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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나는 폭로되는가애니메이션 <사이비>, 겉은 같으나 본질은 다른 이들을 비추다
조현기  |  park73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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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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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건설로 수몰 지역이 될 시골 마을. 더 나은 삶의 환경을 제공한다는 미명 아래 오히려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된 마을 사람들은 이주를 앞두고 불안에 휩싸인다. 마을에 남은 속사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내다볼 수 없는 미래에 갇힌 상황은 같다. 불안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신들을 빼내줄 무언가, 도피든 구원이든 안식처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가장 약해진 이 틈을 타 외지인 최경석 장로는 마을에 교회를 세워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서울에서 성철우 목사를 데려온다. 이들은 이단 사이비의 단골 메뉴인 ‘구원받을 14만 4000명’을 들먹이며 사람들을 현혹한다. 또 다른 외부인 영숙의 아버지 김민철은 이 ‘눈먼 자들만의 세상’에 끼어들어 이들만의 보이지 않는 질서를 위협한다. 실재하는 사이비를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의 전형적 전개이자 캐릭터 구축이다.

전작 <돼지의 왕>에서 ‘날것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고 비틀었던 연상호 감독의 피사계심도는 <사이비>에서 한층 더 깊어지고 적나라해졌다. 심지어 차갑고 냉소적이다. 영숙의 아버지 김민철의 대화법은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난다. 사납고 폭력적이며 모든 걸 몸으로 부딪쳐 해결한다. 딸 영숙이 대학 등록금으로 모아둔 돈을 주저 없이 도박판에 던져버린다. 딸에게조차 폭력과 폭언을 서슴지 않는다. 악인이다. <사이비>의 표면적 이야기 구조는, 악인이지만 본인이 맞고 나머지는 틀렸다고 생각하는 김민철과, 절망에 빠진 마을사람들을 구원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상금을 갈취하는 최경석 장로(와 내면이 뒤틀린 성철우 목사)가 대결하는 구도다. 여기에 지옥 같은 가정을 벗어나 서울로 가고 싶은 영숙이, 교회에서 파는 ‘생수’와 믿음이 자신을 구원하리라 믿는 폐병환자 칠성의 아내와 그런 그녀를 믿는 칠성이, 할머니가 없는 세상에서는 살 수 없는 동네 바보 성호, 예배 도중에 어릴 때 옆집에서 고추를 훔쳐 장에 내다 팔았다고 회개하는 어느 할머니…. 이처럼 각 캐릭터와 사연은 전형적이다. 이런 예측 가능한 전형성은 극을 한층 건조하고 시니컬하게 만들어 사실감을 극대화한다. 이런 정조는 최경석 일당에 동조해 현실(사실)을 부정하고 악인(이지만 극중 유일하게 옳은) 김민철을 따돌리려는 마을 사람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한다. 또한 영화의 절정과 결말에 이루어지는 급격한 캐릭터 변화가 주는 효과를 증폭시켜 더 피부에 와 닿게 만든다.

하지만 차가우리만치 냉정한 표면 밑에 깔린, 잘 드러나지 않는 ‘본질’에 접근하면 관객들은 어김없이 당황하고 불편해한다. 인간이 가장 나약할 때 어김없이 발현돼 작동하는 이기적인 자기방어기제는 타인을 적으로 돌려세운다. 마을 사람들 대 김민철, 사실(진실)을 쫓는 김민철 대 자기 왜곡으로 이를 덮어버리려는 성철우 목사와 바보 성호, 뒤틀린 욕망으로 결국 서로 적이 되는 목사 대 사기꾼 장로, 예측할 수 없이 뒤바뀌는 캐릭터의 진화를 통해 관객은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거울에 비친 성철우 목사의 모습은 괴물처럼 보일만큼 아주 불편하다. 또 김민철이 성철우 목사에게 “거울 속의 너를 봐! 이 괴물아”라고 소리칠 때, 그 소리가 내 머리를 ‘탕’ 하고 깨버리는 것 같다. 매순간 선택의 상황에 놓일 때, 나에게 유리한 이기적 판단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타협하는 모습과 하나님이 기준이 되어 나를 바라보는 모습 중 과연 누가 ‘사이비’고 무엇이 ‘믿음’이란 말인가?

영화 <사이비> 전반에 흐르는 지나치게 냉소적인 시선은 특히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지는 않지만 스스로를 직시하게 한다. 기독교 영화의 본질이 ‘사랑’인 이유는, 인간의 비참이 사랑으로만 구원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영화 <사이비>에 비춰 본 우리 모습이 아직 사랑에 가깝지 않다면, 역으로 이 영화는 그렇게 우리에게 사랑을 말하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거기까지인 듯하다. 이는 내가 여전히 필름포럼에서 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현기는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극장 필름포럼의 프로그래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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