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혼'이 아니라 ‘어떤 결혼이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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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혼'이 아니라 ‘어떤 결혼이냐’이다
  • 장세훈
  • 승인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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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기 2:16의 핵심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가 이르노니, 나는 이혼하는 것과 옷으로 학대를 가리는 자를 미워하노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 그러므로 너희 심령을 삼가 지켜 거짓을 행하지 말지니라.”
(말라기 2:16)
 

나님께서 이혼을 미워하신다는 표현이 들어있는 말라기 2:10-16은 구약의 대표적인 이혼 거부 본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혼 절대 불가’를 강조하기 위해 이 본문을 인용한다.

그런데 적지 않은 설교자와 그리스도인들이 말라기의 본문이 왜 이런 표현을 하는지, 정작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전후 맥락은 살펴보지 않은 채, 단지 “하나님은 이혼을 미워하신다”는 문구만 작위적으로 사용하는 우를 범한다.

물론 우리 그리스도인은 섣부른 판단에 따른 이혼을 결코 지지하지 않는다. 말라기의 이 본문이 금지하는 ‘이혼’은 과연 무엇인지,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스라엘 공동체의 가정 문제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말라기 시대에 어떤 문제점들이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

첫째, 말라기 시대의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는 형식주의적 제사였다(말1:6-14). 제사장과 백성들이 “저는 것”과 “병든 것”(1:8), “흠 있는 것”(1:14)을 하나님께 바쳤다. 그 예배에는 형식, 겉치레만 있었다.

하나님을 향한 예배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러한 종교적 문제는 이스라엘에 심각한 신앙적 위기를 가져다주었다.

둘째, 제사장들이 직무태만으로 홍역을 겪었다. 특히 율법을 가르치고 적용하는 그들의 임무는 포로 귀환 공동체가 공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말라기 시대는 오히려 불의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율법을 올바로 적용시켜야 할 제사장들이 율법의 진리를 버리고 불법을 자행했기 때문이다(2:6-8).

셋째, 말라기 시대의 이스라엘 사회는 심각한 불의에 빠져있었다. 하나님의 말씀에 의존하지 않고 점술을 신뢰하는 일이 성행했고(3:5), 간음도 빈번했다. 진리는 사라지고 거짓 맹세가 득세했다.

넷째, 말라기는 포로귀환 이스라엘 사회의 또 다른 문제로서 십일조와 봉헌물을 온전히 드리지 않는 잘못을 지적한다.

십일조와 봉헌물을 바치는 행위는 이스라엘의 전 영역을 향한 여호와의 주권적 돌보심을 인정하며 고백하는 신앙적 표현이다. 이러한 신앙고백 행위가 결핍되었다는 것은 여호와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스라엘의 불신앙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끝으로, 말라기는 이스라엘 가정에서 문제점을 목도했다. 포로귀한 공동체의 가정들은 이혼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무엇보다도 이혼을 하게 되는 배경이 그 심각성을 더해 준다.

백성들은 어려서 맞이한 아내에게 거짓을 행하며, 여호와 앞에서 서약했던 언약의 여인을 버리고 이방 신을 섬기는 여인과 재혼을 시도했다.

그 결과, 태어나는 자손들이 이방 신을 섬기는 여인들에 의해 훈육되었고, 점차 여호와 유일신 사상이 무력해지는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신앙의 순수성이 무너지고 혼합주의 성향이 이스라엘 사회를 지배한 것이다. 언약 안에서 가정의 회복이 없는 이스라엘 사회는 더 이상 그 미래를 기대할 수 없었다. 이 가정의 언약적 순결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본문이 바로 말라기 2:10-16이다.

 

 

‘언약으로’ 연합한 결혼

먼저 2:10은 유다 공동체의 영적 부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말라기는 유다 공동체의 영적 일체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여호와를 “아버지”로, 유다 공동체를 한 분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자들로 묘사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11-12은 이스라엘의 남편들이 언약 안에서 결혼한 믿음의 여인과의 영적인 연합을 거부하고 이방신을 섬기는 여인과 재혼하는 비극적인 참상을 지적한다.

흥미롭게도 2:14은 “너와 서약한 아내”라는 표현을 소개하는데, 이는 “너의 언약의 아내”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하며 결혼에 담긴 언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전문 보기 : "말라기 2:16의 핵심은 '이혼 절대 불가'일까"]

 


장세훈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학 교수이며 「한권으로 읽는 이사야서」와「내게로 돌아오라」 등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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