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자에게서 위선의 악취가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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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자에게서 위선의 악취가 풍긴다
  • 박주현
  • 승인 202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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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_기생충
영화_기생충

 

영화 〈기생충〉은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해외 영화제 수상 19개, 해외 각종 시상식에서 155개 수상을 하고, 마침내 올해 미국 최고의 영화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개 부문을 휩쓸어 이변을 일으키며, 우리나라 영화 팬들을 넘어서 전 세계인들의 사랑과 찬사를 받으며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영화 〈기생충〉이 영화제 심사위원들과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기생충〉은 영화에 대한 깊은 식견이 있는 전문가들만 이해할 법한 어려운 예술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보편적인 주제인 부와 가난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극심해지고, 그러한 현실을 넘쳐나는 미디어를 통해 적나라하게 인지하며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봉준호 감독은 본인만의 방식으로 접근하여 색다르게 해석하며 비튼다. ‘봉테일’이라는 봉 감독의 별명답게 이 영화에는 다채로운 인물들의 여러 겹의 감정과 주제가 섬세하게 녹아있다.

거기에 서스펜스를 더해 기발한 전개로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 없이 끌어나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에는 유머와 재미가 있다.

영화의 주역인 가난한 가족은 좁디좁은 반지하 셋방에 모여 살며, 누구 하나 제대로 돈 벌 능력이 없어 피자 박스를 접어서 푼돈으로 생활비를 겨우 벌어 근근이 살아가는 한심한 가족이다.

무기력한 아버지는 곰팡이 핀 식빵 한구석을 뜯어내고 먹고 있고, 온 가족이 요금을 내지 못해 핸드폰이 끊겨 아들과 딸은 이웃집 와이파이를 공짜로 쓰기 위해 애쓰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러다 이들은 우연한 기회에 들어가게 된 부잣집에서 사기를 치려고 똘똘 뭉치게 된다.

아들 기우(최우식 분)가 친구의 소개로 부잣집 딸의 과외 선생으로 들어가게 된 것을 시작으로 그가 여동생 기정(박소담 분)을 그 집 아들의 미술 과외 선생으로 소개하고, 아버지 기택(송강호 분)을 사장의 운전기사, 그리고 마침내 어머니(장혜진 분)를 입주가정부로 들이는 데까지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이미 일하고 있는 운전기사와 가정부를 몰아내기 위해 거짓말을 꾸미고 온갖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계획을 실행하는데, 과외 선생으로 취직하기 위해 기정이 위조한 기우의 가짜 명문대 졸업장을 보며 아버지인 기택은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기우는 자신이 내년에는 이 대학에 꼭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위조나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당당히 말한다.

이에 아버지 기택은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며 칭찬한다. 이토록 이들은 자신들의 악행에 대해 죄의식이 없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가난한 기택의 가족은 죄의식 없이 불법 행위를 일삼는 악인들이며, 이웃집 와이파이를 몰래 훔쳐 썼듯 타인에게 빌붙어 살아가며 사회에 아무런 도움을 끼치지 못하는 ‘기생충’ 같은 존재인 것이다.

반면 이들과 대조되는 다른 한 가족이 있다. 부유한 박 사장(이선균 분)의 가족은 입이 떡 벌어지게 크고 아름다운 집에 살며, 우아하고 멋지게 차려입은 부부는 항상 타인에게 예의를 갖춘다.

이 영화에는 그동안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아오던 흔한 클리셰가 거의 없다. 탐욕스러운 부자가 가난한 자들을 향해 “갑질”을 하며 괄시하면 착하고 가난한 이들이 연대하여 악한 부자를 물리친다는 뻔한 전개는 없다.

박 사장은 그저 자기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할 뿐, 관객의 화를 돋우는 뻔한 갑질은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기택이 “이 집 사모님(조여정 분)은 부자인데 참 순진하고 착하다”고 언급하자 그의 부인 충숙은 부자인데 착한 게 아니라 부자니까 착한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의 집 가정부를 “언니”라고 부르며 얼핏 순진하고 착한 것처럼 보이는 부잣집 사모님 연교도 사실 완벽히 선한 인물은 아니다.

그녀의 첫 등장에서 기우가 과외를 하러 집에 도착했을 때 연교는 술에 취한 듯 정원 테이블에 엎드려 있어 가정부가 가서 깨워야 했는데,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었지만 그녀가 지극히 정상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종종 뜬금없이 영어를 섞어 말하는 연교의 모습에서는 허영심이 드러나며, 과외비 봉투에서 십만 원을 빼면서 기우에게는 지난번 선생님보다 더 많이 넣었다고 태연히 거짓말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악한 면모가 엿보인다. [전문 보기 : 그 부자에게서 위선의 악취가 풍긴다]

 


박주현 UC버클리에서 매스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고, 몇 편의 영화 현장에 참여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초청팀장으로 영화인들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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