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이슈 & 특집
피, 우리를 깨끗케 하는
폴 브랜드, 필립 얀시  |  Paul Brand, Philip Yancey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11.15  
트위터 페이스북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구글 msn
   
 

[폴 브랜드의 ‘피의 힘’_첫 번째 이야기]

 

외과 의사이자 의료선교사인 폴 브랜드Paul Brand(1914-2003)의 이 글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1983년 2월 18일치에 처음 실렸다. 그가 루이지애나 카빌에 있는 미국 공중보건국 한센병 환자 재활병원에서 책임자로 일하고 있던 시절이다. 앞으로 세 차례에 나누어 싣게 되는 폴 브랜드의 ‘피’시리즈는 그가 필립 얀시와 함께 쓴 그분의 형상을 따라(포이에마)에서 간추린 것이다.

 

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을 피해 모직 외투의 깃을 바짝 올리고 고개를 묻었다. 쏟아지는 눈발은 낡아빠진 현대 도시 런던의 풍광을 차츰 디킨슨 소설 풍의 크리스마스카드 그림처럼 바꿔가고 있다.

황량한 거리를 걷다가 오래된 가로등 아래 멈춰 서서 위를 올려다본다. 반짝이는 눈송이들이 커다란 호를 그리며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린다. 꼭 전깃줄에서 튀는 불꽃처럼 보인다. 허공을 떠돌던 눈꽃은 하얗게 빛나는 외투가 되어 웅덩이와 하수도, 자동차와 보도를 살포시 감싼다.

어디선가 음악이 들린다. 한 톤 낮춘 관악기와 사람 목소리가 어우러진 듯하다. 이런 밤중에 연주를?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본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음악은 더 커진다. 골목을 돌아서자 마침내 실체가 드러난다. 구세군 밴드의 남녀 한 쌍이 트럼본과 트럼펫을 불고 있다. 칼바람 속에 서서 차가운 금관악기에 입술을 댄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몸서리가 쳐진다. 갓 사관이 된 게 분명해 보이는 나머지 셋은 윌리엄 쿠퍼William Cowper가 쓴 시에 곡을 붙인 찬양을 힘차게 부르고 있다.

듣는 이라고는 단 둘,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술을 마시고 조지아 스타일로 지은 어느 집 문간에 몸을 기댄 취객과 길모퉁이에 서서 연신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는 비즈니스맨뿐이다. 쿠퍼의 찬송이 귀에 익숙하다.

 

샘물과 같은 보혈은

주님의 피로다.

보혈에 죄를 씻으면

정하게 되겠네.

 

가사를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방금 전까지 병원에서 수술복과 유니폼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부지런히 오가며 누군가의 혈관에서 피를 뽑아 다른 환자에게 주입하는 걸 지켜보다 나오는 길이었다. 나는 크리스천 가정에서 자란 덕에 피가 어떻게 기독교의 상징이 되었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안다. 하지만 건성으로 연주를 듣고 있는 저 두 구경꾼들은 찬송가를 들으며 어떤 장면을 떠올릴까?

현대인들에게 “보혈에 죄를 씻으면 정하게 되겠네” 같은 가사는, 짐승을 잡아 바치는 파푸아뉴기니의 제사에 관한 기사 못지않게 기괴한 인상을 주지 않겠는가?

쿠퍼가 소개하는 피의 상징을 쉬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장벽은, 신앙에 피를 개입시키는 데 대한 문화적 저항 외에도 한둘이 아니다. “보혈에 죄를 씻으면”이란 표현만 해도 그렇다. 피를 도구로 삼아 깨끗이 씻는다는 건 현대 문화를 통틀어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개념이다. 씻는다고 할 때는 보통 물과 비누, 또는 세제를 생각한다. 피는 도리어 때와 얼룩에 가깝다. 닦아내야 할 대상일 뿐, 닦아내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찬송가 작사자와 성경 기자는 어떤 의미로 이런 표현을 사용한 걸까?

피가 죄를 정화시킨다는 개념은 성경 첫 책부터 마지막 책까지 두루 나타난다. 레위기 14장만 해도 그렇다. 제사장은 전염성 피부병이 생긴 환자와 곰팡이가 핀 벽에 피를 뿌려서 정결하게 했다. 신약성경 저자들은 요한일서 1:7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예수님의 피가 우리를 정결하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요한계시록은 “어린양이 흘리신 피에 자기들의 두루마기를 빨아서 희게”(계7:14) 한 이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고 말한다.

이토록 피를 자주 언급하는 것은 원시 기독교가 현대 문화와 지극히 동떨어진 형태였음을 나타내는 것일까? 도리어 현대 의학은 상징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피에 정화 기능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성경 기자들은 비유의 바탕에 어떤 생리학 이론이 깔려 있는지 가늠하지 못했겠지만, 창조주 하나님은 의학계에서 통용되는 맞춤 요소를 가져다가 신학적인 상징물로 삼으셨다. 지금까지 인류가 알아낸 생리학적인 사실들은 피와 정결 사이의 긴밀한 연관성을 놀라우리만치 생생하게 보여준다. 윌리엄 쿠퍼가 찬송시를 통해 그려낸 이미지는 생물학적으로도 한 점 어긋남이 없다. [전문 보기: 피, 우리를 깨끗케 하는] CTK 2016:11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68길 98 5층  |  대표전화 : 080-586-7726  |  팩스 : 02-6919-1095
발행인 : 오정현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은홍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은홍  |  사업자등록번호 : 214-88-27116  |  통신판매업신고 : 제01-2602호
Copyright © 2017 Christianity Today Kore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