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무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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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무의 감사
  • 홍승영
  • 승인 20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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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 가지__홍승영 목사의 목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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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의 잎을 마르게 하고 열매도 떨구는 병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원인이 되는 곰팡이 균은 4월에 잠입한 후 교묘하게도 여름 장마동안 은밀히 세력을 키운다.

그리고 감 열매가 성숙하는 8월 하순에 발병하여 모든 열매와 잎을 떨군다. (말 그대로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병세가 드러났을 때 인간이 손 쓸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지금 우리교회 마당 한편에서 30년 넘게 자라온 나무는 10월이 되기도 전에 잎 하나 남지 않게 모든 것을 떨구었다.

유난히 길었던 올 여름의 장마도 병세를 키운 원인일 것이다. 축축한 구두 속 무좀 곰팡이 같은 그놈들이 나무를 장악했다. 가을마다 풍성한 열매를 자랑하던 나무를 거의 죽은 나무가 되어 생사를 확신할 수 없게 만들었다.

추수감사절이면 노인과 어린이들이 모여서 “옛날에 할아버지 목사님이 심으신 나무에 올해도 많은 열매가 맺혀 우리가 먹게 되었고, 우리가 심는 나무는 30년 뒤에 태어날 우리 자녀들이 먹게 된다”고 했던(2018년 12월호 ‘요셉의 가지’) 감 따기 행사는 맞은편에 있던 단감나무로 옮겨서 한 달 일찍 진행해야 했다(단감나무는 더 일찍 수확한다).

천국에 계신 할아버지 목사님은 10월에 거둘 단감나무와 11월에 거둘 대봉 감나무를 서로 떨어트려 심으셨다. 좁은 공간의 발가락과 다르게 탁 트인 화단에서 두 나무는 서로에게 해롭지 않았다.

많은 열매 맺은 감나무보다 이파리 하나 남지 않은 감나무에 마음이 쓰이는 것은 당연하다. 베어 낼 상황이라서 침울했는데 ‘한 번 살려보기로’ 결정한 이후로 나무에 대한 애정이 쏟아졌다.

열매를 딸 때마다 조금은 미안했던 것은 주는 것도 없이 가져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는데, 이제 열매가 없게 되자 나무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졌다. 화려한 열매를 잃은 아픈 나무는 우리 중심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사랑을 드러냈다.

우리는 긴 장마를 이기고 어김  없이 열매를 내어준 건강한 나무로 인해 감사했고, 가난한 나무가 되어 우리 속에 사랑의 각성을 준 아픈 나무로 인해 더욱 감사했다.

화려함은 진실을 가리기도 한다. 왕가의 화려함 속에 있는 처참한 암투 같은 것 말이다. 사람들은 화려한 왕실의 문화와 혈통에 감각이 마비되지만, 진정 위대하고 영원하신 왕의 혈통은 보잘 것 없는 나그네로부터 시작한 집안이었다.

게다가 마태는 예외적으로 험악한 삶을 살았던 네 여인을 위대한 혈통에 콕 집어넣어 기록한다. 네 여인은 마른 막대기와 같아서 하나님의 한결같으신 관심과 사랑을 유리창처럼 전해 준다. 

예수님의 계보에 등장하는 첫 여인으로 마태는 다말을 언급했다. 유다의 며느리 다말은 두 남편을 차례로 잃었다. 분명 엘과 오난이 악해서 목숨을 잃은 것인데 시아버지 유다는 며느리를 탓했다. 다말은 서리 맞은 감나무처럼 모든 것을 잃고 친정으로 쫓겨났다. [전문 보기: 두 나무의 감사]

 


홍승영 서울 송파구에 있는, 요셉의 무성한 가지처럼(창세기 49:22)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참되고 아름다운 가지가 되기를 소망하는 장지교회 목사. 스무 살에 어린이 설교를, 서른 살에 어린이방송을 시작했고, 마흔을 조금 넘긴 나이에 담임목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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