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 정지영의 '너 잘 만났다!'
공개된 비밀, 사심「오픈 시크릿」 레슬리 뉴비긴 | 홍병룡 옮김 | 복있는사람
정지영  |  CTK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2.05.23  
트위터 페이스북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구글 msn

 

심’(私心)없는 글이 있을까? 학문에 중립이란 없으며 모든 문화적 활동이 종교적인 것은 기정사실

   
 

이다. 이를 약간 변형해 모든 일에는 사심이 있기 마련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사심에도 종류가 있다. 공공성을 지향하는 유익한 사심도 있고 말 그대로 철저히 사사로움을 지향하는 마음도 있다. 개인적 차원의 사심은 지양하고 공익적 차원의 사심은 지향해야 한다. 여기에 사심을 표출하는 방식을 더해서 생각해보자. 공익적 사심을 분노나 비아냥거림 같은 부정적 방식으로 표출한다면 어떨까? 그래도 괜찮을까? 점점 복잡해진다. 서론이 길었다. 이유가 있다. 본 서평을 쓰면서 개인적 경험을 떠올리니 아무래도 사심 가득한, 그러면서도 부정적 표현이 제법 쏟아지는 서평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모쪼록 독자들이 분별력을 발휘해 서평자의 사심은 걸려내고 책의 장점과 유익만을 챙길 수 있기 바란다. 이제 시작해보자.

언제 우리가 선교를 교회와 분리해 이해한 적 있던가? ‘선교하지 않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자생력을 가진 이후 그런 인식이 한국 교회에서 빈약했던 적 있던가? 내가 알기로는 거의 없다. 오히려 복음의 온전한 의미를 축소하고 복음의 본질을 희석한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한국교회는 지나치게 선교 지향적 모습을 보였고 종교적 열심만으로 균형감을 잃은 채 한쪽으로 경도돼있었다. 물론 이 말이 선교에 대한 관심을 자제하거나 등한시하자는 뜻은 아니다. 어쨌든 우리 상황이 이럴진대 선교 이론서를 또 하나 더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는 물어봄직한 질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저자가 레슬리 뉴비긴이라는 것, 그리고 ‘선교는 하는 것이지 논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반지성주의적 생각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상황 때문이다.

먼저 우리 안에 똬리를 틀고, 거듭나야 할 우리 지성을 겁박하고 있는 선교에 관한 반지성주의를 성찰해야 한다. 그 때문에 이 책의 출간을, 해당 출판사에서 곱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서평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는 별개로 일단 무조건 환영하는 바다. 침몰해가는 여객선 같은 세상에 생명줄을 던져 구원해야 한다는 선교관이 기승을 부리고, 수많은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다는 자만심으로 가득 찬 한국 교회지만, 선교를 주제로 교회 역사와 성경의 큰 그림을 한 번에 이해시키는 이런 책을 한 권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겸손해야 한다. WCC가 무슨 바알세불인 양, 용공이니 자유주의니 하며 비판하는 이들은 ‘하나님의 선교’라는 개념을 교묘하고 때로는 노골적인 사단의 전략이라 비난할 뿐 정작 선교의 넓고 깊고 풍성한 의미는 놓치고 있으며, ‘하나님의 선교’를 대신할 만한 하나님 중심의 선교신학을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픈 시크릿」은 성부·성자·성령의 삼위일체 신학과 성경에 단단히 정초해, 모든 정치적·문화적 참여를 선교로 규정하는 진보측의 하나님의 선교와 자칫 십자군식 선교로 전락할 수 있는 교회 중심의 보수측 선교신학을 교정하고 선교에 대한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의 선교에 대한 이해와 안목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이 책의 출간은 무조건 반갑다.

글쓴이가 레슬리 뉴비긴이라는 점도 이 책의 출간을 닥치고 환영해야 할 중요한 이유다. 뉴비긴은 최근 복음주의자들에게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더 발굴해야 할 저자다. “진보와 보수 양진영으로부터 존경받는 선교사”라는 출판사의 수식이 무색할 정도로 보수적 한국 교회들이 WCC 소속 선교사, 신전통주의 사상을 가진 선교사라는 평가로 철저히 외면하는 뉴비긴이지만, 신칼빈주의 전통에서 그의 선교신학을 접목하려는 여러 시도가 최근 조금씩 긍정되고 있기에 서평자의 출판사에 대한 앙금과는 별개로 책이 원활하게 판매되고 독자들의 성원 또한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책의 주제와 안목, 저자에 대한 신뢰에 비해 원서명을 그대로 옮겨온 제목과 어디서 들어본 듯한 부제(마침내 드러난 하나님의 비밀, 선교)는 무성의하고 불친절하며, 이를 지켜보자니 아쉬움과 불편함을 넘어 부아가 치민다.

차라리 원서를 직역해 “선교, 공개된 비밀” 정도만 해도 무난했을 책 제목을 추리소설 제목으로 만들어 독자와 서점 관계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복있는사람은 2000년대 초반 기독교 출판계에 뒤늦게 진입했지만 기성 출판사와는 차별화된 표지·본문 디자인, 감각적인 카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 전통(?)에서 멀어진 듯한 표지와 식상한 본문 편집은 책이 급하게 제작되었음을 엿보이는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그나마 번역자가 오랜 번역 경험이 있고 저자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덕분에 뛰어난 번역으로 선보였다는 점, 그리고 300쪽 조금 넘는 작은 책이지만 색인 작업을 꼼꼼하게 해준 점은 매우 감사하다. 꼼꼼한 색인은 편집자를 두 번 죽이지만(보통 색인이 필요한 책은 전문서인지라 비전공자인 편집자에게는 죽음의 작업이다)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해준다.

살다보면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절이 있다. 그리고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불편한 물건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옥 같았던 지난날을 떠올리게 하는 기분 나쁜 책이자 복음주의 독자들에게 꼭 챙겨 읽혀야 할 묘한 책이다. CTK

정지영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68길 98 5층  |  대표전화 : 080-586-7726  |  팩스 : 02-6919-1095
발행인 : 오정현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은홍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은홍  |  사업자등록번호 : 214-88-27116  |  통신판매업신고 : 제01-2602호
Copyright © 2017 Christianity Today Kore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