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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K 2016 올해의 책2016년 새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읽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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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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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K가 그간 꾸준히 해 온 ‘올해의 책’ 선정 작업이 올해도 이어졌다. 그 동안 이런저런 방식으로 ‘올해의 책’을 선정해 오면서, 처음에는 실험적인 성격이 짙었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출판계와 독서시장, 깊게는 교회의 마음을 두루 살피려는 노력이 더해졌으며, 그 연장선에서 ‘CTK 2016 올해의 책’ 선정에 이르렀다.

‘CTK 2016 올해의 책’ 선정방식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형식을 취했다. ‘선정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깊이 대화하여 책을 만드는 사람과 책을 읽는 사람, 이 모두의 자리에 더 절실하게 서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을 가진 뒤에, 2016년을 맞으면서 CTK 독자를 비롯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꼭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을 뽑아 ‘올해의 책’에 올리기로 했다. 이 방식은 어찌 보면 매우 ‘주관적’이어서 오히려 더 ‘CTK적인’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선정위원을 선정하는 데 꽤 고심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CTK의 ‘주관’이 담길 수밖에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다양한 시선을 가진 이들로 선정위원단을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고민 끝에 확정한 명단이 송인규 교수(합동신학대학원ㆍ한국교회탐구센터 소장), 유종성 목사(사랑의교회), 김기현 목사(로고스교회), 옥명호 편집장(월간 <복음과상황>), 김진형 편집장(‘생각의힘’ 출판사) 등이었다. 이렇게 선정하고 보니 모두들 책과 더불어 살아오고 또 여전히 책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고맙게도 이들 모두 ‘하루’ 임기의 위원직을 수락해주었다. 특히 송인규 교수는 이 작업을 위한 공간으로 자신의 ‘책집’을 제공해주었다.

   
사진: CTK l 김승범

선정위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면모는 이러하다.

송인규 교수는 독서를 통한 청년들의 복음적 지성 확산에 이바지해 온 우리나라 기독학생회IVF 운동의 중심에 서왔다. 그는 특히 앎의 넓이에 눈 돌리지 않고 독서와 연구와 저술, 나아가 강연 등으로 깊은 우물을 파온 학자로서 더욱 뚜렷한 영역을 다져온 학자이다. 우리는 그에게서 ‘올해의 책’ 선정이 더욱 균형감을 갖도록 도움 받고자 했다. 그는 ‘책집’이라는 공간의 분위기를 제공해주고, ‘올해의 책’ 선정을 위한 대화에는 자신의 생각을 담지 않는 대신, 대화에 앞서 오늘 세계 교회의 출판 경향과 독서 경향에 대해 설명해주고, 한국 교회가 함께 읽어야 할 책, 또 출판계의 방향 등을 일러주었다. 그렇게 문을 열고 나중에 모든 대화의 문을 닫는 문지기의 역할을 기꺼이 맡아주었다.

유종성 목사는 두란노출판사에서 월간 <빛과소금>의 편집장으로, 또 단행본 에디터에서 출판본부장까지, 그야말로 책을 공급하는 모든 경력을 지닌 ‘책쟁이’다. 그의 손을 거쳐 출판된 베스트셀러들의 목록만 해도 A4 용지 한 면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누구보다 기독출판계를 보는 탁월한 눈을 가진 사람이다. 특히 다른 네 사람이 그간 CTK 독자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익숙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그는 다른 네 사람보다는 새로운 ‘시선’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에서 선정위원단 중에서도 그가 차지할 영역이 기대되고 또 필요했다.

김기현 목사는 기독교계에서 잘 알려진 ‘책벌레’이다. 많이 읽을 뿐 아니라 책으로써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대화하며 교제함으로써 목회의 한 영역으로 펼쳐낸 ‘독서운동가’이다. 따라서 책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아우르는 또 다른 자리에 서 있다.

