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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시네마’ 관람 후기어디 재벌가만의 이야기일까
송길원  |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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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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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의 행가래幸家來      슬며시 웃음이 배어나는 풍자와 박하 향 가득 통찰을 주는 글로 정평이 난 송길원 목사의 기명 칼럼이다. 이 칼럼을 통해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소재들에서 행복, 가정, 미래의 주제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담아내어 독자들의 삶을 헹가래치려 한다.  
 

   
 

슬며시 웃음이 배어나는 풍자와 박하 향 가득 통찰을 주는 글로 정평이 난 송길원 목사의 기명 칼럼이다. 이 칼럼을 통해 일상 속에 놓치기 쉬운 소재들에서 행복, 가정, 미래의 주제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담아내어 독자들의 삶을 헹가래치려 한다.

(“좋은 사람 만나면 나눠주고 싶어요. 껌이라면 역시 롯데 껌~.” 싱그러운 CM송이 일순간 멈춘다. 껌 씹는 소리마저 소음으로 들릴 만큼 방안은 고요하다. 깊은 적막이다. 8월의 무더위에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분위기는 얼어붙어 있다. 자식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노인네가 날카로운 눈으로 째려본다. 그리고 힘없는 팔을 들어 아들의 뺨을 후려갈긴다. 의외로 힘차다. 분노가 담겨있어서다. ‘찰싹!’ 소리와 함께 아들이 얼굴을 감싼다. 노인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또 한 번 정적을 깬다.)

아버지: 데떼이케! (나가버려!)

아들: (간절한 목소리로 부른다) 오또상

요즘 롯데 시네마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시게미쓰 일족의 난〉 대본이다. 한국 재벌 5위, 롯데 가의 골육상쟁을 그렸다. 주요 등장인물은 94세의 시게미쓰 다케오, 손가락 하나로 목을 뗐다 붙였다 하는 ‘손가락 경영’으로 이름을 날렸다. 환갑을 갓 넘긴 한 살 터울의 두 왕자, 히로유키와 아키오다. 한국인의 피를 가지고 있지만 일본 이름으로 산다. 큰 아들이 아는 한국말은 ‘궁민 여러분 재손하무니다’가 유일하다. 조연으로 일본 사무라이를 닮은 시게미쓰상의 동생 신선호와 두 번째 부인 하츠코 여사다. 주요 무대는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한국인 피를 가졌지만 속도 무늬도 일본인 배우들의 출연에 한국 사회가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영화사가 조선 태조의 ‘왕자의 난’을 베꼈기 때문이다. 태조 이성계의 4남 이방간이 5남 이방원(태종)을 제거하기 위해 일으킨 난이다. 평소 왕위에 대한 욕심이 있던 이방간이 세력이 컸던 이방원을 견제하기 위해 덤볐다가, 오히려 패해 유배를 가는 신세가 된다. 이방원은 이 사건을 계기로 조선 제2대왕 정종에 의해 세자로 책봉되기에 이른다.

근자 한화의 〈보복폭행〉(김승연 주연)에서 최근 KAL 〈땅콩회항〉(조현아 주연)이 출렁거렸지만, 〈시게미쓰 일족의 난〉에 대면 조족지혈이다. 롯데 씨네마가 생긴 이래 최대의 관객을 모았다 한다.

드라마의 공식은 예술적으로 뛰어나든지, 아니면 가슴에 불을 지르든지 둘 중 하나다. 롯데 시네마의 이 막장 드라마가 인기를 끈 이유는 두 번째 요소, 이를테면 ‘공감’에 있다. 이 드라마엔 ‘궁민’窮民들 자신의 이야기도 투영되어 있었다. 상속의 문제가 어디 재벌가만의 이야기일까? 집집마다 장례 끝나고 벌이는 목장의 결투는 무엇이며 부의금의 액수에 대한 분배정의(?)의 논쟁은 무엇인가? 가정 법원 고위직에 있는 분의 이야기로는 요즘은 상속 분쟁이 이혼 소송을 따라잡는 추세다.

