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잠든 땅에서 [구독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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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잠든 땅에서 [구독자 전용]
  • 김신숙
  • 승인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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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퍼붓고 있었다. 자리에 누운 채 달력을 보았다. 1979년 7월 13일. ‘이집트 메마른 사막에서 지낸 시간이 벌써 2년에 가깝네. 웬 비가 이리 많이 올까….’ 나는 수술을 받을 계획으로 잠시 귀국하였다가 대수술을 받고 치료와 휴양을 하면서 친정집에 한 달간 머무르고 있는 중이었다. 중동의 사막 지역에서 살다 보니 세찬 빗줄기가 왠지 불안하게 느껴질 만큼 새삼스러웠다. 전화벨이 따르릉 울렸다. “여보세요! 김신숙 선생님 계세요?” “전데요. 누구신지요?” “외무부 문서과입니다. 카이로에서 편지가 왔는데요.” 중앙청 외무부 문서과에 와서 편지를 수령하라고 한다.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얼른 옷을 갈아입고 억수같이 퍼붓는 폭우를 헤치며 중앙청으로 달려갔다. 사랑하는 남편의 편지를 받으러 가는 길은 마냥 기쁘기만 했다. 우산을 펴 들었지만 금세 옷과 신발이 흠뻑 젖었다. ‘이집트 사막에도 이런 비가 내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젠 비도 반가웠다. “카이로에서 오신 분입니까?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금 동생분이 입구까지 오셨는데 들어오시면 편지를 드리겠습니다.” ‘동생은 왜 왔지?’ 그때 저쪽에서 남동생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숨이 차 보였다. 여동생도 급하게 뒤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누나, 편지 내가 받을게.” “매형 편지를 왜 네가 받니?” 직원이 가져온 편지의 겉봉에 적힌 내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남편의 글씨체였다. 나는 얼른 편지를 뜯었다. 그런데 남동생이 내 손을 붙들며 떨리는 목소리로 무슨 말을 꺼내려고 했다. 남동생은 머뭇거리다가 눈시울을 적시더니 용기를 낸 듯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누나, 매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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