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겪고, 고통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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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겪고, 고통을 생각했다
  • 이진경
  • 승인 20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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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생 투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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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일 수요일 ‘내가 사는 곳, 오직 현재!’

지난 1월 20일 6개월의 항암치료 대장정을 마쳤다. 다리는 근육통과 부종에 시달리고 있고, 손발은 저리고 온몸은 둔탁한 상태에서 만세를 불렀다. 험한 골짜기를 지닌 산 정상에 오른 것 같았다.

수술 전까지 3주 정도 남아 있어, 기력이 조금 회복되는 3주째인 어제 오늘, 환자들이 많이 간다는 치유를 위한 마을에 다녀왔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건강식, 스파나 황토찜방과 같은 시설, 그리고 전화도 터지지 않는 환경이 도시로부터의 탈출과 쉼에 도움이 되어주는 곳이었다.

생각을 가만히 놓아두면 이런저런 걱정에 휩싸일 때가 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보면서 감상에 젖으니 문득 걱정거리가 또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좋은 시간,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한 걱정이 내 머리와 가슴을 잠식한다는 것이 너무도 아까웠다.

그래서 그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내일 죽는다면 이런 걱정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될 텐데 이런 멋진 여행을 걱정으로 망칠 이유가 뭔가! 그러자 다시 현재로 돌아오게 되었다.

암에 걸린 이후, 내가 부단히 연습해온 것은 과거나 미래로 도망가고 있는 생각을 붙잡아 현재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어제 밤에 눈이 갑자기 펑펑 쏟아졌다. 같이 간 엄마는 공포에 질린 얼굴이 되셨다. 운전 경력 35년에도 새로운 곳으로 운전하는 것이나 장거리 운전을 많이 두려워하시는 편인데 눈까지 내리면 빙판이 될 테니 엄마는 사색이 되신 것이다. 내가 말했다.

“같이 기도해요, 엄마! 그리고 지금 우리가 걱정한다 한들 내일의 상황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어요! 우린 오늘 여기 온 걸 누려요!” 그러곤 와이파이가 되는 곳으로 가서 날씨를 살펴봤더니 다음날인 오늘은 영하이긴 하지만 맑음이었다.

우리는 평소와 달리 걱정을 내려놓고, 펑펑 눈이 오는 밤길 속에서 요가며 스파를 마음껏 누렸다. 그리고 오늘! 돌아오는 길에 햇빛으로 인해 도로에 빙판길 하나 없었다. 엄마는 말씀하셨다. “어제 눈 온다고 계속 걱정했더라면 얼마나 아까울 뻔했어!”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것은 미리 고민하고 선택할 필요가 있지만 결과를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은 그때 가서 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 그 전의 시간은 충분히 누리고 감사하면 될 뿐.

항암치료를 마치고 수술을 앞둔 지금, 그러니까 어려운 단계와 또 다른 어려운 단계의 중간에서 쉬는 시간인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걱정을 뒤로하고 지금 이 시간을 누리고 싶다. 성경에는 염려에 대한 성경구절이 무수히 많다.

나는 특히 빌립보서의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는 말씀을, 기억날 때마다 읊조린다. ‘오늘’은 걱정 근심으로 보내기엔 너무 소중하고 아까운 날이다. [전문 보기 : 고통을 겪고, 고통을 생각했다]

 


이진경 CTK 창간에 힘을 보탰고, 에디터로 일했다. ‘싱글 이야기’를 연재했으며, 지금은 암 투병 중에 하나님을 새롭게 만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희망의 속도 15km/h」, 「좋은 죽음 나쁜 죽음」, 「감각의 제국-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감각의 모든 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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