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행가래
결혼과 가정, 그들이 개혁한 가장 놀라운 영역
송길원  |  CTK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3.28  
트위터 페이스북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구글 msn

송길원의
행가래 幸家來
 

 

“정신이 아닌 가장 호색적인 배교자.”(하센베르크)

“마치 춤추는 여자처럼 세속인의 옷을 입고 수녀원을 탈출하였고 혼인식도 올리기 전에 만인이 보는 앞에서 일말의 거리낌 없이 루터와 동거한 ‘작은 쥐새끼 하녀’였다.”(요아킴)

“수도사들과 수녀들에게 결혼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그 자신 수도사로서 결혼생활이라는 미명 하에 아무런 생각과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한 수녀와 누워 근친상간의 색정을 공공연하게 즐기고 있다.”(토마스 모어)

누구를 두고 하는 이야기냐고요? 종교개혁의 선봉에 섰던 마르틴 루터에 관한 이야기죠. 이 정도면 루터의 신경쇠약과 우울증이 이해가 가지 않나요? 루터만이 아니었지요. 루터가 16살이나 어린 수녀 폰 보라와 결혼했다면 칼빈은 “돌싱녀” 드 뷔르와 결혼을 하죠. 태어난 아이는 이내 죽고 맙니다. 참 슬픈 일이었죠. 머잖아 아내마저 세상을 떠나 싱글로 남게 되요. 8년여의 결혼생활의 유산은 재혼녀였던 드 뷔르가 남긴 두 아이였죠. 두 녀석의 개망나니 짓으로 칼빈은 목회의 위협을 수없이 받기도 했다죠. 제게는 참 충격적인 이야기였지요. 누구도 이런 이야기를 신학 수업 내내 한 번도 들려준 적이 없었으니까요.

이번에는 다른 이야기를 좀 옮겨볼까요?

“마지막 날에 주님께서 남편과 아내가 함께 누워 성교를 나누는 가정에 찾아오시더라도 그들은 놀라거나 두려워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바로 ‘하나님께서 허락하고 제정하신 일’을 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하는 말로 ‘깜놀’이었죠. 1545년 8월 이미 육순을 넘긴 루터가 어느 혼인식에서 전한 주례사(설교)였어요. 여기까지 그런대로 자기방어 심리로 이해가 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종교개혁의 핵심이었던 이신칭의론이 성 담론에까지 적용된 데는 경악 그 자체였죠. 이신칭의란 태생적으로 죄인일 수밖에 없는 인간들을 하나님께서 오히려 의로운 존재로 간주하고 그들에게 구원의 은총을 베푼 것 아닌가요? 루터는 말하죠. ‘마찬가지로 아담의 타락에서 잉태되어 인간의 불순한 본능으로 귀착되어 버린 성욕의 허물을 더 이상 묻지 않고 그것을 눈감아 준다’는 거예요. 거의 “멘붕”에 빠졌어요. 벅차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루터는 말하죠. “결혼생활은 하나님께서 제정한 것”이며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섹스는 신의 은총에 힙 입어 죄악의 멍에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고.

루터만이 아니었죠. 종교개혁가 마르틴 부처Martin Bucer(1491-1551)로 말머리를 돌려볼까 해요. 저희 직원에게 파워포인트 이미지를 부탁했더니 ‘부처’Buddha를 캡처해 건네주는 바람에 배꼽을 잡았지요. 루터나 칼빈에 가려진 느낌이 있지만 마르틴 부처만큼 결혼과 성의 문제를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다룬 인물도 없었죠. 실생활도 그러했고요. 무려 열 한 명이나 되는 자녀를 둘 정도로 다산 왕이었으니까요. 부처야말로 가장 뛰어난 가정사역자였고 원조 중에 원조지요. 그래서 전 부처를 대부로 삼기로 했죠. 내친 김에 그의 강의에 귀 기울여 보실래요.

“하나님께서 만드신 작품들을 주의 깊게 보십시오. 배우자들이 상대방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그가 만드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운데 사랑과 봉사를 증진시키기 위해 제정된 것입니다. 성교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성교를 한 후 아이를 갖지 못한 경우에도 부부의 ‘성적’ 관계는…사랑과 화목과 봉사가 실천되고 고양되고 증진되는 이익을 가져옵니다.”

실은 부처도 수많은 공격 앞에 온 몸으로 싸워야했죠. 수도사의 금기를 깨고 배필을 맞이한 일은 관할 주교의 노여움을 샀고 엄중한 추궁을 받지요. 그 앞에서 그는 이렇게 따져 묻지요.

