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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고로드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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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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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고로드의 재판
엘리 위젤 지음, 하진호 박옥 옮김, 포이에마 펴냄

 


 

‘2014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적은 판형에 그리 많지 않은 텍스트를 가진 이 ‘작은’ 책에 선정위원들 모두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국 교회가 꼭 읽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출판사가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경험하면서 기획하기 시작한 책이다. 그만큼 이 책은 처음 출간된 지 35년이 지났음에도 대사 하나하나가 한국인들에게 결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가령 “아버지가 옆에 서서 자기 자식이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조용히, 말없이 지켜볼 수 있단 말이오? … 그는 끼어들지 않는단 말이오?”(146쪽), “그는 전능하오, 안 그렇소? 그는 그 힘을 희생자들을 구하는 데 쓸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소! 그러니 그가 누구 편이오? 살인자가 그의 은총 없이, 그와 공모하지 않고 죽일 수 있겠소?”(147쪽), “구원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 그런데 누가 왔는지 아시오? 구원자? 천만에, 살인자들이었소”(37쪽) 하는 항변들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악이 승리하는 듯한 오늘의 현실에서 대체 무엇이 인간의 신앙이며 경건인지 우리에게 매우 진지하게 되묻는, 좋은 책이다. 한국 교회의 고질적인 문제점 하나는 불감증이다. 거대한 ‘악’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별 부담감 없이 강 건너 불 보듯 해버린다. 마치 즐비한 시체들 곁에서 식사하는 아우슈비츠의 포로들처럼 정상적인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 듯한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샴고로드의 재판은 지금 우리가 질문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들려준다. 우리는 이 질문을 비켜나 삼시세끼를 즐길 수가 없다는 게 ‘올해의 책’으로 이 책을 올리는 선정위원들의 마음인 셈이다.

샴고로드의 재판은 홀로코스트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나이트의 작가 엘리 위젤이 쓴 희곡이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참상과 악의 실체를 몸소 겪은 엘리 위젤의 문제의식은 이 책에도 변함없이 이어진다.

17세기 중반 유대인 집단학살이 일어난 샴고로드라는 마을의 여관을 무대로 삼은 ‘샴고로드의 재판’은 다름 아닌 ‘집단학살에 대한 신의 유무죄’를 판단하고 다투는 ‘모의재판’이다. 여관을 찾아온 손님들, 여관주인과 종업원, 그리고 정체가 모호한 나그네가 등장하는 이 극중극에서 신의 유죄를 선언하는 검사역의 여관주인 베리쉬는 본디 신의 자비를 믿고 신의 손길과 친밀한 임재를 경험한 인물이다. 그러나 광기에 찬 집단학살에 가정이 파탄 난 후 비탄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가 모의재판정에서 신에게 분노하여 내뱉는 외침은 우리 시대의 외침이기도 하다.

“그를 희생자들 속에서 (찾는다고)? 희생자는 무력해. 그런데 그가 무력한가? 그는 전능하오, 안 그렇소? 그는 그 힘을 희생자들을 구하는 데 쓸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소! 그러니 그가 누구 편이오?”(147쪽)

신을 변호하는 변론 곧 ‘합리주의’ 신학에 맞선 여관 종업원의 반박, 재판 마지막의 극적 반전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압권이다.

오늘 한국 교회가 이 책을 읽고, 세월호 참사 600일을 넘어선 이 땅에서 스스로 어떤 배역을 맡고 있는지 물을 때, 비로소 사람들이 교회에서 희망을 찾으려 하지 않을까 싶다.

샴고로드의 재판」 서평 더 보기 ► 법정에 선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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