롯데 씨네마는 우리 모두에게 ‘탈바꿈 효과’―최악의 막장 드라마가 기대하지 않았던 국민 경제교육의 선善한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투명경영이나 상속플랜, 경제 민주화 등의 용어보다 귀에 와 닿았던 것은 ‘상속’과 ‘유산’이었다. 식탁의 대화가 바뀌었다.

아내가 힘주어 말한다. “남자의 성공은 세 가지래.” 첫째, 현직에 있을 때보다 은퇴 후에 더 존경받는 사람. 힘 빠졌을 때 더 많은 내방객이 있어야 한단다. 힘과 돈줄을 쥐고 있을 때는 밀물처럼 밀려왔던 사람들이 은퇴하자마자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면 그것처럼 비참한 일이 있을까? 지위의 리더십보다 인격과 성품의 리더십을 이름이다.

둘째, 자신의 아내나 자식들로부터 더 많이 인정받는 사람. 많은 남자들이 바깥에서는 성공한다. 집에서는 영 아니다. 그게 진정한 성공이었을까? 가짜다. 아내의 말인즉 ‘산토끼보다 집토끼 잘 잡으라는 이야기’다.

셋째, 사후死後 자식들끼리 화목하게 사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 깨끗한 상속과 후계구도 잘 잡으라는 이야기다. 아내 눈치를 살피며 혼자 중얼거린다. ‘상속플랜이라도 짤 수 있는 형편이면 좋겠다.’


장수사회의 ‘유산겟돈’

장수사회로 넘어가면서 ‘노노老老 부양’ 시대가 왔다. 소노小老(자식 노인)가 대노大老(부모 노인)를 모시게 된다. 평균수명이 늘고 80세 이상 초고령 노인이 급증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덩달아 상속도 고령화했다. ‘노노 상속’으로의 전환이다. 부모 노인이 90세 전후에 자식 노인에게 물려주고 자식은 그 돈을 자신이 100세가 될 때까지 보유한다. 100세까지 살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다. 돈 보따리를 놓을 수 없다. 세계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가 말했다. “돈을 가지게 되면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가진 돈이 없어지게 되면 온 세상이 그가 누구인지를 잊게 된다. 그게 인생이다.” 어르신들은 그걸 안다.

문제는 노노 부양이 시장을 왜곡한다. 시장으로 흘러야 할 돈줄을 마르게 한다. ‘자산 잠김’이라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경제의 주름살을 넘어서 가족갈등과 분쟁이 일어난다. 노인의 판단을 믿지 못하겠다 한다. 서로 부모의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피 에이징, 행복하게 나이 드는 것은 고사하고 인생이 불쌍해진다. 상속실패가 인생실패가 된다.

요즘 사회 일각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종활終活(임종활동)의 죽음교육은 이 고민을 풀어낸다. 잘 사는 것만이 아니라 잘 떠날 준비를 시킨다. 잊혀버리는 죽음이 아니라 기억되는 죽음을 가르친다. 중세의 아르스 모리엔디Ars Moriendi(죽음의 기술)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뛰어넘어 ‘죽음의 기술’을 학습해야 할 때가 되었다.

유산상속이 아마겟돈 전쟁이 되지 않으려면 유산의 개념을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땅문서 집문서 유가증권 등으로 대표되는 물질 자본에 머물면 안 된다. 흔히 부자에게 ‘상속자는 있지만 자식은 없다’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오히려 관심을 쏟고 나의 일생을 바쳐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다면 추억의 유산, 관계의 유산, 가치관의 유산, 리더십의 유산, 노하우의 유산, 자선의 정신적 유산을 남기는 일이다.

내가 이번 롯데 시네마의 감독이었다면 마지막 자막처리를 안도현의 시, <땅>으로 했을 것이다.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에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랏빛 나팔 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하리
하늘 속으로 덩굴이 애쓰며 손을 내미는 것도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다 피었다 진 자리에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남자의 성공은….” 아침식탁에서 불쑥 내뱉은 아내의 말이 내내 마음을 휘 젖는다.
‘나는 성공한 남자일까?’ CTK 2015:9

송길원 가족생태학자,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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