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의 음식법은 '건강'지침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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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위기의 음식법은 '건강'지침서가 아니다
  • 장세훈
  • 승인 202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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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거룩'을 위해 주신 말씀이다

“나는 여호와 너희의 하나님이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몸을 구별하여 거룩하게 하고 땅에 기는 길짐승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더럽히지 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고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이는 짐승과 새와 물에서 움직이는 모든 생물과 땅에 기는 모든 길짐승에 대한 규례니 부정하고 정한 것과 먹을 생물과 먹지 못할 생물을 분별한 것이니라.”

레위기 11:44-47

 

년 전 한국 선교사님들의 구약 강의를 위해 잠시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호텔에 머무르면서 그곳 기독교 방송에서 어느 목사의 설교를 듣게 되었다.

그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해 레위기 11장의 음식법을 미리 준비하셨다고 주장하면서 베이컨 같은 돼지고기 가공 식품이 건강에 유익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구약의 음식법에 대한 중요한 신학적 의미는 간과한 채 건강의 이슈만으로 본문을 적용하는 성경해석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구약의 음식법에 대한 이 같은 잘못된 이해는 한국 목회자의 설교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나아가 어떤 목회자는 레위기 11장에 등장하는 정한 짐승의 특징을 주관적으로 알레고리화시켜 영적으로 적용하려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과연 레위기 11장의 음식법을 오늘날 문자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또한 이 본문을 알레고리적 해석 방식을 통해 영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정당한 것일까?

레위기 11장의 음식법에 대한 이 두 가지 잘못된 해석의 문제점을 간단히 살펴보고, 이 음식법이 강조하는 올바른 신학적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건강 지침서?

레위기 11장에 소개되는 부정한 짐승의 목록에는 주로 현대인의 식재료로 사용되는 것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돼지고기와 낙지 같은 음식들은 오늘 우리의 식단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이지만 레위기 11장의 음식법은 이런 식재료의 사용을 금지한다.

그렇다면 왜 하나님은 이런 음식을 금지하셨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일부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이런 금지 목록이 우리의 건강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해석한다.

이들은 돼지의 몸에 기생충이 많이 서식하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갯벌과 맞닿아 살아가는 낙지 같은 연체동물은 박테리아균에 노출되어 위험하다고 본다. 그러나 현대의 발달된 위생 처리 기술은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하고 있다.

돼지고기를 완전히 살균하여 기생충을 없앨 수 있고, 연체동물의 박테리아균도 깨끗하게 살균할 수 있다면, 돼지고기와 낙지는 먹어도 될까?

더욱이 신약의 본문들(예를 들면, 딤전4:4)은 구약에서 금지한 부정한 음식을 허용하고 있다. 레위기 11장의 부정한 짐승들이 건강에 유해하다면 신약에서 이런 짐승의 식용을 허락하고 있음은 설명하기 어렵다.

 

영적 삶의 지침서?

목회자가 본문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쉽게 빠져드는 함정이 바로 알레고리적 해석이다. 알레고리적 해석은 본문의 문맥을 무시한 채 주관적인 적용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레위기 11장의 음식법은 정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을 구별하는 기준으로서 “되새김질”의 유무를 강조한다.

실제로 많은 목회자들이 “되새김질”을 “말씀묵상”으로 적용한다. 되새김질 하지 못하는 돼지는 주로 청결하지 못한 곳에서 자리기 때문에 정결한 하나님의 백성의 상태와는 어울리지 않는 불결함을 상징한다고 본다.

그러나 레위기 11장의 음식법에는 동물의 “되새김질”뿐만 아니라 “굽의 갈라짐”, 어류의 “비늘과 지느러미”, 조류의 “두 날개와 두 다리”의 유무에 따라 정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이 나누어진다. 되새김질이 정한 백성의 특징인 “말씀 묵상”을 가리킨다면, 나머지 기준들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가?

어떤 목회자는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하늘을 향하고 있음에 착안하여 하나님만을 향하는 이스라엘의 영적 상태를 의미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도들은 본문의 문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해석자의 주관적인 입장에 따라 마음대로 적용될 수 있는 자의적 해석의 위험성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전문 보기: 레위기의 음식법은 ‘건강’ 지침서가 아니다]

 


장세훈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학 교수이며 「한권으로 읽는 이사야서」와 「내게로 돌아오라」 등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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