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십자가 [구독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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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와 십자가 [구독자 전용]
  • 로렌 F. 위너 | Lauren F. Winner
  • 승인 201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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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소망

“이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이 달콤한 칭찬보다 더 멋진 도서 추천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도에 관하여 쓴 필립 얀시의 이 책에 나는 정반대의 말로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을 몇 번이고 내려놓아야 했다.” 기도를 해야겠다는 마음의 감동 때문에, 나는 몇 번이고 이 책 읽기를 중단해야만 했다.

내가 갖고 있고 읽은 기도에 관한 책만 해도 수백 권은 될 것이다. 내 책상 바로 옆에 있는  책장에는 기도에 관한 책만 꽂혀 있다. 성공회 수도사 돔 그레고리 딕스Dom Gregory Dix의 「예전의 형성」The Shape of the Liturgy, 로베르타 반디Roberta Bondi의 「사랑과 기도」To Pray and to Love, 모리스F. D. Maurice의 ‘주님의 기도’에 관한 설교….

내 생각이 잘못됐음을 나중에 깨달았지만, 한때 나는 기도에 관한 책을 탐독하는 내 열정이 내가 영적으로 진보하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기도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은 내가 기도를 매우 많이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기도하는 것보다는 기도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더 쉽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도에 관한 책들이 내가 기도하는 삶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은 것은 아니다. 사실, 기도에 관한 매우 뛰어난 몇 권의 책이 기도할 수 있도록 나를 움직였다. 얀시의 「기도하면 뭐가 달라지나요?」가 바로 그런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정말 고맙다.

얀시는 기도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기꺼이 꺼내 놓는다. 얀시는 하루에 한 시간이나 관상 기도를 하면서 앉아 있는 친구를 보면서 놀라워하고, 자신은 15분까지 기도해 보려고 애쓰는 정도라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과연 얀시답게, 그는 노골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도하면 뭐가 달라지나?” 얀시의 대답은 전적인 “예”이다. 기도는, 기도하는 사람을 바꿀 수 있다. 그를 더욱 긍휼의 사람으로, 더욱 친절한 사람으로, 더욱 인간적인 사람으로 바꿀 수 있다.

얀시는 기도가 인간사의 경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도 말한다. 구체적으로 공산주의의 몰락과 아파르트헤이트의 종식을 얀시는 “기도가 중대한 역할을 했다”고 확신하는 정치적 변혁의 사례로 꼽는다.

하지만 얀시가 이 책을 통해 보여주는 기도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관찰은, 하나님께서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시는 때에 관한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선한 뜻으로 너무나 자주 내뱉는 익숙하고 끔찍한 상투어―“하나님께서 당신의 기도를 들어주셨어요.

‘아니다’라는 응답으로 말이에요.”―를 거부하면서, 얀시는 응답되지 않은 기도의 수많은  사례들에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자신과 밧세바 사이에 태어난 아들을 죽지 않게 해 달라는 다윗의 간구에도, 모세와 욥과 요나와 엘리야의 ‘죽게 해 달라’는 요청에도,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게 해 달라는 이스라엘 백성의 기도에도, 예루살렘성이 파괴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예레미야의 간구에도, 하나님은 응답하지 않으셨다.

사도 바울도 “응답되지 않으신 기도에 관해서라면 할 얘기가 많은 사람이다. 여러 교회를 위해 드렸던 빛나는 기도를 읽고 나서 바로 그 기독교 공동체들에 관한 슬픈 기록을 살펴보라.

바울이 기도했던 이상적인 교회가 되기에는 얼마나 함량미달이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416쪽) 십자가에 달리셔서 자신을 버리시는 하나님께 부르짖으신 예수님의 절규―“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는 하나님께서 응답하지 않으신 기도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strong>「기도하면 뭐가 달라지나요?」</strong><br><strong>필립 얀시 </strong>지음_최종훈 옮김_ 포이에마 펴냄
「기도하면 뭐가 달라지나요?」
필립 얀시 지음_최종훈 옮김_ 포이에마 펴냄

누군가의 기도에 대한 응답을 보장할 바른 생활의 공식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얀시는 이사야와 말라기가 가장 먼저 지적했을 때만큼이나 오늘날에도 충격적인 진실을 이야기한다.

고아와 과부를 돌보지 않고, 사회적 불의에 공모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거나 또는 듣지 않으시는 것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잠언이 지적하듯이, “가난한 사람들의 부르짖는 소리에 귀를 닫으면, 그가 하나님께 울부짖을 때도 하나님께서는 듣지 않으실 것이다.” 