“사제가 노련한 매춘부와 지낸다면 도대체 꼴이 뭐가 되겠습니까? 영혼을 돌보아야 하는 사제가 허락되지 않은 동거녀를 갖고 동시에 몇몇 매춘부와 관계를 맺고 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제가 죽은 친구로부터 정부情夫를 물려받지 않습니까? 사제가 신실한 시민가정의 아가씨를 꼬드기고, 팔아먹고 또한, 자신의 쾌락을 위해 그녀와 살림을 차리는 것을 보고 신자들이 경악하지 않습니까? 사제가 어린 소녀에게 추근거리지 않습니까? 사제가 자신의 아내를 갖는 대신 경건한 사람들의 아내들을 은밀히 유혹하지 않습니까?”(의회에서 낭독된 해명 중)

당시 성직자들의 성적 타락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죠. 가정을 돌봐 주어야 할 성직자들이 “가정파괴범”이었으니까요. 다시 루터의 고발에 귀 기울여 보실래요?

“성직자 결혼 금지령을 내린 직후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는 한 수녀원 오른편에 위치한 깊은 연못에서 낚시를 하려고 했다. 연못에서 물을 빼내자 어린아이 6000명의 두개골이 발견되었다. 그들은 연못에 던져져 익사한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바로 독신생활이 가져온 결과다. (중략) 최근 오스트리아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노이부르크에 있는 한 수녀원에는 불경스럽고 타락한 수녀들이 있어서 사람들은 그녀들을 내쫓으려 하였다. 그녀들이 다른 장소에 보내지고 난 후 프란체스코회 수도사들이 이곳을 차지했다. 수도원을 확장하기 위해 땅을 파헤치던 수도사들은 12개의 단지를 발견하였다. 각 단지마다 아이의 시체가 담겨 있었다.”

이 정도면 종교개혁자들이 무엇에 분노했고 무엇을 위해 목숨을 던졌는지 알 것 같지 않나요? 그들의 목표는 한결 같았죠. 교회는 성직자들에게 ‘유혹과 죄악을 피할 수 있도록 결혼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경천동지란 이런 걸 두고 한 말이지요. 이 때문에 종교개혁이 미친 가장 놀라운 영역이 결혼과 가정이었던 셈이지요. 종교개혁사에 큰 획을 그었던 롤란드 베인톤의 말이 이를 뒷받침해주죠. “인간 생활에서 종교개혁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유일한 영역은 가정이었다.”

칼빈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다고요? 말해드리죠. 칼빈은 죽기 전까지 법률 개정안과 입법을 포함 새로운 법률을 150개 이상 입안했죠. 1542년의 결혼 예법, 1546년 어린아이 명예에 대한 법령 등. 심지어 부부 재산과 상속, 결혼 지참금과 미망인의 상속에 대한 권리, 보호자와 입양에 대한 법도 그의 몫이었죠. 부처와 달리 칼빈은 가족생태계를 바꾸어 놓는 일을 맡아 ‘가정의 천국, 천국의 가정’을 빚어내지요.

이제 글을 마무리 할 때가 된 듯 하네요.

1970년 12월 7일,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일이에요. 무명용사의 묘에 참배하던 중,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요. 의아해 하는 사람들에게 총리는 이렇게 말하죠.

“인간이 말로써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뿐이다.”슈피겔은 이렇게 화답해요.

“무릎 꿇을 필요가 없었던 그가 정작 무릎을 꿇어야할 용기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

루터는 어느 날 이런 고백을 하지요.

“수도사 시절 엄습하는 성욕 때문에 여러 번 밤잠을 설치고 가끔 몽정을 경험했어요.”

그는 ‘미움 받을 용기’가 없는 비겁하기 짝이 없는 나를 위해 대신 무릎 꿇어 고백했던 거였죠.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추지 못하며 울었어요. 그리고 너무 감사했어요. 나의 허위를 찌르고 가면을 벗겨주었으니까요. 한마디만 더할게요. 루터는 어느 날, 폰 보라 여사를 두고 이런 고백을 해요. “당신을 프랑스나 베네치아와 바꾸지 않겠다.”

먹먹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백하고 싶어요.

“가난할 때나 부요할 때나 병들 때나 건강할 때나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밤을 꼬박 샌 새벽녘, 세찬 비바람이 창을 두들기네요. CTK 2017:4


송길원 가족생태학자,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68길 98 5층  |  대표전화 : 080-586-7726  |  팩스 : 02-6919-1095
발행인 : 오정현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은홍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은홍  |  사업자등록번호 : 214-88-27116  |  통신판매업신고 : 제01-2602호
Copyright © 2017 Christianity Today Kore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