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 주인께 드리는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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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 주인께 드리는 제사
  • 장세훈
  • 승인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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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약의 레위기는 이스라엘의 제사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특히 레위기 1-6장은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다섯 가지 제사인 번제와 소제, 화목제, 속죄제 및 속건제를 자세히 소개한다.

그런데 이 다섯 가지 제사 가운데 매우 흥미로운 점이 보인다. 히브리어로 ‘민하’로 표현되는 소제는 오직 곡물만을 제물로 바치기 때문에 짐승을 제물로 바치는 다른 제사들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위기를 읽는 독자들은 짐승 제물을 다루는 제사에만 집중한 나머지 곡물로 드리는 이 소제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짐승이 아닌 곡물로 드리는 소제의 독특성과 그 특징은 우리로 하여금 소제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다.

첫째, 다른 제사와는 달리, 소제의 제물은 기념물로 소개된다.
 
누구든지 소제의 예물을 여호와께 드리려거든 고운 가루로 예물을 삼아 그 위에 기름을 붓고, 또 그 위에 유향을 놓아 아론의 자손 제사장들에게로 가져갈 것이요, 제사장은 그 고운 가루 한 움큼과 기름과 그 모든 유향을 가져다가 기념물로 제단 위에서 불사를지니 이는 화제라.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니라(2:1-2).

‘기념물’이라는 히브리어 ‘아즈카라’는 ‘기억하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동사 ‘자카르’와 연관이 있다. 즉, 소제의 제물은 제사 드리는 자로 하여금 중요한 사실을 기억하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소제의 제물은 무엇을 기억하도록 만드는 것인가?

소제의 제물은 이스라엘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를 항상 일깨워준다. 소제 곧 ‘민하’는 주인께 바치는 ‘조공’ 혹은 ‘선물’을 의미한다. 고대 근동 시대에 거대한 제국을 지배하는 대왕은 그의 통치 아래에 있는 신하로부터 조공을 받았다.

그런데 이 조공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주종관계를 보여주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조공을 바치는 자는 조공을 받는 자에게 충성과 헌신을 다짐할 뿐 아니라, 그를 자신의 주인으로 인정하고 고백했다.

예를 들면, 열왕기상 4:21은 식민지 국가들로부터 조공을 받는 솔로몬의 통치 시대를 잘 소개한다. “솔로몬이 그 강에서부터 블레셋 사람의 땅에 이르기까지와 애굽 지경에 미치기까지의 모든 나라를 다스리므로 솔로몬이 사는 동안에 그 나라들이 조공을 바쳐 섬겼더라.”

그러므로 조공을 바치는 행위는 조공을 받는 자의 주인됨(Lordship)을 인정하고 그 주인을 향한 전적인 헌신과 충성을 표시한다. 이스라엘이 소제를 통해 여호와께 ‘조공’을 바치는 의식은 여호와를 그들의 주인으로 고백하며 그를 향한 온전한 섬김과 헌신을 다짐하는 행위였던 것이다.

소제가 다른 제사들과 구별되는 또 다른 차이는 무엇인가? 소제의 제물에는 다른 제사와는 달리, 반드시 소금이 추가되었다. 소금은 여러 가지 특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부패를 방지한다는 점이다. 특히 레위기 본문은 이 소금을 “언약의 소금”이라고 규정한다(2:13).

그러므로 소제의 제물에 소금을 넣는다는 것은 하나님과 맺은 언약에 대한 성실성을 강조한다. 즉, 제사를 드리는 자는 자신이 하나님과 언약 관계에 있음을 늘 기억하며, 그 언약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고 지켜야만 한다는 것을 계속해서 상기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여호와를 주인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주인에 대한 충성 여부는 주인의 말씀에 대한 충성 여부에 달려 있다. 이스라엘이 여호와를 주인으로 인정한다면 반드시 여호와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으로 반응해야 한다.

그래서 레위기의 저자는 이 소금을 “언약의 소금”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스라엘은 소제의 제물에 소금을 넣으면서 하나님의 말씀에 철저히 순종함으로써 언약 백성으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늘 준수해야 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전문 보기 : 소제, 주인께 드리는 제사]

 


장세훈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학 교수이며,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이사야서」(이레서원), 「내게로 돌아오라」(SFC)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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