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 속에  숨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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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 속에  숨어 있(지 않)다
  • 조던 K. 몬선
  • 승인 20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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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번역은 적절한 말을 찾는 것을 넘어서는 일이다.

BIBLE

헤드폰을 넣어 둔 가방으로 손을 뻗었다. 작고 하얀 그런 것이 아니라, 내 가방 깊숙이 들어 있는 커다란 반구형 헤드폰 말이다. 비좁은 카페의 내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두 영혼이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강의실에서나 어울릴 법한 큰 소리로 대화하고 있었다. 

가방으로 향하던 내 손이 멈추었다. 내가 대화를 엿듣고 있는 게 아닌가! 듣고 있자니, 짜증은 슬그머니 공감으로 바뀌었다. 

의자로는 부족했던지, 한 여자는 벽에 딱 기대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암과 의학적 파산―몸과 돈이 동시에 바닥났을 때 삶을 파탄으로 몰아가는 그런 종류의 사건―에 관해 얘기했다. “하나님과 사탄이 나를 두고 내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 얘기 끝에 이렇게 말하며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듣고 있을 대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헤드폰을 썼다. 그러나 그녀의 말, ‘하나님과 사탄이 나를 두고 내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가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욥기 1장에서, 영어 역본들이 두루 받아들이고 있듯이, 사탄은 하늘 법정으로 걸어 들어간다. 하나님은 욥이 의로운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신다. “이 세상에는 그 사람만큼 흠이 없고 정직한 사람, 그렇게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욥기 1:8)

그러자 사탄은 욥이 그렇게 의로운 것은 하나님이 부와 건강으로 그에게 복을 주셨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것들을 그에게서 거두시면, “그는 주님 앞에서 주님을 저주할 것”이라고 사탄은 말한다. 하나님이 사탄에게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그를 너에게 맡겨 보겠다. 그러나 그의 생명만은 건드리지 말아라!”(욥 2:6)

역사 이래 수많은 독자들이 이 본문을 읽었고, 머리를 쥐어짰다. 사탄이 어찌 여호와 앞에 서는 것을 허락 받을 수 있는가? 어찌 사탄에게 하나님께 도전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가? 욥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 갈 수 있는 사탄이라면, 우리에게도 똑같이 하지 않겠는가? 사탄과 하나님이 내기를 한다? 

 

악마? 

현대 욥기 주석서들―심지어 보수적인 복음주의 주석서들도―은 욥기에 “사탄”이라고 나와 있는 그 등장인물을 달리 번역해야 한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The Hebrew and Aramaic Lexicon of the Old Testament(HALOT, 히브리ㆍ아람어 구약 사전)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이웃들의 문학에는 현자들이 왕의 궁정에서 지혜를 제시하는 이야기가 많다. 그 이야기에는 으레 한 인물이 등장한다. “악역” “고발자” 또는 “도발자”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궁정 안으로 들어가려고 굳이 담장을 뛰어넘지 않아도 되었다.

그는 초대 받지 못한 손님이 확실히 아니었다. 그는 왕의 이익을 위해서 고용된 고문(조언자)이었다. 그에게 맡겨진 일은 다른 현자들의 직무와는 상당히 달랐지만 말이다. 

오늘날의 전략가나 컨설턴트의 역할과 다를 바 없던 그 악역의 일은 왕의 계획을 이리저리 들쑤셔 그 실패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었다. 그 일의 핵심은 왕의 궁정에 있을 수 있는 오류를 찾아내어 그 계획이 실제로 적용되었을 때 왕의 체면을 구기거나 전쟁에서 패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의 모든 이웃에게 이런 이야기와 인물이 있었다면, 히브리 민족이라고 없었을까? 

구약에서 이런 고발자를 가리키는 말이 ‘하사탄’hassatan―그 사탄―이다. 이것은 이름이 아니라 직책이다. 신명기 18:20의 “선지자”와 전도서 1:1의 “전도자”가 특정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역할이듯이, ‘하사탄’도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인물들이 맡은 역할이었다. 

‘하사탄’은 악한 인물이 흔히 맡았다. 그러나 의로운 인물이 그 역할을 맡을 때도 있었다. 민수기 22장에서는 주님의 천사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발람에 대적하는 그 사탄 역을 했다.  

욥기의 경우에 그 인물은 악마가 아니라 “악마의 대변자”devils's advocate였다. 그가 거기에 있었던 것은 하나님이 가끔 실수도 하시는 분이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은 의인이 하나님을 찬양하고 선한 일을 행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주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이다. 

맥매스터 신학교 구약학 교수 어거스트 콘켈August Konkel이 나에게 말했듯이, “‘하사탄’을 악마로 간주하면 하나님과 악마가 사람의 생명에 대해서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고, 때로는 사탄이 [하나님을] 이긴다는 이원론을 심어줄 수 있다.” 욥기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 삶의 모든 사건들을 통제하시는 거룩하고 전능하신 하나님에 대한 개념”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천 년 동안 번역자들은 (심지어 구약을 그리스어로 번역한 랍비들조차도) “그 사탄”이라는 용어를 악마의 우두머리the Devil를 가리키는 말로 여겼다. 그래서 ‘그 사탄’에서 “그”the가 제거되고, 사탄의 첫 글자가 대문자로 적히면서 고유명사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된 데는 이해되는 면도 있다. 초기 번역자들은 고대 근동의 궁정에 악역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것은, 자신이 쓴 주석서에서 ‘그 고발자’는 “악마가 아니다”라고 밝힌 현대의 욥기 학자들이 가장 널리 보급된 영어 성경의 번역위원회에 속해 있는 욥기 학자들과 동일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성경들에서 그 고발자는 대문자 S로 시작하는 사탄으로 그대로 남아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한 가지 핵심 이유는 번역위원회가 태생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안에 깊은 의욕 같은 것이 있습니다.” 마크 스트라우스 NIV 성경번역위원회 부위원장이 말했다. “진리의 보고인 교회의 전통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하나님의 말씀을 다룰 때, 우리는 제롬의 불가타역 이래로 전 세계가 택한 해석을 조금이라도 고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전 역본을 수정하려면 번역위원회 절대다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번역위원회의 욥기 학자들이 동의하더라도, 욥기 전공 밖에 있는 성경학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는 곧 전통에 반하는 변화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일을 하게 되면, 거물이 될 수 있다. [전문 보기: 악마는 디테일 속에  숨어 있(지 않)다]

 


조던 K. 몬선 트리니티 신학대학원 박사과정 학생. 상투메 프린시페에서 성경 번역 컨설턴트 사역을 했다. 미네소타 세인트폴 소재 캐피털 시티 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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