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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를 죽여야 목회가 산다목회자들이 교인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김선일  |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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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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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의 서재]

   
 

수히 많은 목회 비법과 정보를 가르쳐주는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끊임없이 열리는 목회 세미나들은 목회자들의 고민과 혼란을 덜어주려고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와 솔깃한 사례들을 앞 다투어 선보인다. 목회 마케팅의 성황은 그만큼 목회자들의 고충이 깊어짐을 방증한다. 다들 목회를 살리려 한다. 식어가는 영성에 군불을 지피기도 하고,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최첨단 목회 트렌드를 소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문학과 목회를 접목해서 문제를 타개하자는 창의적인 제안도 나온다. 목회의 생기를 되찾고자 애쓰는 상황에서, 앤드류 퍼브스의 십자가의 목회는 충격적이고 전복적인 처방을 내놓는다. 당신의 목회를 죽이라! 목회를 위한 당신의 야심과 열심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

저자 앤드류 퍼브스Andrew Purves는 미국 장로교단 소속의 피츠버그 신학대학원에서 개혁주의 신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그 자신이 오랫동안 목회를 했었고, 현재 담임목사인 그의 아내를 돕고 있다. 명 설교자인 저자는 목회에서 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줄곧 역설해왔다. 특히 그는 고전적 기독론을 중심으로 현대 목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본질적 해법을 찾아간다. 그는 목회신학의 재구성: 기독론적 토대Reconstructing Pastoral Theology: A Christological Foundation라는 책에서 목회가 단순히 실천적 방법론의 문제가 아니라 신학적 기독론에 철저하게 뿌리내려야 함을 정립한 바 있다. 또한 고전의 전통에서의 목회신학Pastoral Theology in the Classical Tradition에서는 교회사의 걸출한 선배들로부터 현대의 목회적 딜레마를 풀어가는 지혜를 탐색한다. 이런 책들이 목회를 위한 두터운 신학적 사유물이라면, 이 책은 저자가 목회자들과 대화하듯 쉽고 간결하며, 그러나 열정적으로 쓴 책이다. 원제(The Crucifixion of Ministry)를 그대로 따르자면, ‘목회의 십자가 처형’ 또는 ‘십자가에 달린 목회’라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제목부터가 강렬하고 섬뜩하다. 그 동안 십자가가 기독교 신앙의 중심임을 알려준 책들은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물론 목회자에게도 십자가의 영성을 역설하는 주장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흔히 주장하듯 십자가를 의지하는 뜨거운 열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 목회자 자신의 모든 목회적 열정과 계획까지 처형시키라고 한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적 사역과 하나 됨을 통해 목회를 재접근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십자가에 목회를 못 박으라고 하지만, 십자가에 못 박는 우리의 깊은 믿음과 결단을 강조하지 않고, 목회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중심성을 재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우리의 목회를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이 점이 십자가를 강조하는 여타 책들과도 다르며, 목회에 대한 처방서들과는 더더욱 다른 접근이다. 특히 목회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적 사역을 강조하는 그의 논의는 신선하며 혁신적이다. 흔히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적 사역은 신자를 구원하고 용서하는 데 집중되었다. 그래서 목회에서 그리스도는 ‘모델’ 또는 ‘지속적인 영향력’으로만 존재해왔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이는 목회자 개인의 역량과 헌신에 목회가 좌우되게 했다.

저자는 목회자들에게는 두 번의 죽음이 찾아온다고 한다. 첫 번째 죽음은 목회 초기에 신학교에서 배운 것과 목회 현실의 괴리를 경험하면서 겪는 죽음이며(이는 직업상의 위기이다), 두 번째 죽음은 10~20년 목회를 한 뒤에 찾아오는 목회의 무기력과 탈진이다. 이는 더욱 치명적이고 심지어 믿음의 위기로 다가온다. 저자는 오히려 이 두 번째 죽음의 문제를 긍정하는 방식으로 목회적 위기에 대한 대안을 제공한다. “두 번째 죽음을 견디고 이해한 뒤에 신학적 개종의 부활을 체험하고 생전 처음으로 진정한 목회를 하게 되는 목사들도 있다.”(23쪽) 이 지점에서 비로소 살아계신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그가 대신하는 목회를 경험할 해법의 역설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이 해법은 신학적이며 영성적이다. 그리스도를 철저하게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신학적이며, 자아를 죽이며 그리스도와의 깊은 교제에 들어가야 하기에 영성적이다.

오늘날의 목회자들은 과중한 요구를 받는다. 변화하는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문화적 해독력, 관계 및 상담 능력, 지역공동체 개발, 커뮤니케이션 기법 등을 배우려고 열심이다. 그러나 저자는 “목회자들이 교인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진지한 신학자가 되는 것”(161쪽)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신학 학위를 따라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이며 그분이 무엇을 하시는지를 아주 깊이 있게 연구하라는 것이다. 목회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목회여야 하는데,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설익은 이해를 안고 목회에 뛰어든 것이 바로 문제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목회에서 그리스도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하시는 사역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것이다. 사실 이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성경적 가르침의 핵심이고, 교회사에서 줄곧 재확인되었던 바다. 따라서 저자는 오늘날 목회는 ‘비신학적 혼동’ 가운데 여러 기법들과 뒤죽박죽되어 정체성을 잃었다고 진단한다.

나는 근래에 교계에서 주목받는 선교적missional 교회와 지역공동체 운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가운데 이 책을 접하면서, 충격과 고민에 들어섰다. 그러면서 저자의 제안처럼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 가운데 임하고, 주님이 현재 하시는 사역을 우리가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바라 볼 때 목회란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167쪽)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주기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목회적 무력감에 대해서 오래되고 새로운, 그러나 흔들림 없이 단단한 진리로 재충전되는 감동을 맛보았다.

이 책에 이어 저자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조명하며 목회의 실제적인 방향을 제시한 부활의 목회The Resurrection of Ministry (새세대 역간)를 함께 읽으면 여기서 제기된 문제와 고민이 완결될 것이다. (부활의 목회의 일부가 CTK 2014년 4월호에 “부활주일 뒤에, 다시 성금요일이 따른다”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다.) CTK 2016:4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실천신학 교수이며 전도의 유산: 오래된 복음의 미래(SFC) 의 저자이다. 앤드류 퍼브스의 부활의 목회(새세대)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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