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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용욱은 환승역을 지지한다[작가와의 만남] 「환승역」의 석용욱
석용욱  |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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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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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2호선을 타고 퇴근하는 길에 환승역(홍성사 펴냄)을 읽었다. 정확히, 그림을 유심히 보고 글을 꼼꼼히 읽었다. 붉은 고래를 찾아서(2015)의 선홍빛 표지 싸개가 인상에 남아 있던 차에 환승역이 눈에 들어왔다. 번잡한 퇴근 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가볍게 잡았다가, 그대로 빨려들었다. 일종의 감정이입 또는 공감이 생겼던 것이다. 오늘 이 시대의 사십대 남자들이라면 열에 아홉은 공감할 것이다. 석용욱 작가를 2호선 환승역(아마도 사당역쯤)에서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마침 그가 뉴질랜드에 가 있어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대신, 이메일로 묻고(은홍) 답했다(용욱).

: 이번 작품 환승역에 실린 작가 소개를 보니 이런 대목이 있다. “불혹의 마흔에 입문하여 돌아보니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어 ‘멘붕’ 직전이다.” 나는 이것을 ‘마흔 앓이’라 부른다. 석용욱 작가는 1977년생, 마흔이다. 환승역이 마흔에 들어선 작가의 자신의 이야기로 읽힌다. 석 작가 본인의 ‘마흔 앓이’를 들려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마흔 앓이’를 한 많은 사십대들에게 특별히 더 와 닿을 것 같다. 사십대에 막 들어선, ‘석용욱’은 누구인가? 직업으로 말하자는 작가, 일러스트, 그래픽 디자이너를 ‘창작자’라는 하나의 직업군으로 묶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또 ‘선교단체 간사’이기도 하다.

: 29살에 선교에 헌신했고 10년간 한국, 미국, 뉴질랜드, 일본 등지를 돌아다녔다. 작년에 10년 만에 안식년을 가졌는데 막상 쉬니 뭘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당황했다. 소속도 없고 사역도 없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뭔가 열심히 했는데 돌아보니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었다. 선교사가 ‘마흔 앓이’를 한다니, 뭔가 밝히기 두려워 혼자 앓았다. 그러다가 순순히 인정하기로 했다. 하나님 일 한다는 사람도 ‘마흔 앓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선교사이기 전에 그냥 사람이니까….

여러 가지 일을 했던 것 같다. 책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디자인도 하고 전도도하고 제자양육도 하고. 그런데 뭔가 하나 딱 해낸 것은 없다. 이것저것 했는데 딱히 ‘내 것’이라 부를만한 한 가지가 없었다. 뭐하고 있는 건가… 싶다가 이 모든 것이 ‘선교’라는 이름으로 정리됐다. ‘나는 선교사이다.’ 작가이기도 하고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고 디자이너이기도 하지만 본질은 선교사이다. 나머지는 선교적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직함이다. 마치 바울의 ‘로마 시민권’처럼.

: “순환하는 열차를 타고, 나는 달리고 있었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고 있었다.” … “문득!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승역’이라는 모티프는 어떻게 잡게 되었는가?

: 「환승역」은 마흔 앓이를 통해 ‘써내려간’ 책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마흔 앓이를 통해 ‘마무리한’ 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초안은 이미 2012년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 때는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해야할지 알지 몰라 그냥 중간에 접었다. 천천히 삶이 답을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3년간 철들고 난 후에 마무리 지었다. 지금 끝낼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 마무리 지었으면 너무 판타지적인 답을 내렸을 것 같다.

2010년 지금은 폐간된 1/n이란 잡지를 봤다. 분기별로 발행되는 그 잡지는 발행일마다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는데, 구입한 시기 발행된 잡지의 주제가 ‘환승’이었다. 초반 몇 페이지 즈음 편집인의 글 “나는 환승을 지지한다”를 읽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편집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실은 글이었는데 마음에 꽂힌 것이다. 당시 한국에서 자리를 잘 잡아가던 사역을 내려놓고 뉴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떠나기 직전이었던지라 개인적 상황과 맞물려 더 깊이 공감했다.

단순히 지하철을 갈아타는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인생의 여정에서 한 시즌에서 다른 시즌으로, 계절이 바뀌듯 옮겨가는 의미로써의 환승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이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터 이 책을 구상했던 것 같다. 이 후로 몇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환승’의 두 가지 측면—화려한 환승과 고독한 환승—을 발견하게 되긴 했지만.

