 스토트는 50년 넘게 세계 복음주의권에서 누구 못지않게 영향력을 행사한 리더였다. 많은 사람이 그의 신학과 전 세계 복음주의에 끼친 영향에 대해 글을 썼지만, 그의 개인생활에 주목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그의 연구비서로 있으면서 자료조사부터 차를 준비하는 일, 심부름까지 모든 일을 맡아 처리했다. 덕분에 나는 스토트를 지금과 같은 인물로 만든 개인적 특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여러 가지를 얘기할 수 있겠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겸손함, 규칙적인 기도생활, 그리고 일과 놀이의 균형이다.

그의 겸손함은 다른 사람들을 우선순위에 놓는 태도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예배를 마친 후 혼잡한 교회 입구에서 짧게나마 그와 대화라도 나눌라치면 그는 온 신경을 상대에게 쏟는다. 그를 만나려고 집을 방문하면 집 안으로 맞아들여 직접 차를 대접한다. 나이지리아의 젊은 목사가 손으로 편지를 써 보내면 친필로 답장을 보낸다.

스토트는 이렇게 말한다. “겸손은 위선의 동의어가 아니라 정직의 동의어이다. 겸손은 다른 모습으로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인간성의 역설’을 명확하게 인식했던 그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은혜로 구원받은 가장 영광스러운 피조물인 동시에, 반역하고 하나님을 비웃는 죄인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현실과 동떨어진 신학적 개념에 불과하겠지만, 스토트에게는 바쁜 일상의 구체적인 상황에서 구현되는 근본 원리이다.

소중한 것을 먼저
스토트는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한다. 침대에 걸터앉아 다음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안녕하세요, 주 예수님. 안녕하세요, 성령님. 하늘에 계신 아버지, 우주의 창조주요 보존자이신 당신을 찬양합니다. 주 예수님, 세상의 구주와 주이신 당신을 찬양합니다. 성령님, 하나님의 백성을 거룩하게 하시는 당신을 찬양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영광을 돌립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영원토록. 아멘.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기도합니다. 제가 오늘 하루 당신의 임재 안에 거하고 당신께 기쁨을 드리며 살게 하소서. 주 예수님께 기도합니다. 오늘 제가 제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를 수 있게 하소서. 성령님께 기도합니다. 오늘 저를 당신으로 충만하게 채우시고 제 삶에서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라는 성령의 열매가 맺히게 하소서. 거룩하고 복되시며 영광스러운 삼위일체 하나님, 저를 긍휼히 여겨주소서. 아멘."

수십 년 동안,  스토트는 이 삼위일체 기도로 하루를 열었다.

그에겐 작은 가죽공책이 하나 있는데, 접힌 종이들과 팸플릿이 잔뜩 들어 있고 튼튼한 고무 밴드로 묶여 있다. 이 공책은 성경과 늘 붙어 다닌다. 그는 매일 아침, 성경 세 장을 읽고 기도하며 묵상한 후, 기도 공책을 꺼내 고무 밴드를 풀고 친구와 가족, 사역단체들,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공책에 실린 매일 기도목록은 끊임없이 바뀐다. 한쪽은 복음전도나 새신자를 위한 칸, 결단을 앞둔 사람들을 위한 칸, 병자들과 유족들을 위한 칸, 그 외 다른 여러 간구들을 위한 칸으로 사등분되어 있다.

스토트는 매일 이 네 칸의 기도제목을 읽으면서 기도하고 내용을 수정한다. 칸 아래쪽 여백에는 기도 지침이 짤막하게 적혀 있다. 그는 매일 자신과 관련된 단체 중 최대 일곱 개 단체가 요청한 기도제목을 놓고 기도한다.

여러 유인물과 팸플릿을 살피며 기도한 후에는 오래되어 가장자리가 해진 쪽을 펼친다. 손으로 쓴 1개월 일정표가 적힌 그곳에 각 날짜마다 사람들의 이름이 죽 적혀 있다. 30년도 더 된 이름도 있고, 몇 달 밖에 안 된 이름들도 있다.

스토트에게 기도는 매일의 리듬이다. 아침에 꾸준히 드리는 중보기도부터 심방을 마치고 나올 때 자연스럽게 드리는 기도, 그리고 자기 직전에 무릎 꿇고 드리는 기도에 이르기까지, 단순하고 가식 없고 솔직하고 꾸준한 기도로 하루하루를 채운다.

놀며 일하며
새벽 5시에 깨어나 6시 30분에 책상에 앉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스토트의 하루는 보통 일정이 꽉 차 있다. 낮 시간은 대부분 연구하고 글을 쓰거나 설교나 강연을 하고 모임에 참석하며 보낸다. 재미있게 보내거나 놀만한 여유시간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그는 균형 잡힌 생활이 중요하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스토트가 런던을 벗어나 웨일스 남서해변에 위치한 오두막집에서 지내는 동안 이 믿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19세기에 지어진 그 농가의 이름은 훅세스인데, 거의 50년 동안 해마다 3개월을 그곳에서 보내며 연구하고 글을 쓴다. 넓은 마당이 딸린 농가는 끊임없는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그는 오후마다 그런 ‘허드렛일’을 하면서 한두 시간을 보낸다.

