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다메섹 도상에서 바울에게 무슨일이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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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다메섹 도상에서 바울에게 무슨일이 있었는가
  • 톰 라이트 | N. T. Wright
  • 승인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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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심리학의 질문이 아니다. 역사의 질문이다.

평전

Conversion on the Way to Damascus, Caravaggio, 1601, Cerasi Chapel, Santa Maria del Popolo, Rome
Conversion on the Way to Damascus, Caravaggio, 1601, Cerasi Chapel, Santa Maria del Popolo, Rome

빛이 눈을 멀게 하고, 하늘에서는 음성이 들려왔다. 카라바조[1571-1610. 이탈리아 화가. 인간의 감정과 신체를 빛의 효과를 활용하여 표현했다]의 걸작이 묘사하는 모습이다[76쪽 그림]. 그 도를 핍박하던 자가 그 도를 전하는 자가 된다. 내가 속한 교회를 포함하여 서구의 많은 교회가 해마다 1월 25일을 바울 회심 축일로 기념한다. 이 사건은 일종의 문화적 은유가 되었다.

전통과 세상 사람들의 관습이 합세하여 다소의 사울에게 일어난 일을 유명하면서도 불분명한 일로 만들어 버렸다. 사도행전이 (흥미롭게도 매번 변화를 주면서) 세 번에 걸쳐 이야기하는 이 사건은 분명 아주 중차대하다.

바울이 그가 쓴 서신에서 언급하는 그의 자서전 같은 내용을 보면, 분명 그날 그에겐 상당히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그 일은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프로이트 이후 한 세기가 지나니, 이제는 우리가 모두 아마추어 심리학자다. 다메섹(마다스쿠스)이 실제로 어디 있는지 아주 어렴풋이 알 뿐인 허다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된 ‘다메섹 도상’(다메섹으로 가는 길, road to Damascus)은 사람들을 심리학적 사색에―심리학적 환원주의에―빠뜨리는 달콤한 유혹이 되었다.

그날 사울의 생각과 마음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대체 무엇이 열심을 앞세워 그 도를 핍박하던 사람을 열심을 다해 그 도를 전하는 사도로 바꿔 버렸을까?

숱한 이론이 나왔다가 사라졌다. 사울이 본 환상은 ‘실제로’ 그의 거듭난 인격이 첫발을 내딛은 순간이었다. 아니, 그 순간은 스데반에게 돌을 던져 죽일 때 그에게 남아 있던 죄책감이 다시 그를 찾아와 괴롭히게 된 때였다.

아니, 어쩌면 그 순간은 한 젊은이의 내면에 자리한 욕망과 거룩함을 엄격히 지키라는 외부의 요구 사이에 존재하던 긴장이 결국 폭발할 때 찾아올 법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것은 간질 발작이었다.

아니면, 그저 한낮에 뙤약볕 아래에서 탈수 증상이 일어나는 바람에 그런저런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렇게 정반대 각도에서 바라볼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런 정도의 일이 아니라 더 큰 의미를 지닌 사건이라면, 그런 사건이라면 어찌될까?

사실, 이런 종류의 이론들은 네온사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갑자기 네온사인을―그것도 어떤 외국어로 쓴 네온사인을―만났을 때 일어나는 일과 조금 비슷하다. 이런 사람들은 이런 네온사인이 뭔가를 말하고 있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이것이 대체 어떻게 켜지는 건지 알아내는 데 시간을 다 쓴다.

엉뚱한 구석이 있었던 영국 시인 존 베처먼[1906-1984. 일상의 서정을 잘 묘사했던 시인으로 1972년부터 영국 계관시인]은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바울은 자주 비판을 받는다네,
그의 회심이 못마땅한 현대인에게.
그들은 프로이트가 그걸 다 설명했다 말하지.
그러나 그들은 내버렸네,
그 회심에서 진짜 중요하고 중요한 부분을.
그 회심이 어떻게 이루어졌느냐가 아니라,
바울이 믿었던 것이 무엇인가, 바로 그것이 중요하지.

 

공교롭게도 베처먼은 “바울이 믿었던 것이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아주 좋은 일을 하지 않지만, 그가 말하는 요지는 옳다. “그 회심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묻고자 하면 바울의 심리를 연구해야 할 수도 있고 그럴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결국 그건 잘못된 질문이다.

어쨌든 역사 심리학은 탁상공론을 즐기는 사람에게야 흥미로운 놀이이지만, 실제 역사 탐구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다.