옥명호 편집장은 이른바 복음주의자들로 일컬어지는 책의 소비자들을 독자로 한 월간지 <복음과 상황>을 만들면서 ‘올해의 책’에 대한 흐름을 꾸준히 지켜봐온 사람이다. 책을 만드는 사람과 책을 쓰는 사람을 거쳐 책을 평하는 사람의 영역을 두루 거친 그는, 많은 책쟁이들로부터 신뢰받는 좋은 ‘책눈’을 가진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심사위원들 중 나이로는 막내인 김진형 편집장은 책 만드는 일에만 몰두해 온 사람이면서 인문학 영역의 출판문화와 콘텐츠 선별에서 특히 눈 밝은 사람이다. 지금은 일반 출판사 ‘생각의힘’의 편집장이지만, 기독교 출판계가 내놓은 책들을 독자의 자리에서 꼼꼼히 읽고 파악하며 고민해 왔다. 특히 기독교계 출판물들이 교계라는 웅덩이에 고이지 않고 더 넓은 독자의 바다로 흘러가려면 무엇을 빼고 무엇을 담아야 할지에 대해 젊고도 탁월한 혜안을 가졌다.

지난 12월 4일 선정위원들과 CTK가 송인규 교수의 ‘책집’에서 함께 만났다. 작은방과 큰방과 부엌과 거실을 가득 메운 책꽂이들마다 수 만 권의 책들로 빼곡한 ‘책집’은 그야말로 ‘책들의 집’이라 불릴 만큼, 책의 향과 책의 시간과 책의 소리로 충만했다. 수원시 조금 외곽의 주택가에 자리한, 이 작은, 그러나 매우 특별한 도서관에서 우리는 멀뚱한 객이 되지 않기 위해 한 권의 책이 되어야 했다.

선정위원들이 하루 동안 길고도 짧게 나눈 ‘올해의 책’에 대한 대화들은 쾌활하고도 진지하면서 다채로웠다.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책에 대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거미줄처럼 풀려 나와 촘촘한 망을 짜냈다.

2014년 12월 1일부터 2015년 11월 30일까지 기독교계 출판사들이 내놓은 책들의 목록 중에서, 출판사들과 심사위원들로부터 ‘올해의 책’ 후보로 추천받은 책들을 한 자리에 쌓아두고, 한 권 한 권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그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책들을 우선 선별하여 다시 집중해서 대화하고, 또 그중에서 몇 권을 뽑아 올린 뒤 더 집중하여 대화하고, 또 들었다 놓았다 반복하다 끝으로 몇 권을 선별해서는 날카롭고도 논쟁적인 대화들이 오간 뒤에야, 마침내 5권의 책을 ‘CTK 2016 올해의 책’으로 뽑아냈다.

그 다섯 권의 목록은 이렇다.

폭력국가: 무능한 국가와 그 희생자들
(게리 하우겐·빅터 부트로스 지음, 최요한 옮김, 옐로브릭 펴냄, 2015년 1월 5일 출간)

샴고로드의 재판
(엘리 위젤 지음, 하진호·박옥 옮김, 포이에마 펴냄, 2014년 12월 23일 출간)

<SU신학총서> 시리즈 5권
(크레이그 바르톨로뮤 등 5인 지음, 성서유니온 펴냄, 2015년 5월 11일 이후 출간)

P31-성경대로 비즈니스하기
(하형록 지음, 두란노서원 펴냄, 2015년 5월 26일 출간)

백 투 더 클래식-영성 고전으로 오늘을 읽다
(권혁일 엮음, 예수전도단 펴냄, 2015년 6월 29일 출간)

세 권의 번역서와 두 권의 국내작가 작품, 서로 다른 다섯 출판사, 서로 다른 분야와 장르, 독자의 성향을 골고루 배려한 선정….

선정위원들은 비교적 만족할 만한 결론을 내린 뒤에, 오히려 다섯 권 속에 들었다 나왔다 거듭하다 결국 아깝고 아쉬운 마음을 담아 내려놓아야 했던 다른 몇 권의 책들에 눈길이 더 갔다. 이들 책에도 손길이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꼭 기록해 달라는 부탁도 남겼다.

‘CTK 2016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다섯 권에 대한 대표 추천자들의 글(필자는 위원 전체를 대표하는 글이라 여겨 필자를 표기하지 않기로 했다)과 다른 선정위원들이 보탠 이야기들을 엮고, 위원들이 마지막까지 손을 떼느라 힘들었던 몇 권의 책들에 대해서도 언급하여 ‘올해의 책’ 섹션을 꾸며본다.
 

