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포르노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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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포르노중독자
  • 미쉘 반 룬
  • 승인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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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탁자에 있던 플레이보이 잡지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는 아빠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아빠는 내게 자전거 타는 법, 재치 있는 말의 중요성, 여성의 몸가짐 같은 것을 가르쳐주셨다.

아빠는 멋진 분이셨지만, 나쁜 습성이 있었다.

포르노 중독이 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생각할 때, 사람들은 대개 중독자의 배우자나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포르노의 피해자는 부부나 애인에 그치지 않는다. 중독자가 자신의 나쁜 버릇을 잘 숨긴다고 생각해도, 포르노의 독성은 중독자 주변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도 새어 들어간다.

포르노는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에 걸쳐 <플레이보이> 잡지의 모습을 띠고 우리 집에 들어왔다. 아빠의 <플레이보이>는 거실 탁자 위에 엄마의 여성용 <플레이보이>와 인테리어 잡지 옆에 놓여 있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병원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교양 있는 행동으로 여기고, 저녁식사 전에는 거친 남성을 상징하는 더티마티니를 들이키고, <플레이보이>를 멋의 기준처럼 취급하던 시절에 성인이 됐다.
 

 

거실 탁자에 있던 잡지들은 우리 집에서 벌어진 일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나는 아직도, 안방에 숨겨져 있던 극도로 노골적인 싸구려 포르노 잡지를 발견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옷장 서랍과 침대 옆 탁자에 아빠가 몰래 숨겨둔 그것들을 발견했을 당시 나는 11살, 12살쯤이었다.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실 때마다 나는 별다른 제동장치 없이 방치된 그것들을 하나하나 세세히 봤다. 당시 내가 읽은 것들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잘 몰랐던 나이에 나는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이런 책과 잡지가 성인이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포르노는 내게, 어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미스터리한 판타지 세계와,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동물적 충동이라고 가르쳤다. 잡지 속의 성욕에 목말라 죽을 지경인 바비 인형들을 보고나서, 부스스한 머리에 이빨교정기를 끼고 사춘기도 아직 지나지 않은 말라깽이 소녀를 거울 속에서 보면, 나는 어찌해야할 줄 몰랐다. 중학교 2학년 때쯤, 나는 이 둘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잡지와 책에서 배운 것들을 같이 실험해볼 의향이 있는 동네 남자 아이들을 찾아 함께 실행에 옮겼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는 포르노에 노출된 어린이가 보이는 아주 흔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내 영혼에 어두운 얼룩을 남긴 것은 어린 시절 접했던 포르노와 그로 인한 실험만이 아니었다. 나는 부모님의 결혼 생활에서 포르노가 제2의 배우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아빠가 비밀스럽게 숨겨둔 것을 발견하면서 나는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됐다. 그때부터 아빠가 곁에 있으면 불편했다. 엄마 옆에 있어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어색함은 당연히 아빠 주변에 있을 때마다 더 분명히 드러났다. 마치 어떡하다 아빠의 알몸을 본 것 같았다. 실제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다.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물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질문들이 내 안에 가득했다. 아빠는 엄마를 어떻게 생각할까? 다른 여자들에 대해서는? 내가 <플레이보이>에 나오는 여자들처럼 생기지 않아서 아빠가 실망했을까?

 

 

엄마에게든, 아빠에게든, 나는 예쁘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부모님 중 한 분에게서라도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나는 무슨 짓이라도 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열을 내는 남자아이들에게 내 자신을 내어줄 때 모든 것을 주었다. 그들 중 누구라도 우리 부모님이 내게 잘못했다고 말해주길 바라면서.

아빠로서는 이상한 일이 아니겠지만, 언젠가 아빠가 결혼 전에 “경험을 좀 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빠는 내가 이미 경험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한참 후에 나는, 아빠가 내게 한 말이 엄마와 자신의 관계를 드러내는 슬픈 실상이었겠다 싶었다.

어린 시절 포르노와 함께 자란 것이 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훗날 내가 그리스도인이 되고 나서, 결혼을 하고 나서였다. 포르노에 중독된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남자들은, 진짜 남자는 섹스에 중독돼있고, 여성을 대상화해도 괜찮다고 배웠다고 말한다. 다행히도 남편은 포르노 문제를 결혼 생활에 끌고 들어오지 않았다.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잃어버린 나의 순수성과 왜곡된 자아상이 남편과 내게 지운 짐만으로도 우리 결혼 생활은 쉽지 않았다.

하나님의 치유는 놀랍다. 비록 그 기억들을 내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우진 못했지만, 이제 용서할 수 있다. 나는 용서받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빠와 엄마를 용서했다. 그리고 과거에 그런 선택을 했던 나 자신도 용서했다. 하나님이 계속 내 삶을 드러내고 고치실 때마다 나도 계속 용서한다. 남편은 내가 오랫동안 움켜쥐고 있던 크고 작은 짐들을 내려놓는 과정을 도우며, 지난 30년 간 끈기 있게 내 곁에서 함께 걸었다.

그리고 나는, 서로의 배우자가 포르노 중독이었음을 이제 깨달은 부모님에게 내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자 회복이 찾아왔다.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부모들이 부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기도와 상담, 인터넷을 이용한 감시 등 온갖 방법을 사용해서 포르노와의 전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이 기억할 것이 있다. 그들의 전쟁터는 성인들만의 전쟁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포르노의 영향은 유독가스처럼 집안 분위기 전체에 스며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의 인성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들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이 이 전쟁에서 아주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 CT

미쉘 반 룬 예수의 비유에 관한  「비유의 삶」(Parable Life)의 저자다.

[게시:201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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