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독교 우파에 속하는) 그리스도인이자 환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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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독교 우파에 속하는) 그리스도인이자 환경주의자”
  • 조엘 샐러틴
  • 승인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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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과 환경주의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 온 이 농부는 이 둘의 조합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골 깊은 간극

그리스도인들은 환경주의자들이 마약, 자유연애, 섹스에 관대하다고, 새끼 고래는 구하면서 정작 생각하고 듣고 반응할 줄 아는 인간 아기는 찢어 죽이는 낙태에 찬성한다며 비난했다.

이런 문화적 배경 가운데 1973년 낙태권을 최초로 합법화한 미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로 인해 두 진영의 갈등은 더욱 양극단으로 치달았다.

곧바로 고정관념이 생겨났고, 제리 폴웰Jerry Falwell 목사가 이끄는 ‘도덕적 다수’Moral Majority 운동의 깃발 아래 종교적 우파가 정치세력화하면서, 온갖 환경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비난의 화살이 보수주의자들, 구체적으로는 성경 구절을 읊으며 대응하는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쏟아졌다. 환경주의자들의 적은 바로 보수주의자와 종교적 우파였다.

실제로 수년 전 캐나다 온타리오의 켈프 대학교에서 열린 마을 회의 형식의 모임에 패널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진행방식은 간단했다. 패널 세 명이 각자 5분 동안 독백하듯 말하고 이어지는 두 시간 동안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었다.

도착해서 지정석에 앉았는데, 옆자리에 교수로 보이는 신사가 와서 앉더니 앞 탁자에 성경을 올려놓았다. 어디에 쓰려고 가져왔는지 궁금했다. 흔한 일은 아니었기에 말이다.

그 패널이 첫 강연자로 나섰고, 성경을 높이 들어 올리며 5분 동안 고함을 질러댔다. “학생 여러분은 모든 생태학적 재해, 모든 강물 오염, 모든 스모그 오염 도시, 모든 유독성 폐기물 매립장이 전부 다 이 책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예수, 선지자, 모세, 창조론적 사고방식, 이런저런 것들에 대해 끝도 없이 비난을 이어갔다. 정말이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독설을 퍼부어 댔다. 그는 몰랐겠지만 나 역시 가방에 성경을 넣어 가지고 다닌다. 혐오해서가 아니라, 사랑해서이다.

다음은 내 차례였다. 난 간단히 이렇게 말했다. “이런 종류의 불만에 대해 익히 알고는 있습니다만, 사실 책임이 성경에 있는 건 아닙니다. 책임은 성경을 잘못 해석하고 잘못 적용하는 데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자주 벌어지곤 했다. 한번은 학회에 참석하여 다른 연사들과 함께 연회용 식탁에 둘러앉았다. 보통 돌아가면서 자신을 소개하고 식사가 시작되면 소소한 대화를 이어가곤 한다.

이번에도 우리는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미처 소개를 시작하기도 전에 바로 내 옆자리에 앉은 또 다른 연사가 큰 소리로 선언했다. “나는 기독교인들이 정말 싫습니다.” ‘아, 이런! 또 일이 났네!’ 싶었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은 아프리카에서 반년 간 촬영을 하고 막 돌아온 참인데, 현지 지역경제가 선교용 옷가지와 싸구려 장신구로 가득 찬 컨테이너들에 밀려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쫓겨난 현지 기업가들은 서양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지역 군벌이 되었고, 기관단총으로 적십자사 트럭을 위협해 통행료를 갈취했다. 그가 보기에는 기독교 자선사업이 이러한 군벌 세력과 문화적 비극을 낳은 원흉이었다.

친환경 농업과 지역 농산물 옹호자인 나는 언제 어디서든 이런 긴장을 경험하는데, 내가 전혀 다른 두 세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진보 민주당원인 환경주의자 친구들은 돼지의 돼지다움pigness[글쓴이는 농장동물을 그 본성에 맞게, 곧 돼지는 돼지답게, 닭은 닭답게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퇴비, 정직한 식품을 널리 알리려는 내 열정을 사랑했다.

하지만 내가 낙태를 반대하고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정부의 경제적 간섭을 최소화한 정부. 뉴 라이트 보수주의자들과 신자유주의자들이 주로 주장한다. 반대 개념이 ‘큰 정부’]를 지향하며 여행할 때 성경을 챙겨 간다는 사실을 알면 바로 당황했다.

환경주의자 친구들, 벌목을 막기 위해 나무를 끌어안고, 우주를 숭배하며,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을 전파하고, 큰 정부를 지향하는 이 진화론자 벗들을 나는 사랑했다. 그리스도인 친구들보다 더 가깝게 지낸 이들도 많았고, 지금도 여전히 친하게 지낸다.

나는 그리스도인 친구들에게서 동일한 거리감을 느끼고 좌절하기도 한다. 친구들과 함께 예배에 참석한 후 각자 싸온 음식을 다 함께 나눠 먹는 포틀럭potluck 저녁식사 모임에 교인들이 KFC 치킨을 들고 와서 기겁했다.

게다가 장로 한 분이 타이슨푸즈Tyson Foods[미국 최대 육류가공업체이자 KFC의 주요 공급업체. 잔혹한 사육과 도축 과정으로 비난받았다] 양계장을 운영하시는 분이다 보니 부담스런 대화로 이어졌다.

주일학교에서는 설탕 범벅 간식과 유전자변형농산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을 식자재로 만든 크래커를 나눠 줬다. 그리스도인 친구들은 보수주의 라디오 토크쇼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런 쇼의 진행자들은 동물권리 개념을 비웃곤 했다.

“그놈들이 헌법을 쓸 수 있답니까?” 하, 하, 하! 러시 림보Rush Limbaugh 쇼의 단골 효과음인 열대우림 원숭이들을 쏴 죽이는 총성! 내겐 전혀 재미없다. 내가 믿는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참새가 떨어지는 때를 아시고 까마귀를 기르시며 백합화에게 솔로몬의 모든 영광보다 뛰어난 옷을 입힌다고 나온다. 와우!

그리고 당연하게도, 내 그리스도인 친구들은 끝없는 병치레로 기도 요청을 해 온다. 교인들 집에 가보면 고농도 과당인 옥수수 시럽으로 제조한 음료, 캔디 바, 산업형 농축산 식품, 발음하기도 어려운 각종 인공물이 첨가된 전자레인지 조리용 치킨너깃 상자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약물. 여기저기 즐비한 약물. 불현듯 깨달음이 왔다. 진리로 인도하는 길은 좁고 멸망으로 인도하는 길은 넓다는 성경 말씀이 단지 영적인 면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실은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신앙공동체가 거만한 태도로 영적인 문제들을 운운할 때, 일반적으로 대부분 이들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전제, 즉 영은 선하고 육은 악하다는 이원론 뒤에 숨는다. 하지만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다고 선포하셨다.

실제로 하나님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하셨는데, 내게는 이 땅이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장소가 아니다. 오히려 보고, 만지고, 마시고, 먹고, 맛보고, 느낄 수 있는 실제 장소로 들린다. [전문 보기: “나는 (기독교 우파에 속하는)  그리스도인이자 환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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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샐러틴 야생초의 힘을 믿고 농장동물의 본성(“돼지의 돼지다움”)을 존중하는 자칭 ‘미치광이’ 농부. 이 글은 그의 책 「돼지다운 돼지」의 일부를 홍성사의 허락을 받아 다시 엮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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