   
 
   
 

백 투 더 클래식: 영성 고전으로 오늘을 읽다
 권혁일 엮음, 예수전도단 펴냄, 2015년 6월 29일 출간

 

흑백의 영성에 색을 입히고

어두운 고전에 조명을 뿌리다

 

‘CTK 2016 올해의 책’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깊고 어렵고 무거운 내용을 경쾌하고 쉽고 가볍게 풀어낸 책들이라는 점이다. ‘영성’이나 ‘고전’ 역시 우리에게는 깊지만 어렵고 무거워 다가설 수 없는, 짝사랑의 대상인 양 비춰진다. 「백 투 더 클래식」은 고맙게도 여기에 색을 입히고 조명을 뿌림으로써 사람들이 모일만 한 무대로 펼쳐낸 책이다.

기독교 영성 고전은 역사적으로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오랫동안 널리 읽혀온 책들로, 삼위일체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이신 성경에 그 뿌리를 둔 텍스트를 말한다. 일찍이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에서, 정원에서 죄의 문제로 고뇌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톨레 레게”tolle lege(“집어 들고 읽으라”)라는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성경을 집어 들고 읽음으로써 자유를 얻었다고 고백했는데, 그는 이 과정에서 이전에 읽은 고전 <안토니우스의 생애>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고 했다. 영성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그 자체로 현재적인 영적 경험을 위한 공간을 창조하기도 하고, 과거와 미래의 영적 경험을 해석하거나 더욱 깊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이러한 영성 고전이 오늘날 외면당하는 까닭은 오래된 텍스트라는 이유에서다. 오늘날 다시 읽기에는 너무 낡았고, 동시대성이 떨어진다는 오해 때문이다. 여기에다 막연히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도 기피한다.

이 책 백 투 더 클래식은 영성 고전에 대한 이러한 오해와 기피를 넘어 ‘지금 여기’의 삶과 현실을 조망하여 이 땅의 그리스도인과 교회를 참된 영성의 길로 이끌고자, 기독교 영성 고전을 선별한 뒤 그 내용을 이 시대에 비추어 읽어낸 책이다. 우리는 이 책 저자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 시대 그리스도인들이 외면해 왔거나 잊혀져가는 영성 고전에 다시 손을 댈 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영적 경험을 해석하고 심화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당대의 삶과 현실을 비추어보는 통찰도 얻는다.

이 책은 미국 GTU(Graduate Theological Union)에서 영성학을 전공하는 젊은 학도들의 모임인 ‘기독교 영성 고전학당-산책길’ 소속 연구원들이 공동으로 집필했다. ‘산책길’ 곧 ‘via the living books’이라는 이 학당은 기독교 영성 고전 읽기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 및 사회의 변화와 성숙을 일구어 나가려는 비전을 품고 스터디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사막교부에서 루터, 테레사, 조나단 에드워즈, 에크하르트, 힐데가르트, 조지 폭스 등은 물론 길선주, 김교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고전들을 다루면서 자본주의, 소비주의, 욕망, 빈부, 여성리더십, 전쟁을 이야기한다.

선정위원들이 마지막까지 이 책의 선정을 위해 의견들을 모았다. 그리고 기획의지가 돋보이는 출판물이라는 점, 한국인 저자들의 글이라는 점, 고전을 매개로 했으나 한국 교회 또는 한국 사회를 이야기한다는 점, 더 많은 저술에 뛰어들 젊은 필자들의 산물이라는 점, 진보와 보수라는 신학의 경계를 허물어보자는 기대 등 어떻게 보면 ‘올해의 책’이 나름의 균형을 잡는 데 이 책이 기여해줄 것이라는 데 무엇보다 방점을 찍었다.
 

