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가리는 위장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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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가리는 위장막
  • 박동욱
  • 승인 2011.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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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야곱 DNA 김기현 | 죠이선교회 | 258쪽 | 2011년 2월

마음이 편치 않다. 야곱은 아버지를 속이고 형이 응당 받아야 할 축복을 가로챈 녀석 아닌가. 나 역시 생물학적 장남인지라 아마도 이렇게 심사가 뒤틀리는가 보다. 예수가 말한 탕자의 비유도 그렇고, 왜 둘째들은 이렇게 막 나가도 별 탈 없이, 오히려 더 잘 되는가 말이다. 더군다나 ‘인의예지’를 강조하는 유학의 강력한 자장 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에게 그런 협잡꾼이 축복을 받는 것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김기현 목사는 묻는다. 과연 그런가. 당신이 에서인가.

며칠 전 잠에서 깨어 어렴풋이 이런 기도를 드린 것 같다. “하나님, 미안합니다. 제가 참 이 정도 밖에 안 되네요.” 정확하지 않지만 그런 투였다. 그런데 하나님은 당연한 걸 묻느냐는 식으로 “내, 안다. 새삼스레 왜 그러느냐. 대단하다고 생각 안했는데….”라며 푹 찔렀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 말이 나를 웃겼고, 나는 가벼워졌다.

김기현 목사는 꼬집는다. 야곱에서 출발하자고. 위장막을 벗고 솔직한 모습으로. 그러면서 가나안 지역 곳곳에 찍힌 야곱의 발자국을 추적한다. 총 10장의 부제가 모두 대결 구도다. 영화로 치면 성격 변화가 뚜렷한 인물인 야곱이 내면에서 혹은 관계에서 부딪힌 주제들이다. 하지만 그러한 갈등을 성경 이야기에 가두지 않고 김기현 목사 자신의 주변과 여러 책을 인용하면서 씨줄과 날줄로 엮어 야곱을 입체로 분해한다.

레아를 라헬로 잘못 알고 침실로 들이는 야곱은 이삭을 속였던 자기 방식대로 속는다. “야곱을 다루시는 하나님의 방법은 야곱보다 더 까다롭고, 더 냉혹하고, 더 욕심 많고, 더 간교한 사람에게 야곱을 맡겨놓는 것이다. 이렇게 하심으로써 하나님은 다른 사람을 통하여 자신에게 있는 증오스런 단점들을 야곱이 발견하고 깨닫도록 하신 것이다.” 이러한 발견이 가득하다. 말년이 쓸쓸했던 리브가는 성경에서 그 죽음조차 언급되지 않음으로 일종의 심판을 받는다. 왜 그렇게 됐을까. 야곱의 장자권 축복으로 원하는 것을 꽉 움켜잡은 듯 보였던 그녀가 왜…. 발견의 연속이다.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를 다르게 하기가, 더군다나 의미 있게 하기가 쉽지 않은데 「내 안의 야곱 DNA」는 썩 괜찮게 이를 성취한다. 지금도 나를 이끄시는 하나님을 의식하면서 내 안의 야곱을 응시해본다. 몇 천 년이 지나도 그 관계는 변함이 없다.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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