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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지 않는 시대에 만난 '책의 사람'송인규 교수의 책 이야기
송인규  |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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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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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지 않는 시대”라는 긴 한숨이 곳곳에서 들린다. 설사 그렇더라도, 책의 가치는 놓아버릴 수 없다. ‘책의 종교’라는 기독교 본연의 정체성을 회복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2017년이라 더욱 뜻 있을 글을 앞으로 연재한다. 글쓴이 송인규 교수는 단연 돋보이는 ‘책의 사람’이다. 그를 익히 아는 모든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무릇 책을 읽지 않는 습관이 ‘그 책’마저 멀리하게 만드는 사탄의 책략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연재 ‘책집에서-송인규 교수의 책 이야기’를 여는 글로 송인규 교수의 ‘책집’을 먼저 소개한다.—CTK

은 참으로 나의 일부다. 책과 자료―또 그에 근거한 지식―이 없는 ‘나’는 어쩌면 뇌의 일부가 제거되거나 그 정상적 기능을 잃은 인간에 비유되지 않을까 싶다. 책이 언제부터 나의 일부로 자리를 잡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마도 글을 익히고 나서 무언가를 읽을 때부터 점차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기억의 끝자락에서 책을 들추어내다

책 혹은 인쇄된 자료와의 접촉은,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배운 천자문과 초등학교 교과서를 제외한다면, 예닐곱 살쯤(1955~56년) 서울 북아현동 집 뒤 넓은 공터에서 이야기책인지 만화인지 장화홍련전의 일부를 주워들면서 시작된 것으로 기억된다. 글쟁이까지는 아니지만 글쓰기를 좋아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도 이른바 “문과 체질”을 타고난 것으로 생각했고, 한 때는 소설가가 꿈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독서량이 대단하거나 책 읽기에 깊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쯤(1964~66년) 해서는 출판사마다 ‘한국 단편문학 전집’, ‘세계 문학 전집’ 같은 야심찬 시리즈 간행이 유행이었다. 그때 나는 어떻게 해서든 이런 전집류를 한 권도 빠짐없이 모으고자 했고, 그 일부를 읽기도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나는 책 읽기를 통해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에 더하여 일종의 수집벽을 충족하고자 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매우 우울하고 불행한 고교 시절을 보냈다. 내가 키가 무척 작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나보다 키가 큰 남동생과 비교되면서 고민이 싹텄는데, 이것이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와 겹쳐 더욱 악화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장용학의 비인 탄생, 손창섭의 단편소설들(등장인물이 상이용사나 사회부적응자 등 열등의식으로 요즘말로 “쩔어” 있음), 이상의 괴이한 시 속으로 빠져들었다. 나를 그런 인물들과 동일시했고 거기에서 병든 쾌감과 안도감을 맛보았으며,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시절에 아메리카의 비극빨강머리 앤제인 에어폭풍의 언덕차타레이 부인의 사랑 등 손에 닿는 대로 이것저것을 읽었지만, 정작 내가 둥지를 틀고 함께 머물고자 하던 이들은 장용학이나 손창섭이 만들어 낸 인간 이하의 존재들이었다. 나는 그들이 거주하던 동굴에 뻔질나게 드나들다가 드디어 짐을 풀고 항구적으로 터전을 잡았다. 거기가 그렇게 오붓하고 편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그 동굴을 떠나 세상으로 나올라치면 진땀이 나고 어지러워 견디기가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소설가처럼 책장에다 어쭙잖게 적어 보기도 했다. “지구야, 잠깐 멈추렴, 나 좀 내리게.”

예수 신앙과 책

내가 끝내 자아 상실증이나 몽상적 자폐증으로부터 탈피한 것은 책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 해 가량의 군대 생활(1971년-1972년)과 무엇보다도 대학교 3학년(1970년) 때 소개 받은 기독교 신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면에서 예수를 믿는 믿음은 내게 이중적―구원과 정신건강―으로 의미가 크다. [전문 보기: 책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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