   
 
   
 

샴고로드의 재판
엘리 위젤 지음, 하진호 박옥 옮김, 포이에마 펴냄


 

‘2014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적은 판형에 그리 많지 않은 텍스트를 가진 이 ‘작은’ 책에 선정위원들 모두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국 교회가 꼭 읽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출판사가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경험하면서 기획하기 시작한 책이다. 그만큼 이 책은 처음 출간된 지 35년이 지났음에도 대사 하나하나가 한국인들에게 결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가령 “아버지가 옆에 서서 자기 자식이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조용히, 말없이 지켜볼 수 있단 말이오? … 그는 끼어들지 않는단 말이오?”(146쪽), “그는 전능하오, 안 그렇소? 그는 그 힘을 희생자들을 구하는 데 쓸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소! 그러니 그가 누구 편이오? 살인자가 그의 은총 없이, 그와 공모하지 않고 죽일 수 있겠소?”(147쪽), “구원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 그런데 누가 왔는지 아시오? 구원자? 천만에, 살인자들이었소”(37쪽) 하는 항변들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악이 승리하는 듯한 오늘의 현실에서 대체 무엇이 인간의 신앙이며 경건인지 우리에게 매우 진지하게 되묻는, 좋은 책이다. 한국 교회의 고질적인 문제점 하나는 불감증이다. 거대한 ‘악’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별 부담감 없이 강 건너 불 보듯 해버린다. 마치 즐비한 시체들 곁에서 식사하는 아우슈비츠의 포로들처럼 정상적인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 듯한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샴고로드의 재판은 지금 우리가 질문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들려준다. 우리는 이 질문을 비켜나 삼시세끼를 즐길 수가 없다는 게 ‘올해의 책’으로 이 책을 올리는 선정위원들의 마음인 셈이다.

샴고로드의 재판은 홀로코스트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나이트의 작가 엘리 위젤이 쓴 희곡이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참상과 악의 실체를 몸소 겪은 엘리 위젤의 문제의식은 이 책에도 변함없이 이어진다.

17세기 중반 유대인 집단학살이 일어난 샴고로드라는 마을의 여관을 무대로 삼은 ‘샴고로드의 재판’은 다름 아닌 ‘집단학살에 대한 신의 유무죄’를 판단하고 다투는 ‘모의재판’이다. 여관을 찾아온 손님들, 여관주인과 종업원, 그리고 정체가 모호한 나그네가 등장하는 이 극중극에서 신의 유죄를 선언하는 검사역의 여관주인 베리쉬는 본디 신의 자비를 믿고 신의 손길과 친밀한 임재를 경험한 인물이다. 그러나 광기에 찬 집단학살에 가정이 파탄 난 후 비탄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가 모의재판정에서 신에게 분노하여 내뱉는 외침은 우리 시대의 외침이기도 하다.

“그를 희생자들 속에서 (찾는다고)? 희생자는 무력해. 그런데 그가 무력한가? 그는 전능하오, 안 그렇소? 그는 그 힘을 희생자들을 구하는 데 쓸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소! 그러니 그가 누구 편이오?”(147쪽)

신을 변호하는 변론 곧 ‘합리주의’ 신학에 맞선 여관 종업원의 반박, 재판 마지막의 극적 반전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압권이다.

오늘 한국 교회가 이 책을 읽고, 세월호 참사 600일을 넘어선 이 땅에서 스스로 어떤 배역을 맡고 있는지 물을 때, 비로소 사람들이 교회에서 희망을 찾으려 하지 않을까 싶다.

샴고로드의 재판」 서평 더 보기 ► 법정에 선 하나님



 

   
 
   
 

폭력 국가
게리 하우겐과 빅터 부트로스 지음, 최요한 옮김, 옐로브릭 펴냄

 

폭력이라는

악의 연대에 맞서기

 

여러 올해의 책들 가운데 선정위원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책이 폭력 국가이다. 많은 언론의 주목과, 기독교 밖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소문만큼 많이 팔리지는 않은 책이라 더욱 아쉬움이 큰 책이다.

선정위원들의 평은 이렇다.

폭력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강자에서 약자에게로, 가진 자들로부터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로 향한다. “빈곤사회에 폭력이 창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법과 경찰이 가난한 이들을, 그중에서도 힘없는 여성과 아동들을 보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의 수호자들이, 가난한 약자들로부터 부요한 강자들을 지킨다. 법은 시민이 아닌 정부를 보호한다. 법치의 왜곡이다.

