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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창조론 이야기버나드 램의 점진적 창조론은 즉각적 창조론만 아는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을 선사할 것이다.
송인규  |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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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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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성경의 대화
버나드 램 지음
송인규 교수 해설
IVP 펴냄



 



“두 가지 창조론”이라는 표현의 의미가 금방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우선 이 어구가 무엇을 나타내고자 하는지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밝히고자 한다.

현재 유신 진화론을 지지하지 않는 복음주의적 그리스도인들은 그들 사이에 서로 다른 두 가지 캠프를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유신 진화론―하나님께서 생물 세계의 발전과 인간의 출현에 진화라는 방도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을 찬성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그 이외의 사안에 있어서는 상당한 견해의 차이를 나타낸다.

우선 이 두 가지 갈래의 명칭부터 정리해 보자.

즉각적 창조론instantaneous creationism(IC) 혹은 즉성적卽成的 창조론fiat creationism은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의 창조 방식이 즉각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즉 하나님께서 “∼이 있으라” 하면 즉각적으로 그 피조물이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즉성적”fiat이라는 말은 “그대로 되니라”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이처럼 하나님의 명령과 피조물의 출현 사이에는 긴 시간이 개재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 자연 세계, 인간, 지구, 우주 등은 그 생성에 있어서 6일(24시간 x 6 = 144 시간) 밖에 소요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반해 점진적 창조론progressive creationism(PC)은 하나님의 창조 방식이 두 요소―(i) 자연적 인과 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창조”적 개입과 (ii) 무생물에서 시작하여 인간에 이르기까지 창조의 활동들 사이사이에 현시되는 자연적이고 점진적인 발전 현상―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이 입장의 주창자들은 생명체, 각종 동식물, 인간 등이 하나님의 창조 역사에 의해 이루어졌지만[창조론] 그런 피조물이 하등 생명체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출현하는 데는 지질학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점진성]고 주장한다.

그런데 “즉각적 창조론”과 “점진적 창조론”이라는 명칭은 생물학 분야와 연관된 것인 반면, “젊은/오랜 지구론”과 “젊은/오랜 우주론”은 각각 지질학 분야와 천문학 분야와 연관이 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즉각적 창조론 = 젊은 지구론 = 젊은 우주론”이고, “점진적 창조론 = 오랜 지구론 = 오랜 우주론”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는 말이다.

이제 즉각적 창조론(IC)와 점진적 창조론(PC)의 주장 내용을 서로 대조해 보자.

 

1.우주의 발전 소요 시간: 1만년(IC) vs. 138억년(PC)

2.지구의 발전 소요 시간: 1만년(IC) vs. 46억년(PC)

3.노아 홍수의 범위: 전 지구적 격변(IC) vs. 광범위하되 국지적 사건(PC)

4.생명체, 동식물, 인간의 창조 시기: 1만년 이내(IC) vs. 40억년∼4만년(PC)

5.생물학적 진화론: 동·식물 사이의 소진화는 인정하되 대진화에는 반대(IC 및 PC)

 

이렇듯 즉각적 창조론(IC)과 점진적 창조론(PC)이 우주·지구·생명체·동식물·인간의 출현 시기 및 노아의 홍수 범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IC는 우주·지구·생명체·동식물·인간의 출현 시기를 모두 1만년 정도로 잡는 데 반해, PC는 우주의 연대를 138억년으로, 지구의 연대를 46억년으로, 생명체의 출현을 36∼40억년 정도로, 인류의 출현을 4만년 정도로 잡고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 진화론을 반대한다는 점(5번 항목)에 있어서는 공통된 견해를 나타낸다.

 

자전적 회상

나는 1970년 대학교 3학년 때 한국기독학생회(IVF) 모임에 나가면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대학의 전공이 축산학이고 처음 기독교에 접할 때 여러 가지 신앙적 의문이 있었지만, 그것이 딱히 과학과 신앙에 관한 사안은 아니었다.