얀시는 인간에게 자유를 주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의지를 깊이 묵상한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의 기도가 응답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인간이 자유를 누릴 만한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성경으로 돌아가서, 얀시는 하나님이 때때로 자연 질서에 직접 개입하신다고 말한다. 흑사병을 일으키시거나 불치의 병을 고치신다.

하지만 “기적이라 불리는 이런 흔치 않은 사건들이 있기는 하지만” 성경은 하나님이 인간사에 예기치 않게 극적으로 개입하시는 것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경은 지금도 진행 중인 하나님의 섭리에 훨씬 더 관심이 많다. 하나님의 뜻은 자연과 평범한 사람들의 활동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비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농부가 식물을 가꾸고 추수하고, 한 주간 땀 흘려 일하고, 가진 사람들이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건강한 사람들이 병든 사람들을 돌보는 그런 활동 과정 말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활동을 자연 활동이나 인간 활동과는 다른 범주에 넣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의 활동과 인간의 활동과 자연의 활동을 하나로 묶는다. 우리는 기도를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칼빈 대학의 데이비드 크럼프David Crump도 청원기도에 관한 복잡하고 다층적이고 매력적인 연구서, 「하늘 문 두드리기:탄원기도에 관한 신약 신학」Knocking on Heaven's Door 에서 얀시와 동일한 질문들을 던진다.

크럼프는 하나님의 주권과, 우리는 하나님과 진정으로 호혜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기도가 하나님의 생각을 바꾸신다는 관점, 둘 중 어떤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우리의 간절함이 하나님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이 놀라운 신비를, 크럼프는 신약성경의 탄원기도 본문들을 주의 깊게 읽으면서 발견한다. 끈질긴 과부의 비유, 주님의 기도, 사도행전에서 볼 수 있는 초대 교회의 기도, 바울의 기도와 기도 권면 등이 그런 본문들이다.  

이와 같은 관찰을 통하여 크럼프는 “우리는 인격적인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신다”는 결론을 내린다. 신약성경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곧 하나님은 우리 삶의 가장 세세한 부분까지도 돌아보시는 분이시다. 크럼프는 하나님이 “우리와 인격적으로 주고받는 방식으로 우리 개개인의 청원을 들으시고 응답하시는 분”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관점을 하나님의 주권을 제거하는 관점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크럼프는 “성경에 분명하게 드러나 있는 진리를 철학적인 교묘한 속임수로 대체하려는 신플라톤주의 신학의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라고 받아친다. 

크럼프는 신약성경 기도의 종말론적 강조점을 자세하게 다룬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라고 가르치셨다. 이 간구는 매일의 삶 속에서 시시때때로 기도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신약성경 기도는 “영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바울은 사람들이 종말론적으로 “형성되고” 종말론적인 마음을 갖게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경주를 잘 마치고 그리스도의 보좌에 이르렀을 때 “잘하였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라는 칭찬을 듣게 되기를 간구한다.

신약성경―시련의 시기 동안에 기적을 간구하지 않고 인내를 구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은 “고난은 하나님의 백성의 표준”이라고 곳곳에서 이야기한다. 응답받지 못하는 기도는 이런저런 방식으로 고난을 면하게 해 달라는 기도이다.

그래서 크럼프는 그리스도인은 기도의 중심에 십자가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절대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힘 있는 기도는 육신의 건강과 부자가 되는 것으로 기우는 기도가 아니다.

힘 있는 기도의 성경적 모델을 우리는 옥에 갇힌 바울의 간구, “모든 성도와 함께 여러분이 그리스도의 사랑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한지를 깨달을 수 있게 되기를”(엡3:18) 구하는 바울의 기도에서 볼 수 있다. 

기독교의 핵심을 차지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고난에 함께하신다는 분명한 사실이다. 이 간단하고 근본적인 진리는 너무나 자명하여, 기도는 단순히 요구하는 자리가 아니라 친교와 묵상의 자리이다. 나로 하여금 다른 모든 책을 덮고 기도하기를 원하게 만드는 기도의 그림이 이것이다. CT

 


로렌 위너 작가이자 역사학자이며 듀크신학원 영성신학 교수이다. 「스틸:위기의 신앙, 영적 여정에 관한 단상」(코헨), 「머드하우스 안식:기독교가 잃어버린 부유한 영적 유산, 유대 전통에서 배우다」(복있는사람), 「소녀, 신을 만나다:기독교로 개종한 유대 여성의 영적 회고록」(코헨), 「순결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교회에서 말하는 섹스에 대한 거짓말」(평민사)의 저자. 

Books & Culture 2007:1/2 Lauren F. Winner, “Prayer and the Cross” CTK 2015:4 로렌 위너, "기도와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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