여덟 살 소녀 유리의 시신이 아침의 거리에서 발견되었다. 소녀는 성폭행을 당했고 다리가 부러졌고 머리가 짓이겨져 있었다. 전날 밤 유리가 갔던 부잣집에선 유리의 피 묻은 옷가지가 발견되었다. 목격자도 있었다. 하지만 시신에서 검출된 정액 샘플을 비롯한 모든 증거는 사라지고 증언은 묵살되고 진실은 은폐되었다. 부자의 변호사, 경찰, 검사, 병원장의 공모다.

유리의 나라 페루에서는 이러한 폭력과 진실의 은폐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페루의 여성 50퍼센트 이상이 폭력 피해자이고, 47퍼센트가 강간 피해자다. 필리핀의 세부는 아동 인신매매 범죄세력의 온상지다. 우간다의 수감자 중 3분의 2는 재판을 받지 못한 채 갇혀 있다.

빈곤은 폭력을 낳고, 폭력은 빈곤을 심화하며, 권력은 이 체제를 ‘합법적으로’ 강화한다. 이러한 악의 연대는,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저개발국들에서의 폭력에 맞선 인권보호단체 국제정의미션IJM를 창설하고 각 나라의 폭력 현장에 뛰어들었다. 유리의 가족들 곁으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페루의 형사사법제도에 맞서 싸우고 개혁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은 가능한 싸움”이기에 “희망의 프로젝트”라 명명한다. 무엇보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효과적인 형사사법 제도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절망의 미신”을 타파하길 바란다.

국가 폭력은 구조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은밀히 행사되고 치밀하게 은폐된다. 우리에게도 이 싸움이 여전히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그 절실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깜짝 놀란 다급한 목소리로 되물어야 한다. 혹여 나는 그 악의 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그 다급함으로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추천한다.

그리고 다양한 칭찬과 희망이 이 책의 선정에 반영됐다.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또 교회와 세상의 경계선에 서 있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 많이 나오지 않는 기독교계의 출판 경향으로 볼 때도 이 책은 의미를 갖는다.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다양한 폭력들에 맞서 싸워온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현장을 조명하는 출판물도 나올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게 해주는 책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우리나라 버전을 기대하는 마음이 올해의 책 선정에 담긴 뜻이기도 하다.

폭력 국가」 관련 기사 보기 ►
폭력의 메뚜기 떼
빈곤과의 싸움에서 우리는 왜 지고 있는가

 

   
 
   
 

P31: 성경대로 비즈니스하기
하형록 지음, 두란노서원 펴냄


바보야! 돈이 아니라

예수님의 관심이라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초·중·고생들 상대로 ‘인생에서 추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돈’이라고 대답한 학생들의 비율이 52.5퍼센트였다고 한다. 한 초등학교 졸업생들 중 60퍼센트 가량은 장래희망을 “돈 많이 버는 의사”라고 대답해서 허탈감을 주기도 했다. 황금만능주의가 우리 청소년들의 자화상이 되어 버린 나라가 믿기 싫더라도 이 나라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슬프게도 교회는 이런 나라의 청소년들에게 ‘돈이 아니라 예수님이다’라고 말하기에는 면구스러울 만큼 자격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교회에서조차 돈과 명예와 권력을 갖지 않고는 성공했다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CTK 2016 올해의 책’으로 하형록 회장의 P31을 선정하면서 위원들에게 우려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돈’을 인생에서 추구할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우리의 자녀들이 있음을 슬프게 인정하면서 ‘성경대로’에 방점을 찍어 이 책을 선정했다.

그리스도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중 하나는 “성경 말씀대로 일하며 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이다. 성경대로 사업을 하면 결국 손해를 보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또 믿는다. 과연 그럴까? 세계적 건축설계회사인 팀하스의 회장이자 오바마 정부 건축자문 위원인 하형록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성경대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란 듯이 증명하는, 이 업계에 세운 하나님의 모델이다.

그는 열세 살까지 부산 한센병 환자촌에서 살았다. 선교사님들의 도움으로 필라델피아에 갔고, 스물아홉 살에 세계적인 건축설계회사의 중역에 오르며 입지전적 인물로 소문났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고속도로를 달리던 그의 인생에 브레이크를 거셨다. 두 번의 심장이식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통해 하나님은 그를 완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셨다. 특히 잠언 31장을 통해, 세상에서 어떻게 성경대로 일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셨다. 그렇게 깨달은 지혜 위에 “우리는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훈을 내걸고 자신의 창고에서 팀하스를 시작한 지 20년, 그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의 CEO가 되었다.

