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헹가래로 ‘행가래’를!행복한 가정의 내일을!!
송길원  |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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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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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의
행가래 幸家來

 

가래가 미국 것이라고? 천만에!

1백여 년 전, 미국인 선교사 제임스 S. 게일(James Scarth Gale 1863-1937)이 한국을 찾았을 때 일이다. 이 나라 사람들, 농사짓는 방법이 특이하다. 밭일이든 논일이든 홀로 하지 않고 꼭 세 사람 또는 다섯 명이 무리지어 한다. 한 사람이 자루를 잡고(장부잡이) 흙을 떠서 밀면 양쪽에서 두 사람이 그 줄을 당겨(줄꾼) 흙을 던진다. 일종의 협업協業이다. 가래질은 작업의 난이도에 따라 ‘세손목한카래’에서 장부잡이 한 사람과 줄꾼 여섯 사람 등 모두 일곱 사람이 하는 ‘일곱목한카래’까지 다양하다. 남자 셋이면 하루 6백여 평의 진흙 밭을 고를 수 있다. 포클레인보다 더한 영농의 과학정신이 담겨있었다.

일은 매우 민첩하고 활력이 넘친다. 일할 때 부르는 노래는 흥겹다. 노동이 아니라 차라리 놀이다. 중간 중간 갖는 휴식은 먹거리가 풍성하고 온갖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대축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미학의 세 요소(쓸모 있거나 재미있거나 감동적이거나)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일하기 전에 서로 호흡이 잘 맞나 안 맞나를 미리 워밍업 해보는 것이다. 작업의 핵심은 ‘팽팽한 줄’이다. 힘의 집중과 균형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줄이 느슨해지면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박자가 틀리면 균형이 깨지면서 헛손질이 되기 십상이다. 세 사람의 역할분담과 함께 주어지는 혼연일체의 정신이 중요하다. 이래서 가래질은 필수요소였고 리허설 하는 과정을 헹가래를 친다고 했다.

이런 노동과 놀이의 동작은 노동현장만이 아닌 일상생활에도 그대로 스며있었다. 부모의 양 손을 잡고 길을 걷는 아이들은 그네를 타듯 껑충껑충 하늘을 날았다. 어른들은 손 꽃가마를 타고 구름 위를 걷듯 겅중겅중 걸었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헹가래는 꿈과 소망을 하늘에 매 다는 일상의 의식ritual이었다.

 

‘하늘아래’ vs ‘하늘위로’ 누가누가 잘하나

골프, 한국 여제女帝들이 LPGA에서 또 우승컵을 치켜들었다. 이어지는 세리머니(Champion’s Leap)는 대부분 맥주병을 따거나 샴페인을 터뜨린다. 머리에다 들이붓는다. 연못으로 뛰어든다.

잠시 시선을 잠실벌 야구장으로 옮겨본다. 승리한 선수들은 감독을 찾는다. 들어 올린다. 차이는 무엇일까? ‘하늘로부터’와 ‘하늘을 향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그랬다. 얼음물을 스스로 덮어쓴다. 위에서 아래로다. 헹가래는 다르다. 올려준다. 여럿이다. 홀로 할 수 없다. 서구식의 축하방식과 한국식의 축하방식의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우승의 순간에도 그들은 여전히 너는 너, 나는 나다. 철두철미 개인적이다. 주소를 명기하는 것과 같다. 서양 사람들의 주소는 길(Street)로 표현되어 ‘가’(街)가 되지만 우리는 ‘동’(洞)로 표현된다. 길이란 경계선으로 금을 긋고 사는 그들과 달리 우리는 같은(同) (水)을 먹는 사람들로 공동운명체를 뜻했다.

헹가래는 철두철미 협업이다.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야 한다. 홀로 들어 올릴 수 없다. 집어 던진다. 끝이 아니다. 떨어질 때 안아주어야 한다. 내려올 때 붙잡지 않으면 큰 부상을 입는다. 거기다 하늘로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스킨십이 필수다. 손을 잡는다. 등을 떠민다. 등이 어떤 곳인가? 등은 영유아의 발달의 시작점이다. 아이가 태어나 제일 먼저 하는 작업의 하나가 굽은 등을 펴는 일이다. 등짝에 힐링 포인트healing point가 있다. 감정을 통제하는 컨트롤 타워가 숨어있다. 그래서 숨이 컥 막히는 사람의 등짝을 두들겨 준다. 누군가를 안으면서 우리는 등을 토닥인다. 위로와 격려다.

