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은 타자와 자신과의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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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은 타자와 자신과의 화해
  • 이진경
  • 승인 201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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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읽은 후 늘 생각하는 것은 대체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기에 책까지 썼냐는 것이다. 책을 써서 출간하는 과정은 자식을 뱃속에 품은 후 해산에 이르기까지 고락을 함께하는 과정인 데다, 많은 나무를 소비하기까지 하는 일일진대, 저자의 심장과 복부의 중심으로부터 쏟아내고 싶은 말이 무엇이기에 이런 위험을 무릅썼을까.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도쿄 산책자」에서 저자는 자신이 몸담고 생활했으면서도 늘 이방인이라고 생각했던 장소와 화해하고 싶은 욕구, 그리고 도시를 통해 자기와 자신의 사회를 발견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화해’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얻는 자유’다. 좋고 싫음, 옳고 그름의 평가를 떠나 그 장소를 있는 그대로 바라봄으로 얻는 자유다. 또한 도시는 다양한 타자를 만나는 장소다. 사람은 모르는 타자와 교류함으로써 자신의 새로운 정체를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도시는 또한 타자 속에서 발견되는 나 자신을 만나는 장소다. 이런 연유로, 그는 일본의 가장 중심적인 도시, 도쿄를 선택해 산책과 사색을 한다.

메이지 신궁에서는 글로벌화로 인한 엄청난 변화 속에 흔들림 없는 부동의 진리를 추구하는 세계의 움직임을 발견한다. 기노쿠니야 홀(연극 무대)에서는 ‘거리’를 두고 인생을 바라보며 자신의 역할을 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인생의 연출법을, 오가사와라 백작 저택에서는 일본의 서양 환상, 미국 환상, 그리고 이어지는 아시아로의 환상 등 계속되는 일본의 자기 찾기 여행을, 샤넬 긴자점에서는 세계 공통의 언어가 되어버린 브랜드 가치의 공평성과 불평등성의 아이러니를, 시나가와 수족관에서는 안전이라는 이름하에 국가권력이라는 끊임없는 시선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감시사회로 변모되어가고 있는 일본 사회의 위험성을, 진보초 고서점가에서는 시대에 알랑거리지 않고 아날로그적 세계를 고수한 고서점가에서 사색한, 책과의 조우와 인간됨의 형성 간의 관계 등, 그는 가는 곳마다 타자를, 타자가 모인 사회를, 그리고 그 타자 속에 포함된 자기 자신을 사색한다.

그의 대표작 「고민하는 힘」과, 아들의 죽음 및 3·11 일본 대지진 이후 삶의 근본적 의미에 대해 묻는 「살아야 하는 이유」에 이어, 「도쿄 산책자」에서도 그의 고민과 사색의 맥락은 일관되게 지속된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도쿄는 3·11 대지진 이전의 도쿄로, 현재 불안에 떨고 있는 도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자신에게 물리적으로 익숙한 장소를 ‘보는 자'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평소에 보이지 않던 다양한 것들을 발견케 하고, 동시에 보는 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전혀 낯선 시각, 그것이 여행의 힘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바라보는 자’로서 걸을 때 이 도시 안에서 발견되는 타자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그리고 거기서 발견되는 타자와 자신 및 사회와 어떻게 ‘화해’하게 될까. 저자는 우리에게 그것을 조용하고 겸손하게 묻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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