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외면하실 때
상태바
하나님이 외면하실 때
  • 한동구
  • 승인 2020.0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분의 침묵과 긴 기다림의 끝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새로이 발견한다.

묵상

ISTOCK
ISTOCK

예레미야애가는 다섯 편의 시다. 모두 바벨론의 침략과 이스라엘의 국가 패망의 참상을 노래한다. 

‘나라가 황폐해졌다.’ 애가의 전편에 탄식이 흐른다. 애가의 시인은 공주와 같이 존귀한 대접을 받던 이스라엘이 이제 강제 노동을 하는 노예의 처지로 전락했다고 탄식한다(1:1).

시인은 국가의 파괴(2:2-5), 성전의 파괴(2:6-7), 성벽의 파괴(2:8-9), 국가 관리 체계의 붕괴(2:9-10)를, 즉 모든 국가 기구의 붕괴를 한탄한다.

국가의 소유가 모두 이방인들에게 돌아갔으며(5:2),  이방 바벨론의 보잘 것 없는 하급관리들(“종들”)이 자신들을 지배하게 된 현실을 슬퍼한다(5:8).

지도자들이나 청년들의 운명이 이런 자들이 손에 달려있는 현실을 그는 견딜 수 없는 치욕으로 느낀다(5:12,13). 이스라엘의 여인들이 치욕을 당한다고 울부짖는다(5:11). 

슬픔이 가득 찬 시인을 더욱 애달프게 만드는 것은 ‘아무도 위로할 자가 없다’는 현실이다. “그 동안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였던 자들 중에도 위로할 자가 없다.”(1:2,16,17) 심지어 “친구들이 다 배반하여, 원수들이 되었다.”(1:3)

“이스라엘 백성이 모두 적들의 손에 넘어갔으나, 돕는 자가 없으며, 오히려 적들은 망해버린 이스라엘 백성을 바라보고 이스라엘의 멸망을 비웃고 조롱했다.”(1:7-8)

“이스라엘이 한없이 낮아졌으나, 이들을 위로할 자가 없으며, 오히려 원수가 스스로 큰 체하고 있었다.”(1:9,21)

시인은 이처럼 초라해진 이스라엘에 대해 어떻게 말을 할지, 이 비참을 어떤 것에 비유할지 알지 못한다고 탄식한다.

“이로 인해 시인은 탄식이 더 많아졌고, 그의 마음에 병이 들었으나”(1:22), “이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이스라엘의 비참함을 위로할 수 없다.”(2:13) 그 이유는 그 누구도 이를 고쳐줄 수 없기 때문이다(2:13).

또한 이는 모두 하나님께서 친히 하신 일이기에 그가 일체 긍휼히 여기지 아니하시기 때문이다(2:17,21). 

 

하나님의 침묵과 외면

고통은 단지 한 국가가 몰락했다는 사실에서 그치지 않는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고통과 탄식을 주기 위해 그들을 한없이 낮은 곳으로 내던지며, 그들을 마치 진토에 내버려진 자와 같이 만드셨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강제로 무장해제 시키셨다.

“높은 곳에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골수에 불을 보내어 이스라엘을 압도하게 하시고, 또 하나님께서는 그물을 치사 … 물러가게 하셨으며 … 종일토록 황폐하게 하여 허약하게 했다.”(1:13)

또한 하나님께서는 나라와 그 지도자들을 욕되게 하셨으며, 딸 시온의 장막에서 그의 노를 불처럼 쏟으셨다(2:2-5).

이에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부르짖어 도움을 구하나,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기도를 물리치셨다(3:8).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대적들을 이스라엘의 머리가 되게 하시고 또 그들의 원수들을 형통하게 하셨다. 이로 인하여 이스라엘을 고달프게 만들었다(1:5,12,17).

이러한 무장해제는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스라엘로 하여금 자신의 고난을 바라보게 한다. “나는 하나님의 진노의 몽둥이에 얻어맞고, 고난당하는 자다.”(3:1)

하나님께서는 “가난과 고생으로 나를 에우시며, 죽은 지 오래 된 사람처럼 흑암 속에서 살게 하신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현재의 고난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기보다는 이 고난을 하나님께서 메우신 멍에로 받아들이며, 하나님의 처분을 “홀로 잠잠히 앉아서” 기다려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무장해제는 이스라엘의 마음이 하나님을 향하여 부르짖게 하기 위함이다. 이스라엘 하여금 성벽 위에서도 성곽 안에서도 통곡하게 하기 위함이다(2:8).

“도성 시온의 성벽아, 큰소리로 주님께 부르짖어라. 밤낮으로 눈물을 강물처럼 흘려라. … 주님 앞에 네 마음을 쏟아 놓아라.”(2:18-19)

이는 곧장 상황의 반전을 추구하기보다는 긴 시간 성찰의 과정이 필요함을 내포한다(3:26-28). 하나님의 심판은 ‘자기 비움’ 곧 ‘자기 구원의 포기’로 이끈다. [전문 보기 : 하나님이 외면하실 때]

 


한동구 평택대학교 구약학 교수, 「신명기 개혁운동」(동연, 2014)의 저자. CTK 연재 ‘나를 바꾼 말씀’의 “하나님이 우리를 혹독한 광야로 불러내시는 진짜 이유”의 필자. 이 글에 인용한 성경본문은 ‘개역개정’과 ‘새번역’을 혼용한 것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