: 석 작가는 본인 스스로 직업(“먹고 사는” 일)과 소명이 얼마나 통합되어 있다고 자평하는가?

: 완전히 통합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있다가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보냐 믿음이 적은 자들아.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지난 10년간 ‘이 말씀이 현실 속에서 정말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직접 실험해 봤다. 제법 긴 시간 아주 치열하게.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가능하다’이다. 신앙적 이상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직업이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목적을 뛰어넘어 하나님의 뜻을 이뤄가는 개인의 신앙여정이었음 좋겠다. 많은 분들이 그런 목적과 방향성을 따라 직업을 구하길 소망한다. 그 안에 분명 자아실현도 있을 테고 그래야만 의미도 있고 행복할 테니까. 물론 절대 쉬운 일이라고 말하진 않겠다. 용기가 많이 필요하다.

: ‘생각의 씨앗이 움을 트는 과정’이라는, 씨(뿌리는 자) 비유에 대한 석 작가의 해석이 신선하다. 석 작가의 작품에서 성경말씀은 어떤 역할을 하나?

: 아내를 처음 봤던 날 공항에서 나오는 그녀를 보는 순간 한 사람이 마음속으로 ‘쏙’하고 들어오는 걸 느꼈다. 그러곤 날마다 그녀를 생각하며 마음을 키웠고 결혼이란 열매를 맺었다. 이와 같이 영감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한 단어, 한 문장, 혹은 한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그 단어나 문장이 묵상을 통해 상상으로 펼쳐지고 작품으로 열매를 맺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것을 ‘생각이 자라는 과정’이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씨앗이 움트는 과정이란 표현은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 구체화 해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내 작품 속에서 말씀의 역할은 절대적이며 모든 것이다. 거창한 의미로 말하는 것은 아니고 쉽게 정리해서 다시 말한다면 성경말씀을 모티브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 성경자체가 모든 장르를 포함하는 거대한 하나의 드라마며 영감의 결정체이다. 신과 사람의 이야기,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전쟁이야기, 역사이야기, 사랑이야기, 정치이야기, 종종 막장 드라마까지…. 성경은 너무 재밌고 신나는 소재들로 넘쳐난다. 그리고 충분히 보편적이다. 그리스도인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즐겨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성경은 내겐 영감의 보고이다. 평생을 다 바쳐도 이 안에 있는 소재들을 작품으로 다 구현해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서 캐낸 이야기들을 동시대의 메시지로 가공할 때 가장 즐거움을 느낀다.

: 석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소개해 달라. 앞으로 선보일 작품까지도 미리. 붉은 색 책표지가 인상적인 붉은 고래를 찾아서에는 고래가 등장하는데, 이번 환승역에는 낙타가 옆에 있다. 내면의 대화자로 동물을 설정하고 있는데, 재미있다.

: 대표작은 그림묵상이고 최근작은 붉은 고래를 찾아서와 이번의 환승역이 있다. 그림묵상은 자전적 에세이인데 그런 형태의 책이 3권 더 있고(러브캔버스, 빛과 먹선이야기, 혼자는 아닐 거야) 붉은 고래를 찾아서환승역은 이야기책이다. 2013년 뉴질랜드에 있을 당시 그 지역에서 자폐증을 앓던 한 소년이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우연히 찾아가 그림을 관람하다가 소년과 고래가 바다에서 헤엄치는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림 속 고래가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다. ‘붉은 고래…’ 마음속에 그 단어가 그렇게 남았고 자랐고 작품이 됐다. 늘 그렇게 주변에 있는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해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스스로 창조해낸 결과물들은 없다. 대부분 일생생활 속에서 지나가다 보고 주워들은 것을 담아놓은 것뿐이다.

다음 작품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소통’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만 있다. 그 역시도 좀 추상적이다. 책을 한 권 낸다는 것이 나에게는 아이를 낳는 것과 같아서, 일단 아이가 나오면 다음 아이에 대한 생각은 해볼 수가 없다.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충분히 마음을 주며 지켜본 후 구상을 해보려 한다.

지금 다음 작품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환승역에게 좀 미안하다. CTK 2016:4


[게시: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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