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S. 루이스의 ‘이야기 책’의 위험성과  이에 대한 효율적 방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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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의 ‘이야기 책’의 위험성과  이에 대한 효율적 방어 전략”
  • 김진혁
  • 승인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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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C. 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의 이야기와 형식을 차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서  평

이야기에 관하여_C. S. 루이스_홍종락 옮김_홍성사 펴냄
이야기에 관하여_C. S. 루이스_홍종락 옮김_홍성사 펴냄

친애하는 팀장님께

요즘 인간들이 삶의 의미를 못 찾고 근근이 사는 모습에 팀장님께서 오랜만에 썩은 미소를 지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도 정시퇴근과 주말을 포기하고 기가 쪽쪽 빨리며 일한 보람을 느낍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갈등이 터지고, 남녀노소 입에 살기 힘들다는 한탄이 가득합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의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란 아름다운 찬양을 입에 달고 산다지요? 팀장님께서 펼치신 지략이 정치, 종교, 교육, 경제할 것 없이 성공하지 않는 곳이 없어 보입니다.

이 기회를 빌려 드리는 말씀이지만 팀장님께서 ‘지옥 직속 한국 유혹자 지부’로 발령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느꼈던 뼈가 녹아내리는 기쁨이 과연 헛되지 않았습니다.[1] 스크루테이프님 이후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악마다우십니다. 

[1] C. 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 등장하는 선임 악마와 비슷한 어투를 사용하는 ‘지옥 직속 한국 유혹자 관리팀장OOO ’의 불가사의한 존재는 다음의 편지가 블로그 ‘번역가 홍종락의 서재를 소개합니다’에 공개되며 일반에 알려졌다. 홍종락, “고작 한 권의 책이 갖는 위험에 관하여.”

 

물론, 인간을 유혹하던 스크루테이프님의 전략이 잘 먹혔던 때도 있었습니다. 요즘 그분은 근사한 카펫이 깔린 깔끔한 사무실에서 빳빳한 흰 와이셔츠를 입고 서류만 보고 있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지 팀장님 급의 노련함이나 악랄함을 더는 보여줄 수 없더군요.[2]

[2] C. S. 루이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홍성사, 2005), 222쪽 참고. 

 

현장감을 다 잃어버린 꼰대가 자기 생각대로 일이 안 풀리면 부하들에게 시말서를 쓰라는 둥 잡아먹겠다는 둥 시도 때도 없이 위협한답니다. 덕분에 그 밑에서 일하는 제 연수원 동기 악마가 지옥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다지 뭡니까.

게다가 팀장님처럼 교활하고 유능한 악마는 쳐내고, 매번 실수만 하는 무능한 자기 조카를 밀고 있으니 누가 그를 제대로 된 상급 악마로 인정하겠습니까. 

말이 나와서 말인데 스크루테이프님이 조카 웜우드에게 보냈던 편지 서른한 통이 유출되면서 우리의 일급 유혹술이 인간에게 공개되었던 사고 기억하시지요? 사무실에서 펜대나 굴리다 후배 악마 밥줄을 끊어놓을 참사를 벌리고도, 정작 자신은 그 실수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악마가 되어 으쓱거리며 돌아다니는 뻔뻔한 꼴을 못 봐주겠습니다.

스크루테이프님이 자신의 유명세를 높이려고 일부러 편지를 흘렸다는 의혹도 꽤 그럴듯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오랜만에 편지로 보고를 하려다 화제가 다른 곳으로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뒷말과 험담만큼 악마의 호기심을 살찌우는 것이 없으니 팀장님도 내심 즐거우셨으리라 기대합니다.

이제 쥐새끼가 더러운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듯 본론으로 재빨리 들어가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대형 사건이 한국에서 터졌습니다. 그 이상한 나라에서 원수를 사랑하는 이들이 작당해서 벌리는 일은 정말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3]

[3] 악마 스크루테이프는 그리스도인의 하나님을 “원수”로, 악마들의 우두머리는 “지하 깊은 곳에 계신 아버지”라고 부른다. 수신인과 발신인이 모두 악마인 이 편지에서도 이러한 표현이 그대로 사용된다. 

[전문 보기: “C. S. 루이스의 ‘이야기 책’의 위험성과  이에 대한 효율적 방어 전략”]

 


김진혁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조직신학, 철학, 윤리를 가르치고 있다.  「순전한 그리스도인: C. S. 루이스를 통해 본 상상력, 이성, 신앙」(IVP), 「질문하는 신학」(복있는사람), 「신학공부」(예책)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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