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에는 없고 ‘결혼 이야기’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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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에는 없고 ‘결혼 이야기’에는 있다
  • 임지원
  • 승인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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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포함

그 아줌마, 공감일기

원래 욕하면서도 보는 게 드라마라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다. 이미 종영한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 말이다. 시청률까지 대박이 났다고 한다.

나 역시 한 회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시청했으니 할 말은 없다. 솔직히 재밌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요즘은 드라마를 ‘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월요일이 되면 육아동지들 카톡방에서 후일담을 나누는데, 그게 또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

드라마 후반부에 남편 이태오가 두 번째 결혼까지 실패하고 폐인이 된 후, 전처와 살고 있는 자신의 친아들을 납치한 듯 보이는 마지막 장면이 있었는데, 그 이유가 아들을 데려다가 2인 가족 국가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서였다는 한 멤버의 스포일러에 모두 신나게 웃었다. 이 드라마의 영향력이 왠지 모르게 크게 느껴진다.

'부부의 세계’는 영국 BBC에서 방영된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JTBC에서 제작됐다. 완벽해 보이는 결혼이 남편의 불륜으로 부서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아내는 결혼을 하고 남편의 어린 시절 친구들과 지인이 살고 있는 지역 공동체에 들어가 아내로 엄마로 의사로서도 인정을 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남편은 젊고 아름다운 그 지역 유지의 딸과 불륜에 빠지고, 상간녀는 임신 중이다.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저지르며 말한다. “아내도 그 여자도, 둘 다 사랑해!” 어이가 없다.

아들은 사춘기 한복판인데, 엄마 아빠가 온 동네가 다 알게 요란한 이혼을 하게 생겼으니 큰일이다. 앞으로 저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렇게 나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 흡입력이 마치 늪과 같다. 

이 드라마는 이혼이 그냥 법적 절차를 밟는다고 되는 일이 아님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자식을 어쩔 건가? 남편으로서는 아웃이지만 아빠로서는 괜찮은데 그냥 아들을 위해 꾹 참아 볼까 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이해간다. 잘못을 인정하고 빌면 용서해 주고 싶다.

눈 한 번 딱 감으면 대충 그럴듯하게 지어진 부부의 세계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인 거다. 게다가 남 잘되는 꼴에 늘 배 아픈 주변 사람들에게 이혼 소식을 던져 준다는 건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가. 아내의 복잡한 심리가 내 마음처럼 느껴진다.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다. 배신감에 이성을 잃은 아내는 이번엔 상간녀의 집으로 찾아가 그 부모 앞에서 행패를 부리고 그 집 살림살이를 부순다. 이건 아마도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남편이 바람났다고 저렇게 분을 풀 수 있는 아내가 몇이나 될까. [전문 보기: ‘부부의 세계’에는 없고  ‘결혼 이야기’에는 있다]

 


임지원 주부. 딸 둘과 남편, 넷이서 경기도 일산에서 씩씩한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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