이 책은 팀하스의 20년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님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떻게 주님의 기업을 세워 가시는지를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일종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시작하는 ‘창업 전략서’이자, 돈이 목적인 세상의 기업들과 경쟁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갈 수 있는지를 정리한 ‘경영 전략서’이다.

하형록 회장은 “20여 년간 오직 이 한 가지 목표―잠언 31장의 교훈―를 향해 달리다 보니 어느새 이 정신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전 직원의 것이 되었다. 직원들은 우리가 가진 이 정신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고, 열심히 일하면 어려운 이웃을 돕게 된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돈이 아니라 예수님 곧, 예수님의 관심이 무엇인지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렸다는 고백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 우리 사회가 대안으로 삼아야 할 삶의 모델을 그가 보여준 셈이다.

 

   
 
   
 

SU 신학총서 시리즈 5권
크레이그 바르톨로뮤 등 5인 지음, 성서유니온 펴냄


만만한 분량, 만족할 내용

 

나쁜 신학은 나쁜 교회를 만든다. 그렇다면 나쁜 신학은 좋은 신학으로 극복해야 한다. 그런데 좋은 신학을 이야기하는 좋은 책이 드물다. 여기서 좋은 책이란 독자들의 눈높이를 생각하고, 친절하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차근차근 이해할 때까지 말해주는 책이다. 신학 관련 출판물들의 특징은 두껍고, 어렵고, 불친절하다는 ‘불편한’ 공통점이 있다. 심지어 “베개로도 딱딱해서 못 쓸 책들이다”는 뼈 있는 농담까지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신학은 광장에서 이야기되어야 한다. 그런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이다. 선정위원들이 <SU 신학총서> 시리즈를 추천한 까닭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첫째, 한국 교회 교우들의 가장 큰 관심은 성경을 아는 것이고, 반면 가장 큰 고민은 교회가 교회답지 못한 것이다. 전자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기존의 신학 도서는 분량이나 내용이 일반 교인들이 읽고 소화하기에 부담스럽다. 따라서 그들이 선택한 책이 설교집들이었다. 설교집은 성서에 대한 탄탄한 해석과 현장에 대한 끈끈한 애정이 결합하여 태어났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이런 기대를 저버린 것들이 많았다. 바로 이런 까닭에 이 책을 추천한다. 그야말로 최고의 전문가들이라 할 만한 분들이 성서에 대한 문제와 주제를 다룰 뿐 아니라, 무엇보다 전문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의도로 집필한 책이기 때문이다.

둘째, 소책자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오늘날 독서 지표들을 보면 그야말로 최악이라 할 만하다. 갈수록 책을 읽지 않는데, 읽어야 할 책들의 분량은 두꺼워진다. 독자의 마음과 출판사의 마음이 만나지 않는다. 이런 위기를 타개할 만한 대안 하나가 바로 소책자이다. 무엇보다 책을 선뜻 손에 들기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는 책값도 착하고, 분량도 만만하다. 대신 한 가지 사안에 오롯이 집중하기에 독자의 필요성에 다가가는 방식으로도 안성맞춤이다. 골라 읽는 맛도 있다. 얇은 책 한 권으로 두툼한 책 한 권 읽는 효과도 누리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틈틈이 읽기에도 제격이고, 잠시 한가한 틈을 타서 한 권 분량을 뚝딱 읽을 수 있으니 만족도도 그만이다. <SU 신학총서> 시리즈는 이런 장점을 두루 갖춘 책이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국내 필자들의 산물이 아니라 번역서라는 점이다. 후문으로는 국내 필진들의 책도 기획하고 있다니 그런 기대까지 더하여 이 책 시리즈를 묶어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다. 우리의 물음에 우리의 언어로 된 우리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터.

이 책을 추천하면서 선정위원들은 한결같이 기대와 희망의 한 마디씩을 얹었다. 교회가 좋은 신학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목회자는 물론이고 교우들 모두가 좋은 신학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 교회의 아픔은 이런 이야기들이 전개되는 광장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올해의 책’이 출판사들의 공감을 얻어 쉽고도 알짬 가득한, 좋은 신학 도서들이 더 많이 기획되고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이 책이 그 불씨를 지펴준다면 보람이 클 것이다.