1974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IVF 간사가 되었는데, 주 임무는 학생들을 훈련하고 지도하는 일이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학생들의 특징은 질문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하는 질문 가운데 가끔씩 과학과 신앙 관련의 주제―특히 진화론에 대한 것―가 부각되곤 했다. 그러던 중 1980년 한국에도 창조과학회 사역이 시작되었다. 그 해에 민족 복음화 대성회가 열렸고, 초청 받은 강사 중에 헨리 모리스Henry M. Morris(1918-2006)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한국의 그리스도인 교수나 학생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무신론적인 진화론에 시달리던 터라, 모리스가 제창하는 창조과학 이론은 엄청나게 기쁜 소식으로 다가왔다. 아마 1980년대에 보수적인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처하면서 창조과학회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는 거의 없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처음에는 모리스 식의 창조론을 수용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나는 창조과학회의 입장과 서서히 멀어지게 되었다. 그 이유는 내가 천문학이나 지질학 혹은 고생물학의 이론을 잘 알아서라기보다 복음주의자들 가운데 헨리 모리스와 견해를 달리하면서도 창조론을 신봉하는 이들이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이터니티Eternity의 기사들, 그리고 영국·미국 IVP 및 복음주의 계통 출판사의 서적들을 접하다 보니 자연히 그런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또 다른 창조론―곧 점진적 창조론―은 제대로 아는 이가 거의 없었고, 용어나 개념조차 알쏭달쏭했다. 그러다가 만난 책이 버나드 램Bernard L. Ramm(1916-1992)과학과 성경의 대화The Christian View of Science and Scripture였다. 이 책을 한 자리에 앉아 전부 읽지는 않았다. 필요한 내용이나 궁금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부분 부분을 찾아보곤 했다. 그리고는 속으로 늘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곤 했다. “왜 한국에서는 이런 책을 번역하지 않는 걸까?”

그렇게 30년이 획 지나갔다. 2014년 신학교를 은퇴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IVF 내 한국교회탐구센터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사역의 한 영역이 ‘과학과 신앙’이었으므로 자연히 이 분야의 서적들과 접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뒤늦게나마 이 책의 유익 (및 약점)을 따져 보면서 번역에의 결심을 굳혔고 드디어 올해에 들어와 결실을 보았다. 처음 미국에서 출간되고 무려 62년 만에!! 책의 번역을 위해 주위의 여러 사람들을 설득해야 했고, 상당한 정도의 재정을 투입했으며, 출판사의 요청―번역 원고 훑어보기, 해설문 쓰기 등―에도 기꺼이 응했다.

 

버나드 램의 창조론

버나드 램은 조직 신학, 변증학 그리고 성경 해석학의 분야에서 저술 활동을 벌였지만, 동시에 과학 철학 및 과학과 신앙의 문제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인 복음주의 지도자였다. 그는 1940~50년대 미국의 보수적 기독교가 홍수 지질학flood geology[즉각적 창조론이 주창하는 젊은 지구론임] 쪽으로 기우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고, 이를 시정하고자 과학과 성경의 대화를 펴냈다.

이 책이 출간되자 그리스도인 과학자들은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환영하는 추세였지만,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1961년 2월에는 휘트컴John C. Whitcomb(1924-)과 모리스Henry M. Morris(1918-2006)가 램의 입장을 반박하기 위해 공동으로 저술한 창세기의 홍수The Genesis Flood가 간행되었고, 이 책자는 홍수 지질학과 창조 과학의 교과서로서 특히 근본주의자들 사이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램은 과학과 성경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세 가지로 밝힌다(257-270쪽). 첫째, 그는 창세기 1장의 “날”과 관련하여 회화일繪畵日 이론pictorial-day theory을 주창한다. 창세기 1장에 나오는 “날”이 하나님의 창조 행위에 소요된 “날”이 아니고, 하나님의 창조 활동을 모세에게 계시하신 계시의 “날”이라고 본다. 그는 시대일day-age theory 이론에도 매력을 느꼈으나 그것이 지닌 난점들 때문에 결국 이 이론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둘째, 과학과 성경의 관계에 있어서 온건한 일치론을 견지한다. 온건한 일치론moderate concordism이란 성경이나 과학이 궁극적으로 동일한 실재를 지시하는 것이므로, 성경의 자료와 과학의 사실은 대체로 일치한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이 입장은 지질학에서 말하는 지구의 연대를 신빙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셋째, 하나님의 창조 및 섭리 과정은 점진적 창조라는 방도로써 가장 잘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만물의 창조와 생성과 발전에 단속斷續 없이 관여하시는 주권적 존재이시다. 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하등 생물로부터 고등 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 안에 계시면서 발전과 변화를 일으키신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님은 때때로 생물체의 급작스런 출현에 기적적으로 개입하기도 하신다. (바로 이것 때문에 중간 형태의 생물체에 대한 화석이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

나는 버나드 램의 점진적 창조론이 한국 교회 내에 좀 더 자세히 소개되고 검토 받기를 원한다. 이것은 내 입장이 점진적 창조론 쪽으로 기울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즉각적 창조론만이 유일하게 보수적인 입장인 것으로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오도해 왔기 때문이다. 이 사안에 대해 좀 더 균형 잡힌 시각과 자기 주도적인 판단력이 요구되는 만큼, 이런 점에서 램의 입장 소개는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물론 어느 쪽 창조론을 선택해야 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사실 이런 면에서는 패커J. I. Packer나 워필드B. B. Warfield 등이 제창하는 보수주의 성격의 유신 진화론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처지를 감안할 때, 램의 과학과 성경의 대화는 복음주의 내의 다른 입장들과 나란히 세워져야 하고, 동등한 대우와 검토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CTK 20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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