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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목사지?”당당한 택시기사 목사님을 기다리며
지용근  |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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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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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근의 
묻고 듣고 세다

이번 호부터 새로운 칼럼을 싣는다. 한국 교회의 통계 조사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지용근 대표가 통계로 한국 교회를 이야기한다.

랜 시간 선교사역과 일터사역을 함께해 온 선교사님이 더운 여름날 잠시 한국에 왔다. 강남 고속터미널에서 여의도까지 택시를 타야 할 일이 생겼다. 택시에 올랐는데 운전하는 기사님이 모자를 깊이 눌러쓴 채 손님을 외면한다. 여의도 가자는 말에 대꾸 없이 미터기만 누를 뿐이다. 기분이 나빴다. ‘선교사가 화내면 안 되지.’ 꾹 참았다. 날씨가 무척 더웠다. 에어컨을 틀어달라 부탁했다. 아무 대답이 없다. 한 번 더 틀어달라 요청했다. 돌아온 대답. “이 차는 에어컨 틀지 않습니다.” 어이가 없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올림픽대로에 막 진입하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혹시…’ 

택시 기사 뒤통수에 대고 물었다. “당신 목사지?” 대답이 없다. 목사 아니냐고 재차 물었다. 선교사님은 자기 신분을 밝혔다. 한참 대꾸 없던 운전기사가 갑자기 길가에 차를 세웠다.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목사 맞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이 넘게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 택시기사 목사님은 아이가 둘이고 성도 30명 정도 되는 작은 교회 목회자였다. 사모님은 식당일을 하고 있었다. 교회에서 사례비가 가끔 나오지만 턱없이 부족하고 사모 소득으로도 감당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직업전선으로 뛰어든 것이다. 성도들은 사모가 식당일을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목사가 택시기사 하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차마 성도

   
 

들에게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 행여 성도들이 볼까, 모자를 눌러 쓰고 운전했다. 택시운전은 오로지 생계유지를 위한 방편일 뿐, 이 일을 통해 직업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진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오로지 들키지 않기만을 바라며 돈을 벌고 있었다. 선교사님은 이 목사님의 이야기를 가슴 아프게 들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아무리 숨기면서 일을 한다지만 그래도 손님을 그렇게 대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목사이기 이전에 적어도 그리스도인이라면 손님을 친절하게 대해야 하지 않겠냐? 이런 질책이었다. 다른 택시기사보다 더 친절하고 유쾌하게 손님을 응대한다면 이 일도 의미 있는 사역이 될 수 있다. 이것도 직업인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런 충고였다. 선교사님은 명함을 한 장 건넸다.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졌다.

며칠 뒤에 택시기사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앞으로 자기 멘토가 되어 달라고, 그리고 자기처럼 택시기사 하는 목사들 모임이 있는데 와서 강의 좀 해 달라고. 선교사님은 흔쾌히 수락했다. 선교사님은 거기서 알았다. 서울에서 택시기사 하는 목사가 200명이 넘는구나!

선교사님은 이 일을 계기로 목회자의 이중직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중직을 숨기며 힘들어하는 목회자들을 돕고 있다.

월간 <목회와 신학>이 2014년 2월에 목회자 90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월 가구소득이 보건복지부가 정한 4인 가족 최저생계비 163만원에 못 미치는 목회자가 전체의 66.7퍼센트였다. 법정 최저생계비 244만원이 안 되는 목회자까지 합치면 무려 85.6퍼센트나 되었다. 이 정도 된다면 임지가 없거나, 있어도 “미자립” 교회인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목회자들이 교단에서는 금지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생업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 조사에서 목회 외에 다른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목회자는 38퍼센트. 10명 중 4명 가까이 되는 목회자들이 실제 돈을 버는 직업을 갖고 있는 것이다.

목회자들은 생계가 어려워지면 앞의 사례처럼 사모부터 일을 하다가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본인이 직접 직업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택배 물류센터, 과외교사, 한약관리, NGO사무, 문화센터, 공공근로, 전기기사, 학원운영, 퀵서비스, 우유녹즙배달, 택시기사…, 정규직으로 일하지 못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임시방편으로 일을 하게 된다.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 개신교인ㆍ목회자ㆍ신학생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보자. 작년 한국기독언론포럼이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개신교인은 이중직에 대해 반대 입장이 많았고(‘목회자는 목회에 전념해야 한다’가 56.3%, ‘이중직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일부러 막아서는 안 된다’가 26.8%였다), 반면에 목회자는 인정하는 쪽이 많았다(‘목회자는 목회에 전념해야 한다’가 31.0%, ‘이중직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일부러 막아서는 안 된다’가 55.0%). 이는 아직 일반 성도 입장에서는 목회자는 목회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반면에, 현실적인 생계 문제에 부닥친 목회자들은 찬성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자료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 2015년 9월 예장통합 총회 현장에서 총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적으로는 반대가 높았으나(이중직 찬성 43%, 반대 55%), 이를 다시 목회자와 장로로 나눠 보면 목회자 그룹은 찬성 55.1퍼센트에 반대 43.4퍼센트인 반면에 장로 그룹은 찬성 32.7퍼센트에 반대 65.4퍼센트로, 목회자와 장로 사이에 입장차가 나타났다.

신학생은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기독교연합신문>이 신대원생(2015년 9월, 300명, 대면면접)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상황에 따라 가질 수도 있다’가 82.0퍼센트, ‘다른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가 18.0퍼센트로, 대부분의 신대원생들은 이중직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앞에 닥친 졸업 후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현실적인 생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몇 개 교단에서 목회자 이중직 허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목회사회학연구소 조성돈 소장(실천신대 교수)은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이 생존하기 위해서 큰 교회를 찾아다니며 후원요청을 하는 길이 대부분인데, 자립보다 의존에 물들게 하기보다 차라리 겸직을 허용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회 신뢰도 하락, 교회학교/청년층 이탈, 교인 감소 등 이래저래 어려운 한국 교회 환경에서 목회 패러다임도 새롭게 변화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이 땅의 모든 택시기사 목사님들이 모자를 벗고 떳떳하게 손님을 맞게 되는 날을 기대한다. CTK 20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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