SU 신학총서 서평 보기 ► 카이퍼의 눈으로 잠언을 읽다 

 

올리지 못해 아쉬운 책들

‘CTK 2016 올해의 책’으로 다섯 권을 올리면서 선정위원들의 눈길은 오히려 올리지 못한 책들 쪽으로 쏠렸다. “아깝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중 몇 권은 더욱 그러했다.
 

   
 

데칼로그: 김용규의 십계명 강의
(김용규 지음, 포이에마 펴냄, 2015년 9월)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점 때문에 아쉽게도 다섯 권에 포함되지 못했으나 “이 책은 마치 신학이 인문학의 하위개념에 포함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할 정도이다”라는 칭찬을 들으며, 신학의 정수와 인문학의 정수가 만나는 책으로 꼽혔다. 무엇보다 이전에 나온 책이 텍스트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단점이 있었던 데 비해, 이번 책은 저자와 출판사의 정성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완성도를 높였다.

 

   
 

바른 신앙을 위한 질문들: 김세윤 박사에게 묻다
(김세윤 지음, 두란노서원 펴냄, 2015년 10월)

에디터가 발품을 판 게 느껴지는 책을 만나면 우선 고맙다. 이 책은 에디터의 그런 땀이 배어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인터뷰를 엮어서 우선 쉽다. 쉽지만 신학일반에 대한 고민을 깊이하고 이해를 갖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그래서 김세윤이라는 학자의 신학, 또는 좋은 신학을 쉽게 접하고자 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

 

   
 

기독교 공동체의 성서적 기원과 실천적 대안
차정식 지음, 짓다 펴냄, 2015년 10월

교회에 대해 다룬 책들이 여러 권 나왔다. ‘가나안’ 성도에 대한 논쟁은 올해도 뜨거웠고, 이런 주제를 다룬 책도 있었다. 현실 문제와 더불어 대안으로서의 교회론도 이야기되었다. 차정식 교수의 이 책은 토종 성서학자의 열매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한데, 그는 우리의 역사와 사회에서 기독교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하고, 나아가 하나님 나라의 미래를 향유하려는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딸아, 너는 나의 보석이란다
세리 로즈 세필드 지음, 나명화 옮김, 아바서원 펴냄, 2015년 4월

만약 딸을 둔 부모에게 선물하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의 만듦새도 예뻐서 선물하기에 좋다. 간증 같은 고백도 나왔다. “딸을 둔 아빠로서 딸에게 선물하기에 딱 좋았다.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딸이 이 책을 읽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덩달아 기뻤다.”


 

   
 

마음 뇌 영혼 신: 심리학과 신앙에 관한 허심탄회한 대화
(말콤 지브스 지음, 홍종락 옮김, IVP 펴냄, 2015년 8월)

뇌 과학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신앙의 눈으로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는 독자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책이다. 질의와 답변 형식으로 전개되어 흥미를 더한다. 아마도 내년에는 이 분야의 책들이 더 많이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 세계기독교 관점에서 보는 복음주의 역사」(이재근 지음, 복있는사람 펴냄, 2015년 6월 ►서평 보기 ), 「신뢰하는 삶: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초」(로완 윌리엄스 지음, 김병준과 민경찬 옮김, 비아 펴냄, 2015년 7월), 「곁으로 문학의 공간: 김응교 문학 에세이 1991-2015」(김응교 지음, 새물결플러스 펴냄, 2015년 8월), 「나는 내 숨을 쉰다: 홍순관의 노래 이야기」(홍순관 지음, 꽃자리 펴냄, 2015년 11월), 「팀 켈러의 기도: 의무를 지나 기쁨에 이르는 길 찾기」(팀 켈러 지음, 최종훈 옮김, 두란노서원, 2015년 5월), 「신자들의 교회: 영광스러운 교회의 권위」(도널드 F. 던바 지음, 최정인 옮김, 대장간 펴냄, 2015년 5월)도 주목을 끌었다. CTK 20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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