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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침묵이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베이비 박스’ 이종락 목사의 경고
김희돈  |  don@ct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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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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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락 목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가슴 속에 분노가 치솟는다고 했다. 장애인들과 살기로 작정한 이후, 장애인 아동을 내다버리는 기막힌 현실과 조우한 그 시절의 감정이 몰려왔다. 그때처럼 목이 메었다. 사람이 자기 자식에게 어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여기저기 들려오는 아동학대 뉴스가 우리 사회의 엄중한 현실이라는 게 무섭다고 했다. 그리고 두렵다고 했다. 매년 1만여 건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는 믿기지 않는 현실. 그를 만난 건 국회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4월의 어느 날이었다. 아동학대 사건이 선거바람에 슬그머니 묻혀버린 뒤였다.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는 10여 년 간 버려진 아기들을 보살펴 왔다. 어느 날 그의 집 대문 앞에 아기를 두고 가는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났다. 도무지 막을 길이 없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리던 생선상자에 버려진 아기를 안고 올라오면서 그는 결심했다. 아기들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 ‘베이비 박스’가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이 목사 부부에게 새로운 나날도 시작되었다. 갓난아기를, 그것도 여러 명을 돌보는 일은 시쳇말로 ‘죽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그의 손을 거쳐 간 생명들이 4월 현재까지 936명이다. 긴 시간이 흘렀고 많은 아기들을 보살폈지만, 세상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아기들은 버려졌고 그들을 보호해야 할 사회안전망에도 이렇다 할 변화는 적었다. 아니, 더 열악해졌다. 매월 20여 명의 아기들이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베이비 박스로 들어온다. 이 목사 부부에게는 고된 일이었지만 그 일을 멈출 수는 없다. 하나님의 존귀한 생명들이기 때문이다. 그 깊은 깨달음을 갖게 해 준 건, 그의 아들이었다.

이종락 목사의 아들에게는 중증장애가 있다. 2년간 새벽기도를 통해 얻은 소중한 아들이었지만,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했다. 생후 4개월 때는 생사를 헤매다 결국 전신마비가 왔다. 하나님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기도는 항의가 되기 일쑤였다. 주변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아들 때문에 14년이라는 세월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의사는 아들이 소생할 가망이 없다고 했다. 이제는 하나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 기도는 점차 옆 침대의 환우에게로 이어졌고 급기야 병상 기도회로 발전했다. 기도는 치유를 불렀고 환자와 그 가족들을 전도하는 마중물이 되었다. 그때 그는 깨달았다. 돌아보니 아들 덕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아들을 통해 시작한 병원생활이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위해 중보하고 전도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복음을 위해 사명자로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들이 퇴원할 쯤, 그는 아들만큼 심각한 중증장애인을 한 명 더 돌보게 되었다. 그렇게 그의 집은 장애인을 돌보는 사역지가 되었다. 그에게 누군가가 아기를 두고 가는 기막힌 일도 그 이후의 일이었다. 장애인 공동체는 어린 아기들까지 보살피는 보금자리가 되었다. 이 모든 일이 결국 그의 아들에 의한 것이었다. 아들의 불편한 몸이 결국 많은 이들을 구하는 돌봄의 삶으로 그의 가정을 이끌었던 것이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제 아들을 귀하게 쓰신다는 것을. 극심한 장애인이지만 나와 같이 존귀한 존재라는 것을. 사람의 눈으로는 실패로 보이고 비극처럼 보이나, 하나님께서는 제 아들을 통해 저를 낮추시고 한 영혼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어린 생명의 소중함. 그래서 그에게 아들의 장애는 하나님의 저주가 아니라, 은혜였고 축복이었다. 아들로 인해 좌절하고 몸부림치던 시간은 자신의 교만과 세상의 욕심을 땟물처럼 빼는 기간이었고 지극히 작은 영혼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보게 된 시간이었다.

“현실이 기가 막입니다. 그 귀한 생명들을 어떻게 그리 할 수 있습니까. 아기를 버리는 일도 비극이지만, 자기 자식을 모질게 학대하고 잔혹하게 살해하는 일은 더욱 기막힌 일입니다. 우리 사회 안에 생명경시 풍조가 이렇게 심각합니다. 우리 시대의 비극입니다.”

이 목사는 이 시대의 강도 만난 자들이 바로 이들이라고 했다. 베이비 박스의 아기나, 집에서 부모의 학대를 받다 끝내 살해되는 아동이나, 모두 어린생명을 져버리는 일이다. 우리 모두가 생명경시의 풍조에 젖어 있는 탓이다. 그래서 어린 생명을 보호해야 할 사회가 ‘생명’보다 관료주의, 체면주의, 편의주의에 함몰돼 있다. 사람 살리는 일보다 더 급한 일이 무엇인가. 그는 이 부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변화에 극히 회의적이다. 그는 교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했다. 생명을 살리는 것이 교회 본연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의 선한 이웃이 누구겠습니까? 바로 교회입니다. 우리마저 잠잠해서는 안 됩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이런 사건들 속에서 우리마저 침묵하는 것입니다. 세상과 다를 바 없다면 참으로 주님께서 책임을 물으실 것입니다.”

이 목사의 베이비 박스는 이미 여러 외신을 통해 세계 곳곳에 알려졌다. 특히 작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상영된 베이비 박스를 다룬 영화 〈드롭 박스〉Drop Box는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켜 연장 상영까지 이뤄졌다.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여기저기 울먹이며 기도가 터져 나왔다. 아예 자연스럽게 극장은 기도처가 되었다. 그들의 기도는 회개였다. 태평양 건너편의 작은 나라에서 버려진 아기들의 슬픔이 자신들의 잘못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저더러 고맙다고들 했어요. 자신의 무지를 일깨워 주어서 감사하다고. 자기들이 무엇을 하면 좋겠냐고 물어요. 그들에게는 생명에 대한 공감이 있었어요. 그들은 자신들이 극복해야 할 일이라고 인식했어요.”

이 목사가 한국 교회에 기대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어린생명에 대한 교회들의 인식이 전보다 다소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변화가 아쉽다. 그래도 한기총이나 한교연 등의 기독교연합체들이 실제적인 생명운동에 나서고 교회들도 생명에 대한 본연의 모습을 회복한다면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이 모든 현상과 생명경시 풍조가 위기를 맞은 가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이혼과 별거의 급증에 따른 병리현상인 것이다. 따라서 교회가 가정을 지키기 위한 파수꾼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성경적 가정관을 지속적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각 가정을 부지런히 살펴서 위기를 맞은 부부들을 돌봐야 하고 그 자녀들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합니다. 그리고 성경에서 말하는 성에 대한 교육에도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린 생명들을 살릴 수 없습니다.”

이 목사는 유기 영아를 보살피는 일 외에도 미혼모 상담과 바른 성교육 등을 위해 사역을 상당부분 조직화했다. 최근엔 베이비 룸을 만들어 더욱 안전한 영아 수용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가정의 달’ 5월이 되면 거리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어린이 폭행과 영아 및 장애아 유기 근절을 위한 거리 운동을 가질 계획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어린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 속에서 더욱 근신하고 정신을 차리기 위함이다. 세상은 다시 아동 폭력과 살해 문제를 잊고 잠잠해질 것이다. 교회마저 침묵할지 모른다. 그래서 외치러 나가는 것이다. 더 큰 비극은 교회가, 그리스도인이 세상과 똑같이 방관자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CTK 20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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