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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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내시다
  • 켄 시게마츠 | Ken Shigematsu
  • 승인 202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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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임박한 그 마지막 밤, 예수님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지를 몸소 보여주셨다.

 

시인 존 던John Donne이 “세상의 마지막 밤”이라고 부른 밤에 예수님은 마지막 식사를 나누기 위해 제자들을 예루살렘의 한 다락방으로 모으셨다.

예수님은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셨다(요한복음 13:1). 바로 다음날 십자가에 못 박히실 참이었다.

죽음이 임박한 그 마지막 밤, 예수님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지를 보여주셨다. 그것은 바로 섬김이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3년이나 동고동락했으면서도 여전히 예수님의 사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일요일에 예수님은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다.

그때 구름처럼 많은 군중이 거리를 꽉 메우고서 환호성을 질렀다.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사람들은 하나님이 다윗처럼 위대한 왕을 통해 자신들을 구원해주실 거라고 믿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그 인기를 업고 왕이자 메시야로 단숨에 부상하실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니 그날 저녁 예수님과 유월절 만찬을 나누기 위해 모인 예루살렘의 그 다락방에서 발을 씻겨줄 종이 없는 것을 보았을 때 제자들이 느꼈을 딜레마를 상상해보라. 이 상황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옛 팔레스타인의 길이 포장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맨발이든 샌들을 신었든 한번 길을 걷고 나면 발이 먼지투성이로 변했다. 나귀와 떠돌이 개 도 사람과 같은 길로 다녔다. 게다가 옛 팔레스타인의 집에는 현대식 화장실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분뇨를 길에 버렸다.

여행객들의 발은 먼지만이 아니라 짐승과 인간의 분뇨로 범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발을 씻는 일은 필수였다. 그런데 유대 가정에서는 그 일을 워낙 천하게 여겨 이방인 노예나 여자, 어린아이에게 시켰다.

그날 저녁 예수님은 식사를 하다 말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 겉옷을 벗고 허리에 수건을 매셨다.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기고 수건으로 닦아주기 시작하셨다(요한복음 13:4).

‘주인’으로 받들던 분의 행동에 제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베드로는 “내 발을 절대로 씻지 못하시리이다”라며 강하게 거부했다(8절). 예수님의 행동은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옛날 시대에 랍비가 몸을 숙여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었다는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유대 정결법에서는 그런 행동을 ‘불결하게’ 여겨서 아예 허용조차 하지 않았다.

예수 그리스도는 성육신하신 하나님이셨다(요한복음 1:1, 14). 그래서 그 이전과 이후의 그 어떤 인간과도 달리 예수님은 진정한 위대함을 보여주셨다. 이 감동적인 장면에서 우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간이 주변 사람들을 겸손히 섬김으로 하나님의 진정한 본성을 보여주시는 모습을 본다.

빌립보서 2장을 보면 예수님은 “근본 하나님의 본체”이셨으나 하나님이라는 지위를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시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을 섬기기 위해 자신을 쏟아내셨다.

일부 역본에서는 헬라어 원문을 “자기를 비워”로 옮겼지만(7절) 남들을 섬기기 위해 물처럼 “자신을 쏟아내어”로 옮기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것이야말로 살아 계신 하나님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고대 세상의 신들은 하나같이 변덕스럽고 복수심과 이기심의 화신이었지만 우리가 예수님을 통해 보는 우주의 유일하고 참되신 하나님은 섬김의 신이다.

예수님이 ‘능력’을 포기하셨다는 식으로 말하는 설교자들이 더러 있지만 사실 예수님이 섬기실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를 분명히 아셨기 때문이다.

요한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만물을 자신의 권능 아래 두셨고 자신이 하나님에게서 와서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점을 정확히 알고 계셨다. 이런 확신으로 인해 예수님은 자신을 낮춰, “끝까지 사랑”하신 사람들의 발을 씻겨주실 수 있었다(요한복음 13:1).

아버지께 사랑을 받고 있다는 확신으로 예수님은 무리 중에서 가장 높은 사람으로서의 ‘(능력이 아닌) 특권’을 포기하실 수 있었다. 그날 밤 예수님의 섬김은 다음날 행하실 훨씬 더 큰 섬김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전문 보기 : 쏟아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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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pted from Survival Guide for the Soul by Ken Shigematsu. Copyright © 2018 by Zondervan. Used by permission of Zondervan. www.Zondervan.com. Survival Guide for the Soul은 두란노서원 근간 예정이며, 이 글은 두란노서원의 허락을 받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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