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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의 열쇠는 ‘이미지’이다
지용근  |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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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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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근묻고 듣고 세다
 

지난 4월 총선 선거여론조사 현장에 있으면서 느낀 것이 많다. 특히 여당의 공천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더니 민심이 갑자기 여당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체감했다. 결국 총선은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국민일보가 실시한 선거 사후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여당 참패 이유로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독선적인 공천 행태’ 등을 가장 높게 지적하였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역량 있는 많은 정치인들이 국회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는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가 속해 있는 정당 이미지가 떨어지면 유권자들은 그 후보를 외면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국내 생식 전문기업에서 브랜드 전략을 위한 마케팅조사를 한 적 있다. 소비자들이 이 회사의 생식 가격을 경쟁사 가격보다 높게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회사 생식 가격은 경쟁사보다 더 낮았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반대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회사가 생식 전문회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제품도 비쌀 것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 조사 결과를 앞에 두고 마케팅 담당자는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소비자의 높은 가격인식을 불식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물이 가득 찬 유리컵에 젓가락을 넣으면 젓가락이 꺾여 보인다. 굴절 현상이다. 실제는 꺾이지 않은 젓가락이지만 소비자들은 꺾여 있다고 인식할 수 있다. 이것을 마케팅에서는 “이미지 포지셔닝”이라고 부른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수년 전에 내가 다니는 교회에 목사님이 새로 부임해 오셔서 의욕적으로 준비한 전도 프로그램이 있었다. 교회 정체가 심각한 상태여서 당시 인기가 있었던 프로그램을 당회에서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도대상자를 선정하고 접촉하는 방법, 교회인도 및 사후관리까지 제시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예산이 많지도 않은 교회였지만 5000만원 가까이 들여 도입했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새로 온 사람들 대부분이 이미 그리스도인이었고, 그나마 몇 개월 후 교회에 남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온 교회가 작전을 짜고 열정적으로 기도로 준비했는데 왜 결과가 이랬을까?

이 역시 이미지와 관련 있다. 한국교회미래를준비하는모임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에서 지난 2004년과 2012년 비개신교인들(1000명)을 대상으로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복음의 내용을 아는지’ 조사하였다. 2004년 16.6퍼센트에서 2012년 31.5퍼센트로 8년 사이에 무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수치는 교회들이 분명히 전도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런데도 왜 한국 교회는 전도해도 효과가 잘 나타나지 못하고 정체 또는 하락하고 있을까? 이미지 요인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한국 교회 신뢰도는 바닥에 머무르고 있다. 2013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교회 신뢰도는 19.4퍼센트이고 20~30대 젊은 층에서는 12.9퍼센트로 더 낮았다. 이 자료가 당시 언론에 발표됐을 때 우리 모두 놀라고 걱정했다. 이런 이미지로는 교회가 아무리 전도해도 제대로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500년 전 종교개혁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새로운 교회론을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사도행전 2:43-47에 나타난 초대교회의 특성들을 강조했다. 레이투기아(예배, 기도), 디다케(가르침, 교육), 케리그마(선포, 설교), 코이노니아(교제), 디아코니아(섬김, 봉사)가 그것이다. 신학자 칼 바르트는 교회의 3중 구조를 말하면서 ‘부름 받은 공동체’called out, ‘세움 받은 공동체’called up, ‘보냄 받은(흩어지는) 공동체’called into로 구분하였다. 이 구조를 현재 우리 교회에 적용하면 ‘흩어지는’ 공동체라는 대안이 보인다.

‘흩어지는’ 교회는 세상 속으로 흩어져서 역사의 현장, 곧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실현하고 증언하는 교회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직까지 우리 교회는 디아코니아 개념과 다소 먼 상태에 있는 것 같다. 앞의 한목협 조사에서 비개신교인들을 대상으로 집 주변의 교회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는데 단 14퍼센트만이 ‘그렇다’라고 응답하였다. 지역사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교회는 억울할지 몰라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신들의 주변에 있는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의 한목협 조사에서 교회를 신뢰하는 비개신교인들을 대상으로 신뢰 이유를 질문하였더니 ‘사회봉사를 적극적으로 해서’(45%)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 만큼 사람들은 지역사회에 봉사할 것을 기대 또는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는 봉사하는 단체가 아니라는 항변도 있겠지만, 교회를 바라보는 지역사회가 우리 교회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앞의 조사에서 ‘현재 담임하고 있는 교회의 가장 큰 강점이 무엇인지’ 목회자들에게 질문했더니, 하락 교회와 정체 교회에 비해 성장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훨씬 많이 하는 특징을 보였다. 7년에 걸쳐 1000여개의 교회를 대상으로 교회의 영적 단계를 조사한 미국의 무브 보고서(2013)를 보면, 교인들의 영적 성숙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상위 5퍼센트 교회들은 ‘지역 공동체 목회’를 하는 교회들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교회들은 지역 공동체의 목자가 되어 지역의 쟁점들에 깊이 참여하고 공공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교회가 주목해야 할 점이다.

1997년 안양 S교회에 부임한 목사는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통로로 바자회를 생각했다. 발이 닳도록 지역사회를 뛰어다니며 바자회 취지를 설명했다. 수익금의 반은 우간다에 화장실 만들고 나머지 반은 어린이 도서관 건립을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다. 링컨이 어릴 때 책벌레였다고 하는데 우리 동네에서도 도서관을 만들어 링컨 같은 위인이 나오도록 힘을 쏟자는 목사의 말이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바자회는 크게 성공하였고 목사는 약속을 지켰다. 교회 1층에 어린이 도서실을 만들었다. 책은 지역주민들로부터 기증받았다. 원어민 영어교실, 다문화 가정 어머니가 진행하는 중국어 교실, 쿠키 만들기, 마을 인문학을 도서관에서 열었다. 도서관은 안양시 우수도서관에 선정되었다.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교회 주보를 들고 찾아왔다. “이 주보가 이 교회 것 맞나요? 우리 아이가 저더러 교회를 나가려거든 이 교회에 나가라고 하면서 아주 좋은 교회라고 했어요.” 사람이 아닌 도서관이 전도를 한 것이다.

이제 전도의 패러다임이 바뀔 시대가 된 것 같다. 전도를 목적으로 생색만 내는 지역 섬김은 지역 주민들도 금세 알아차린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우리 교회는 지역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개인 영혼구원에만 국한되어 온 우리의 전통적 신앙인식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보냄 받은 디아코니아 교회, 세상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는 교회가 될 때에야 우리 교회의 진정한 이미지 회복이 있을 것이다. CTK 2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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