이것은 잠시만 생각하면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더구나 이것은 누군가의 일생을 탐구하기 시작할 때 중요한 점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는 물론이요 훈련받은 목사나 상담자도 모두 인간이 수수께끼로 가득한 깊은 우물임을 아주 잘 안다.

우리는 오랜 세월 함께해 온 벗, 혹은 심지어 남편이나 아내와 지내 오면서,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그 깊고 깊은 내면, 그러니까 어떤 문화는 ‘마음’이라 부르고 또 어떤 문화는 ‘영혼’이라 부르는 그것의 내면을 조금이라도 보게 되면, 당장 지금이라도 놀랄 수 있고 심지어 충격까지 받을 수도 있다.

상담자를 완전히 신뢰하여 상담자와 동일한 문화 가설 및 영적 가치를 공유할 때도, 십중팔구는 상담자가 자신과 상담하는 이의 내면에 자리한 그 인격의 뿌리, 깊고 깊은 곳에 자리한 동기의 원천, 잠들지 못하는 밤이나 무기력한 나날을 만들어 내는 어두운 고통에 다다르기가 사람들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그러니 2천 년 전에 우리 문화와 생판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았던 사람을 들여다보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그렇게 들여다볼 수도 없지만, 사실은 역사 전반을 서술할 때처럼 누군가의 전기를 서술할 때도 그런 종류의 연구는 다행히 필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가 인간 내면의 동기를 연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일어난 일’을 이야기할 때 사진기나 녹음기가 담아내는 차원의 것만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역사가와 전기 작가는 현재 밝혀낼 수 있는 여러 차원의 동기를 연구할 수 있고, 그런 동기를 연구할 수 있으면 연구해야 하며, 특별히 한 문화를 관통하거나 한 정치 지도자 혹은 고립된 개개인의 생각을 관통하는 내재된 내러티브를 연구해야 한다.

미군과 영국군 그리고 이들의 동맹군은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준비하기 전에 그와 같은 일을 시도했다. 탐구심이 강한 미국 작가 두 사람이 20세기에 미국 대통령을 지낸 이들이 (영화와 TV쇼 그리고 연재만화 속에서 등장한) 대중문화 예술인 가운데 좋아하는 이로 꼽은 이들을 조사한 보고서를 만들어 냈다. 대통령들은 이 사람 저 사람 할 것 없이 ‘캡틴 아메리카’, 론 레인저, 그리고 이와 비슷한 인물들 이야기를 좋아했다.

이런 이야기를 보면, 주인공이 어려움에 빠진 공동체에 평화를 되찾아주고자 법의 경계를 넘어 활동을 펼친다. 이런 내러티브는 걱정을 자아낼 정도로 비슷해 보였다. 그것은 정신분석이 아니라 동기를 연구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원칙상 사람들이 특정한 행동을 하게끔 몰아붙이는 내재된 내러티브를 면밀히 조사하면 된다. 

또 하나 예를 들어 보면, 1차 대전을 연구하는 역사가들도 그런 일을 했다. 우리는 역사가이기 때문에, 독일, 러시아, 폴란드, 세르비아, 프랑스, 그리고 다른 관련 국가 지도자들, 혹은 심지어 무뚝뚝하고 오만했던 당시 영국 외무장관 에드워드 그레이의 정신을 분석할 필요가 없으며, 그들의 정신을 분석하려 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역사가는 원칙상 이런 사람들이 한 말과 행동이 목적의식, 자기 국가의 정체와 의무에 관한 이해, 바로 잡아야 할 과거의 잘못을 담은 내러티브, 그리고 몇몇 경우에 해당하지만, 역사에서 반드시 붙잡아야 할 중요한 순간이 도래했다는 의식을 어떤 식으로 표명했는지 자세하게 조사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우리는 왜 아주 많은 나라에서 아주 많은 사람이 모두, 거의 같은 때, 유럽에는 한바탕 활기를 불러일으킬 전쟁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는지 연구해 볼 수 있다. 이것은 심리학이 아니다. 이는 인간이 어떻게 하다 그런 선택을 했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역사를 연구하는 일이다. 역사는 그저 사건만 다루지 않고, 동기까지 다룬다. [전문 보기: 그날 다메섹 도상에서 바울에게 무슨일이 있었는가]

 


톰 라이트 신약학자, 기독교 역사가, 성공회 사제.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 「광장에 선 하나님」, 「이것이 복음이다」, 「혁명이 시작된 날」의 저자. 이 글은 그의 책 「바울 평전」의 일부를 비아토르의 허락을 받아 다시 엮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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