그렇게 해서 하늘로 치솟는다. 자기 효능감이 온 몸에 번진다. 그의 인생에 새 날개를 달아준다. 아니 모두 소망한다.

 

갈 길을 잃어 헤매일 때는 비둘기의 날개를 주사

제 자리로 찾아오게 해 주시고

삶이 고달파 쓰러질 때면 독수리의 날개를 주사

다시 하늘로 솟아오르게 하소서.

슬픔에 잠겨 눈물 뿌릴 때는 어미닭의 날개를 주사

등을 토닥거려 쓰다듬게 하시고

마음의 갈등으로 힘들 때면 기러기의 날개를 주사

서로서로 격려하며 하늘을 나는 지혜로 이끄소서. ―송길원의 행가래 서시序詩 중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헹가래

“뇌의 대부분은 의식보다 잠재의식이 차지한다. 말은 잠재의식을 자극한다. 인간의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상상만으로 운동 효과를 낼 수 있고, 상상만으로 학습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입버릇 이론’을 만든 작가이자 뇌과학자 사토 도미오의 이야기다. 프랑스 심리학자 에밀 쿠에도 동조한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은 자율 신경계에 자동으로 입력되며 인간의 몸은 입력된 그대로 실현하려 한다.” 그러면 온몸이 꿈으로 물결치며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 뇌 만일까? 몸은 우리 마음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몸이 먼저 말한다. 몸에도 지능이 있다. 간단하다. 뇌는 깜박거리며 뭔가를 잊는다. 그런데 손은 정직하다. 눈을 감고 패스워드를 치면 그대로 입력이 된다. 여기에다 회복력은 또 어떤가? 그래서 칼럼니스트 김서령은 말한다.

“우리 몸은 원래 스스로 완벽한 구조를 가졌다. 스스로 영양을 조절하고 병을 고칠 줄 안다. 뇌는 효능이 빼어난 진통제, 항우울제, 수면제를 만들어내고, 위는 소화제를 만들어내고, 간은 조혈제와 피로회복제를, 장은 지사제를 저절로 만든다. 물론 부작용도 전혀 없다. 우리 몸은 그러고 보니 완전히 가동 중인 제약회사나 다름없다.”

그 제약회사를 가동시키는 것은 내 몫이다. 그 때 나는 내 몸의 주인이 된다. 내 몸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잡상인이 되고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된다.

성공한 CEO들은 기업경영 이전에 자기 경영에 탁월하다. 남을 다스리기 전, 자신을 다스릴 줄 안다. ‘헹가래’, 남을 위한 헹가래에 앞서 자신을 헹가래칠 줄 안다. 이게 헹가래 철학이다.

가장 먼저는 입 꼬리 헹가래다. 사람이 우울해지면 입술이 쳐진다. 거울을 보고 살짝 미소 지어 보라. 입 꼬리를 살짝 들어 올리면서 이렇게 다짐해 보라. ‘거울은 절대 먼저 웃는 법이 없다.’ ‘기뻐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기뻐진다.’

영어의 기적을 나타내는 미러클miracle은 ‘미소를 짓게 하는 멋진 일’을 의미하는 라틴어 미라쿠룸miraculm에서 유래했다. 미소 짓는 것이 곧 나에게 기적을 선물하는 일이다.

다음은 어깨 헹가래다. 사람이 의욕이 꺾이고 의기소침해지면 어깨가 축 늘어진다. 어깨를 한번 쯤 ‘으쓱’ 해보라. 그러면 온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내 삶이 업그레이드 된다. ‘높이 오르는 새가 멀리 본다.’ 그렇게 소리치면서 으쓱 해보라. ‘이만하면 됐잖아!’ 자기 효능감이란 삶의 에너지가 나를 감싸 안는다.

마지막, 허리 헹가래다. 사람이 살맛을 잃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허리가 구부정해진다. 비탄에 젖은 사람들은 하늘을 쳐다보지 못한다. 돼지는 살아생전 하늘을 쳐다보지 못한다. 죽어서야 하늘을 쳐다보는 돼지처럼 살 수는 없잖은가? 이렇게라도 소리쳐 보면 어떤가? ‘태풍의 한 가운데서는 돼지도 하늘을 날 수 있다.’ 두 손을 깍지 끼고 하늘을 한번 올려 보자. 하늘이 웃으며 반긴다.

하늘을 쳐다볼 때마다 하늘 한 평씩 내 삶에 등기가 완료된다. 이보다 더 멋진 일이 있을까? 그 때 우리 가정까지도 행가래幸家來, 행복한 가정의 내일로 나아가게 된다. hangareh!! CTK 20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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