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예수를 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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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예수를 저버렸다
  • 티쉬 해리슨 워런 | Tish Harrison Warren
  • 승인 20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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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에게 최악이었던 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진리를 예고한다.

 

사순절이 주는 선물은, 이 날이 죄와 어둠과 죽음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우리가 부활절마다 끌어들이려고 하는 어떤 감상적 생각에 해독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사순절 기간은 우리가—우리 각 사람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가—다 죄인이라고 힘주어 단언한다.

우리는 피해자이기만 한 게 아니라 피해를 끼친 자들이기도 하다. 영웅이기만 한 게 아니라 향락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리스도께 대한 헌신과 제자의 길이라는 주제가 확고부동한, 심지어 점점 더 큰 영적 성공의 길에 대한 꿈을 불러일으킨다면, 사순절과 성경의 기록은 그런 그릇된 관념을 바로잡아 준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 한가운데서 우리는 맨 처음 제자들의 연약함,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 심지어 아둔함이 창피할 만큼 아프게 나열되는 광경을 보게 된다. 그 일주일 동안 사건이 하나하나 전개될 때마다 제자들은 실망한다.

마지막 저녁 식사 때 예수께서는 친구 중 하나가 자신을 배신할 것이며 친구들 모두가 자신을 버릴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이들은 예수가 자신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답하며, 누가 가장 크고 가장 충성스런 제자인지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 모습으로 반응한다.

그리고 예수께서 친구 한 사람을 가장 필요로 하던 겟세마네에서의 그 시간, 친구이기에는 너무 연약했던 이들은 깊이 잠들어 버린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그리고 이들은 예수를 잡으러 온 사람들 앞에서 공포에 질려 칼을 빼든다.

그 다음, 당혹스러울 만큼 자세히 묘사되는 한 광경에서 베드로는 예수를 모른다고 강경하게 발뺌한다. 둘러선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가 예수를 아는 게 너무도 명백한데 말이다.

수난 주간 이야기에 빠짐없이 따라붙는 저주스런 후렴구가 있다. “제자들은 모두 예수를 버리고 달아났다.”(마가복음 14:50) 제자들은 일주일 내내 버벅거렸다. 처음엔 건방졌고, 그 다음엔 겁을 냈고, 그 다음엔 숨었다. 이들은 겁쟁이였고, 불충했고, 불성실했다.

거룩한 순교자이자 성인saints인 이들, 예수의 소중한 친구였던 이들은 최대 위기의 순간, 용기가 가장 필요하던 순간, 참담하게, 완전히 실패했다.

가슴 아픈 일이다. 모든 걸 망친 베드로가 세 번째 닭 울음소리를 듣고 섧게 흐느끼는 광경을, 유다가 피 묻은 돈을 반납하면서 상황을 돌이키려 하는 광경을 우리는 지켜본다.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 대다수에게서 우리가 보는 것은 침묵뿐이다. 이들은 그저 떠나가 버렸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광경이다. 이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부끄러웠을까? 어리석었다고 생각했을까? 죄책감을 느꼈을까? 변명을 했을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복음서는 초대교회나 사도들의 영웅적 승리담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믿음의 터를 닦은 이들은 엉망인 모습으로 무대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지 않아 거칠 것 없이 복음을 선포하고 있었던 이들도 바로 이 사람들이었다.

얼마나 거칠 것 없었던지 수 천 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복음을 믿는 것은 이들의 가르침과 증언 덕분일 정도다.

예수와 가장 가까웠던 이들이 예수를 버리는 광경은 지켜보기 고통스럽지만, 고난주간의 이 부차적 줄거리는 그만큼 나에게 소망을 주기도 한다. 기독교의 핵심, 내가 믿지 않을 수 없는 그 핵심이 거룩한 사람들이 기록한 추상적 원리의 논리정연함이나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의 완벽한 삶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실에 대한 한 주장이라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 예수 이야기는 자신의 친구이자 교사인 분이 지금 세상을 구원하는 중임을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칠칠치 못하고 엉망인 사람들과 더불어 역사의 시공간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몇 년 전 나는 의심이 엄습하는 힘든 시기를 잠깐 겪었다. 단순한 의문 하나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예수는 정말 부활하셨는가?

교회에서나 나 자신의 삶에서 발견하는 연약한 모습에 대해 어떤 불확실함을 느끼든, 까다로운 교리 문제와 씨름하면서 어떤 좌절감을 느끼든, 복음의 진리는 내 기분이나 기호에 달려 있지 않고, 예수 안에, 그리고 예수가 누구시며 어떤 일을 하셨고 어떻게 죽으셨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어떻게 죽음을 이기셨는지에 관한 주장에 근거한다는 현실에 나는 든든히 닻을 내리고 있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전문 보기: 그들이 예수를 저버렸다]

 

▶ 사순절 이렇게 묵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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