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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의 다양한 모습내 인생에 영향을 끼친 사람들의 한 가지 공통점
필립 얀시  |  Philip Yanc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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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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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에 나는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들의 목록을 적어 보았다. 그들 모두에게는 내가 본받고 싶은 점들이 많이 있었다. 목록을 한참 들여다보니 놀랍게도 그들 모두 겸손함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동안 나는 겸손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내게 겸손이란 단지 부정적인 자기 이미지를 표현한 것에 불과했다. ‘겸손한’ 그리스도인들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들을 때마다 “제가 한 것이 아니라 주님이 한 것이지요”라는 말로 받아치면서 비굴한 척하는 것 같아 보였다. 괴짜 수학 천재인 한 친구가 말하기를 겸손한 사람들이란 그저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와도 그저 참고 삼켜버리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리고 스스로 겸손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겸손한 사람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비굴하지도, 자신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도 않다. 위대한 과학자, 뛰어난 시인,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한 신학자, 어느 누구도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들 모두 학교에서는 뛰어났고, 각종 상을 휩쓸었으며 자신의 은사와 능력을 의심할 이유가 거의 없었다. 그들에게 겸손이란 타고난 은사와 능력들에 대해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려드리는 것이며 또한 그러한 은사와 능력을 하나님을 섬기는 데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이교도 사상가들은 겸손을 높이 평가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세속적인 철학가들은 성취와 자립을 미덕으로 높이 평가했다. 반면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끼게 하는 모든 것들을 매우 위험한 유혹이라고 여겼다. 대신 그리스도인들은 정직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도록 서로 격려한다.

예수님은 자신의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에 대해서 스스럼없이 말씀하신다. 신약 성경이 아니라면 어떤 책을 통해 광야에서 겪은 외로운 유혹과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괴로움을 읽을 수 있겠는가. 사도 베드로는 마가복음에서 거의 최악의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마가복음은 대부분 베드로가 목격한 사실에 의존해 기술된 것이다. (마가복음의 저자인 마가 요한은 예수님이 붙잡히는 장면에서 벌거벗은 채 도망가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기독교의 대표적 영웅인 요한과 베드로는 사복음서 모두에서 가장 엄한 꾸지람을 받고 있다. 바울 또한 마찬가지인데, 육체의 가시를 통해 배우면서 자신의 연약함이 바로 하나님의 강함이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자랑한다.

겸손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나의 첫 번째 고용주는 신출내기 작가였던 나를 인내심을 갖고 친절하게 대함으로써 겸손을 보여주었다. 그는 내 글을 놓고 첨삭하는 것이 글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공들여 납득시켰다. 그러기 전에는 절대로 내 글을 편집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사명이 단지 글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작가를 키우는 것이라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또 다른 영웅들은 무시당하고 천대받는 사람들을 찾아서 섬김으로써 겸손을 보여주었다. 전도유망했던 젊은 의사에서, 나병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인도로 날아가 인도 최초의 정형외과의사가 되었던 폴 브랜드 박사가 생각난다. 그리고 노틀담, 예일, 하버드 대학의 교수를 거친 후, 마지막에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의 지능지수의 반에 반도 못 미치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생을 마친 헨리 나우웬이 있다. 이 두 사람은 내게 낮아지는 삶이 의미 있고 참된 성공을 끌어낸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모든 미국인들은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자마자 자신이 속한 당에서마저 외면당한 후 어떻게 그 수치와 굴욕에 대처했는지를 지켜보았다.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의 지도자였지만, 퇴임 후 카터 대통령은 골프를 치거나, TV 토크쇼 출연 등은 자제하면서 직접 연장을 들고 해비타트 운동에 동참했다.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전 세계에서 일어난 분쟁과 갈등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때마다 카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카터 대통령은 피스메이커로서 전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았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뭇 사람의 끝이 되며 뭇 사람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고 말씀하셨다. 나중에 바울은 더 놀라운 은유로 그 원리를 확장해서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이 몸 가운데서 더 약하다고 여기는 지체가 오히려 더 요긴합니다. 그리고 몸 가운데서 덜 귀하다고 생각하는 지체들을 더욱 귀한 것으로 입히고, 볼품 없는 지체들을 더욱더 아름답게 꾸며 줍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지체들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몸을 골고루 짜 맞추셔서 부족한 지체에게 더 큰 존귀함을 주셨습니다(고전 12:22-24, 표준새번역).

나는 한 번도 설교자가 감히 “아름답지 못한 지체”라는 표현을 들먹이며 더욱 귀한 것으로 입혀준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우리 몸 중에서 몸의 잡다한 관리를 담당하는 숨은 일꾼을 고르라면 신장과 대장을 고르겠다. 사람들은 눈이나 머리카락 등 눈에 보이는 신체 부위에는 엄청난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나 대머리인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눈이나 모낭이 없어도 충분히 풍요하고 만족스런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신장이나 대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람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단 몇 시간밖에 버티지 못한다.

아인슈타인의 방에는 평생 두 사람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바로 과학자 뉴튼과 맥스웰의 사진이었다. 하지만 생의 말년에 아인슈타인은 그 초상화들을 떼어내고, 알버트 슈바이처와 간디의 초상화를 걸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나중에, 성공이 아닌, 겸손한 섬김의 역할 모델이 필요했었다고 말했다. CT

Philip Yancey, Humility's Many Faces CT 2000.12.4; CTK 20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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