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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절망에서 희망으로다시, 아이티에 가다
양화수  |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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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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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1일, 옥빛 카리브 해가 둘러싸고 있는 중남미의 아름다운 섬나라 아이티가 무너진 건물 더미와 잔해로 뒤덮인 잿빛무덤으로 변했다. 리히터 규모 7.0의 대지진. 인류가 지진을 관측한 이래 두 번째로 큰 지진이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강타했다. 사망자만 22만 명에, 30만 명이 부상을 당하고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사람이 300만 명에 달하는 대참사였다.

현장은 처참했다. 어쩌면 처참이라는 말로는 현장의 상황을 조금도 담아낼 수 없었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땅이 무너진다는 것, 그것은 어제도 걸었고 오늘도 걷는, 그 위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안식을 누리던 삶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내가 믿고 있었던 가장 기초적인 믿음, 나의 두 발로 딛고 있는 이 땅은 항상 무사할 것이라는 믿음을 철저히 배반한 것이다.

아이티에서 만난 이들의 눈빛에서 그 불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사랑하는 부모와 자녀, 형제와 친구를 지진의 폐허 속에 묻어버린 이들이다. 그 슬픔만으로도 버거울 텐데 언제 다시 흔들릴지 모를 그 땅, 깨어져버린 그 땅에 대한 믿음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었다.

발을 내딛었던 모든 곳의 풍경이 같았다. 무채색으로 뒤덮인 건물의 잔해와 희뿌연 먼지뿐. 잔해를 중장비로 집어 올릴 때, 트럭에서 그것들을 쏟아낼 때, 불쑥 드러나는 누군가의 시신을 접하는 충격적인 일이 이들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곳 아이들의 피부는 유난히 까맣다. 검정 피부의 아이들이 하얗고 동그란 눈을 떠 올려다보면 그 하얀 눈 속으로 빨려들 것만 같았다. 지진이 나기 전에도 이 아이들은 진흙을 이겨서 만든 쿠키를 먹으며 지냈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아이티가 대지진으로 더욱 깊은 고통과 절망 속에 빠졌다.
 

희망의 씨앗

대지진 후 6년, 한국 교회가 이곳에 전문인 양성을 위한 한국아이티직업학교KHPS(Korean Haitian Professional School)를 세웠다.

아이티 북부 카라콜 지역에 세워진 이 직업학교는 1만 5750제곱미터 부지에 강의실과 교직원 숙소, 기숙사, 예배와 집회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건축자재와 사무집기를 한국에서 들여와 견고하게 지었다. 건축비만 25억. 한국 교회 선교 130년 역사상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로 추진된 프로젝트다. 현재 이곳에서는 한국어와 영어 등 어학교육을 비롯해 컴퓨터 등 기술교육과 신학교육이 이뤄질 예정이며, 차차 그 영역과 규모를 넓혀가며 아이티 재건을 위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교회봉사단(대표회장 김삼환 목사)과 월드디아코니아(이사장 오정현 목사)의 주도로 진행되었다. 지난 3월 10일(현지 시간) 열린 준공식에서 한국교회봉사단 대표회장 김삼환 목사는 “대한민국도 불과 60년 전에는 전쟁의 폐허만 남아있는 비참한 나라였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 때문이다. 이 직업학교를 통해 여러분도 하나님의 은혜를 힘입어 아이티를 재건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월드디아코니아 이사장 오정현 목사는 “직업학교 건립을 위해 헌신해 준 많은 분들과 아이티 정부 관계자들, 그리고 한국교회에 감사드린다. 시작은 미약하였던 연변과학기술대학이 현재는 중국의 100대 대학으로 성장한 것처럼, 아이티 직업학교도 일류대학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이티 정부 관계자들도 이 날 준공식에 참석해 지난 6년간의 한국 교회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메어빌기오메 아이티 국가인재양성 교육청장은 “학교를 세워 준 한국 교회와 모든 분들에게 정부를 대신해 감사드린다. 이 직업학교를 통해 아이티에 많은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제르라모르 카라콜 시장도 “황무지였던 곳이 한국 교회의 노력으로 아름답게 변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이 학교를 통해 소망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한국교회봉사단은 전기시설 공급 등으로 이번 건축에 크게 기여한 ESD 최상민 사장과 글로벌커뮤니티, 세아학교, 건축감리를 맡은 사랑의교회 최용준 집사 등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향후 관리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최상민 사장을 이 학교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한국교회봉사단이 아이티 재건을 위해 모금한 금액은 37억원. 이 가운데 직업학교 건립에 25억 원이 투입되었고, 이와 별도로 사랑의교회는 예배당으로 활용될 커뮤니티 센터 건립을 위해 3억 원을 추가 지원해 이와 같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봉사단은 이 직업학교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향후 2년 동안 운영비 3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절망과 희망의 기로에서

잘 지어진 현대식 건물의 한국아이티직업학교를 빠져 나와 차로 30여 분을 달려 카라콜 시내로 진입하면, 공간이 아닌 시간을 과거로 이동한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낙서로 얼룩진 오래된 회색 건물들, 자욱한 매연, 포장되지 못한 도로, 차와 오토바이의 경적이 내는 시끄러운 소음. 하릴없이 이곳저곳을 배회하거나 무리지어 앉아있는 청년들, 곳곳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뒤적이며 무엇인가를 찾다가 외국인을 만나면 달려와 “원 달러”를 외치는 아이들.

   
 

아이티는 콜럼버스의 대륙 발견 이후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끌려와 개발하고 국가를 형성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식민지를 거쳐 프랑스에 대한 독립전쟁을 통해 1804년 독립하였으나 1915년 1차 세계대전을 틈타 침공해 온 미국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1934년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선린외교정책으로 미군이 철수하자 권력을 차지하려는 여러 정치세력의 쿠데타와 독재, 내전이 거듭되면서 극도의 혼란상태가 이어졌다. 2010년 대지진 후 세계 각국의 원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도 아이티는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한 과도정부 체제의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 국민의 대다수는 농업에 종사한다고 하나 식료품의 유통과 보급이 이뤄지지 못하는 영세한 수준이다. 1인당 소득도 1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빈국의 처지에 놓여 있다.

오랜 식민지배와 정치적 혼란, 만성적 부패와 무질서에 더해 엄청난 지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 앞에 한국 교회가 선물해 준 이 직업학교가 한편으로는 너무 왜소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제의 식민지배와 한국전쟁, 민족분단의 큰 상처를 겪으면서도 선교사들이 세워준 병원과 학교, 교회의 터전 위에 오늘의 발전을 이뤄낸 우리 민족의 경험에 비춰보면, 절망과 희망의 기로에서 아이티 국민들을 위한 이 직업학교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양화수 객원기자 (아이티 카라콜) CTK 20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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