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나면, 성경도 삶도 달라질 것이다
상태바
그를 만나면, 성경도 삶도 달라질 것이다
  • 박영준
  • 승인 2020.0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책_다시, 성경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
다시, 성경으로_바람이 불어오는 곳

시작은 만남이었다. 그의 책, 그의 신간이라니. 아마존에 주문을 넣었고, 두 주 후 책이 도착했다. 살펴본 뒤 저작권 에이전시에 판권을 문의했다. 그의 이전 책을 낸 출판사가 두 곳 있었지만, 다행히 아직 계약이 안 되어 있었다. 오퍼를 넣었고, 성사가 되었다. 이제 책을 낼 일만 남았다.

대학 시절 함께했던 후배, 고국을 떠나 타향살이하고 있던 후배의 귀국 소식이 들려왔다. 원고 파일을 보내주고 번역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진지하지만 말과 글은 유쾌했던, 방송국 피디를 꿈꿨던 후배가 보내온 샘플 번역 원고를 읽으며 감이 왔다.

잘 맞네. 그렇게 후배는 자기 이름으로 된 두 번째 책을 번역했고, 저자의 솔직하고 톡톡 튀는 경쾌한 문체를 담백한 우리말로 담아냈다. 이어 전에 함께 일했던 디자이너와 연락이 닿았다.

출판사 로고부터 시작해 본문과 표지, 제작까지 책의 전 과정을 맡아주었다. 깊은 궁리 끝에 마음에 다가오는 디자인이 나왔다. 추천사 없이 깔끔하게 책을 낼 준비를 마쳤을 때 만난 오랜 친구는 그러지 말라고 나를 만류했다.

친구의 말에 설득된 나는 오롯이 ‘여성’으로만 추천사를 의뢰했다. 물론 생물학적 남성이 한 분 있었지만 여성적 감수성이 넘쳐나는 분이라 잘 어울렸다. 그러다가 코로나 사태를 맞았다. 그 바람에 신간이 통 안 나오던 4월의 어느 봄날, 책이 나왔다. 

1년 전, 그러니까 2019년 봄 그가 독감 치료를 받던 중 부작용으로 입원했고 다소 심각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만 해도 설마하며 낫기를 바랐고 곧 회복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돌연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가 들려왔다. 황망했다.

네 번째 책을 내면서 그의 글은 만개해 있었는데, 이 책을 쓰면서 둘째아이를 낳은 젊은 엄마인데, 이렇게 떠나다니…. 책으로 알았지만 오랜 시간 가까이 알아온 친구처럼 슬펐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름답고 단단한 책으로 만들어야지. 그것이 서른일곱 해를 불꽃처럼 살다 간 그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한 해가 지나서, 마침내 책이 나왔다. 짙은 연둣빛의 봄 같은 책. 어쩌면 그에 대한 헌사와 추도와도 같은 책. 이 책을 내기 위해 나는 출판사를 시작했으니, 그와 이 책은 말 그대로 내 인생 경로를 바꿔놓았다. 좋은 사람, 좋은 책을 만났을 뿐인데, 그게 시작이었다. [전문 보기: 그를 만나면, 성경도 삶도 달라질 것이다]

 


박명준 ‘바람이 불어오는 곳’ 발행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