훅세스의 대표적인 허드렛일은 자그마한 연못에서 잡초와 불청객 식물을 뽑아내는 것이었다. 보통 스토트와 그의 연구비서가 함께 하곤 했는데, 원한다면 방문객도 참여할 수 있었다. 그는 무릎까지 오는 고무장화를 신고 소매를 최대한 말아 올린 후 연못 밑바닥과 가장자리까지 구석구석을 훑으며 잡초를 뽑았다.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찬 물에 들어가, 소매를 걷어 올린 팔을 물속에 쑥 집어넣고 잡초를 한 줌씩 집어 물가로 던지면서 흡족한 미소를 짓는 존 스토트의 모습이라니. 처음 보는 사람은 제법 놀랄 만한 광경이다.

또, 그는 설거지를 유난히 좋아한다. 자신이 식사 준비에 전혀 참여하지 않으니, 저녁식사가 끝난 후에는 그날 사용한 접시를 직접 닦겠다고 한사코 고집을 부렸다. 그가 설거지에 30분을 쓰는 모습을 볼 수 없다며 설거지를 자청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는 이 문제에서만큼은 절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스토트가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꼼꼼함과 욕조에서 노는 아이의 장난기가 놀랍게 어우러진 광경을 지켜보게 된다. 그는 왼쪽 싱크대에서 접시 하나하나를 박박 문지른 후 헹굴 수 있게 뜨거운 물을 받아놓은 옆쪽 싱크대로 잽싸게 던져 넣는다. 접시를 헹구고 말리는 일을 자청한 운 나쁜 파트너는 그때마다 물을 뒤집어쓰며 키득거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

설거지가 다 끝나면 파트너의 옷은 흠뻑 물에 젖어 있지만, 방수앞치마를 벗은 스토트의 몸에는 설거지를 시작할 때와 똑같이 물 한 방울 묻어 있지 않다.

동틀 녘의 새소리
성경을 제외하고 스토트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대상은 새일 것이다[존 스토트의 저서 목록에는 새, 우리들의 선생님(IVP 역간)도 있다-CTK]. 태국을 방문했을 때였다. 3주간의 강의와 설교로 꽉 찬 바쁜 일정을 앞둔 첫날, 그는 새벽 3시 10분에 일어나 차를 몰고 두 시간 반을 달려 조수보호구역으로 갔다.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아침 일찍 새들에게 인사하고 싶었던 것이다.

태국 출장의 나머지 기간, 그는 여섯 번에 걸쳐 특별한 외출기회를 마련해 한 손에 쌍안경을 들고 하늘을 훑어보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했다. 이 정도의 애착이면 광적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를 잘 아는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것은 새를 만드신 분께 바치는 찬미이다.

웃음, 장난, 단순한 노동, 자연에 대한 사랑. 이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스토트의 훈련된 삶을 이룬다. 연못은 서재 창문 바로 바깥에 있고, 더러운 접시는 방 몇 개만 지나면 바로 눈에 띈다. 그리고 새들은 어디에나 있다.

스토트의 성공에는 특별한 비밀이 없다. 그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든 특성을 한 가지로 제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삶에 들어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말을 들어보면 그가 누군지 알게 된다. 그는 온유하고 겸손한 사람, 규칙적으로 기도하는 사람, 그리고 부지런히 일하면서도 놀랄 만큼 균형 잡힌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CT

John w. Yeats, "Pottering and Prayer" CT 2001:4.2; CTK 2010:6

존 스토트의 글/인터뷰

•소금과 빛: 그리스도인이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네 가지 방법
•존 스토트, 독신에 대해서 말하다
•복음전도 플러스: 존 스토트, 복음주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말하다

존 스토트에 관한 다른 기사
•[작가열전]하나님 말씀의 수호자
•[작가열전]일상과 기도: 여든이 넘어서도 잡초를 뽑고, 새를 관찰하고, 중보기도하고…
•[서평]성경이란 무엇인가
•[서평]새 사람
•[서평]존 스토트의 균형잡힌 기독교
•[서평]복음주의가 자유주의에 답하다
주교가 될 수 없었던 사람: 분별력과 제자도로 전 세계인의 삶을 어루만진 존 스토트의 생애
존 스토트가 오늘과 내일의 복음주의를 말할 수 있는 작은 이유
•[소천]아주 평범한 그리스도인: 한 세대의 신앙을 형성하고 20세기 복음주의를 건축하다
•[소천]존 스토트를 기억하다: 교회 지도자들과 친구들이 말하는 존 스토트의 삶과 사역

존 W. 예이츠 3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68길 98 5층  |  대표전화 : 080-586-7726  |  팩스 : 02-6919-1095
발행인 : 오정현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은홍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은홍  |  사업자등록번호 : 214-88-27116  |  통신판매업신고 : 제01-2602호
Copyright © 2017 Christianity Today Kore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