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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와 “크리스천 마인드”
송인규  |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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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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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 책집에서 송인규 교수의 책 이야기
 

   
 

교개혁의 주역들, 예를 들어, 루터(1483-1546), 칼뱅(1509-1564) 등은 당시의 표준으로 볼 때 참으로 “크리스천 마인드”를 소유한 학자들이었다. 이들의 개혁적 충동은 직간접으로 고전 연구에 힘을 입었고, 지성 활동은 이 모든 것의 근저를 형성하고 있었다. 따라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의 해, 종교개혁의 달에 책 읽기와 그리스도인의 지성을 살펴보는 것은 자못 의의가 크다 하겠다.
 

마인드, 크리스천 마인드, 기독교 지성

그런데 나는 그리스도인의 지성 활동과 관련하여 “기독교적 지성” 또는 “기독 지성”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있다. 이 글의 제목에도 “크리스천 마인드”라고 되어 있을 따름이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가?

사실 나는 이번 호의 제목을 “책 읽기와 기독 지성”이라고 할지, “책 읽기와 크리스천 마인드”라고 할지 짧지 않은 시간 망설였다. 앞의 “책 읽기와 기독 지성”을 제목으로 취하면 우리말 표현으로는 괜찮으나 소수의 엘리트들을 겨냥한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뒤의 “책 읽기와 크리스천 마인드”로 하면 엘리트주의 문제는 생기지 않지만, 이 글을 쓰고자 하는 나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회의가 들었다. “책 읽기와 (책 읽을 때의) 그리스도인의 마음가짐”으로 이해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후자가 덜 문제가 될 것 같아 고민 끝에 이것을 선택했다.

이 문제는 “크리스천 마인드”Christian mind라는 어구와 관련해 과거 40년 가까이 몸부림쳐 온 나의 개인적 경험과 맞물려 있다. 이 어구를 정확히 번역하기에 합당한 한글의 어휘나 표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가령 이 어구를 “기독교적 사고”Christian thinking라고 번역한다면, 이것은 “크리스천 마인드”의 의미를 크게 축소하는 셈이 된다. 또 “기독교적 정신”Christian spirit이라는 표현도 하나의 옵션이 되지만, 이 어구는 너무 모호해 원래의 뜻을 방산放散시키고 만다. 마지막 선택안은 “기독교적 지성”Christian intellect인데, 앞의 두 가지보다 훨씬 나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엘리트주의의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기독교적 지성” 대신 “크리스천 마인드”를 택한 것이다. 이곳에서 “마인드”는 “마음가짐”의 뜻이 아니고 지성 활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크리스천 마인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지성적 존재 됨” 또는 “그리스도인의 지성 활동”을 뜻하는 것으로 하겠다.

그런데 왜 우리말에는 “마인드”mind 및 “크리스천 마인드”Christian mind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을까? 전문가가 아닌 이로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두 가지 요인 정도는 거론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우리 한국이 속한 동양 문화는 서양과 달리 과거부터 인간을 지성적 존재로 파악하지 않았다. 이 말은 동양 문화에 지적 전통이 부재하거나 결여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지적 전통은 있어 왔고 중요시되었다. 단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규명하는 데 지성이라는 특성의 범주가 배제되었다는 말이다. (이와 달리 도덕성은 인간 본성의 중심 개념으로 자리를 잡은 사실이 우리의 눈길을 끈다.)

둘째, 무교巫敎의 반지성적 경향이 그리스도인의 종교적 심성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무교에는 경전이 없으므로 종교에서 지성적 활동이나 지적 전통의 형성을 목도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의 기독교는―다른 종교도 그렇지만―무교(샤머니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므로, 자연히 신앙의 발현에 있어서 다분히 정서적, 제의祭儀 행위적 양상으로 쏠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리하여 지성적 요소나 특징은 기독 신앙의 본연적 자태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는 풍토가 오래 전부터 기독교에 뿌리를 내렸다.

이러한 기독교 생태적 고착 현상 때문에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기독 신앙과 지성적 활동을 상극으로 생각하든지 아니면 물과 기름의 경우처럼 어색하고 불편한 동거 관계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몰이해와 편견은 한시바삐 교정되어야 한다. 동시에 기독 신앙과 지성 활동 사이의 친화성이나 상호 연관성 또한 적극적으로 소개될 필요가 있다. 이번 호의 책 읽기는 이런 사안들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크리스천) 마인드를 다루는 책들: 네 가지 범주

이제 마인드 혹은 크리스천 마인드라는 주제를 다루는 기독 서적들을 일별하도록 하자. 그런데 이 주제를 다시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하는 것이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1) 첫째 범주: 일반적 도서

이 범주에는 마인드나 크리스천 마인드에 대해 일반적 내용과 다양한 측면을 말하는 책들이 포함된다.


 • The Bible and the Human Mind, J. C. Metcalfe, The Overcomer Literature Trust, 1960

문고판 크기의 책자로서 인간의 마인드에 대한 성경적 연구서이다.

생각하는 그리스도인, 존 스토트, 한화룡 옮김, IVP, 2015

원제는 “Your Mind Matters: The Place of the Mind in the Christian Life(당신의 마인드는 중요하다)인데, 그리스도인에게 사고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쳐 주는 책이다.

Fit Bodies Fat Minds, Os Guinness, Baker Books, 1994

몸은 날씬한데 마인드는 비만 상태라는 제목을 붙여 가며 영미 복음주의자들 가운데 나타난 반지성주의를 날카로이 지적하고 있다.

Full Gospel, Fractured Minds?, Rick M. Nañez, Zondervan, 2005

하나님의 선물인 지성을 올바로 사용하도록 각성시키는 책인데, 저자가 오순절 교단 소속의 목회자라는 점이 특이하다.

The Magnificent Mind, Gary R. Collins, Word Books, 1985

그리스도인 심리학자가 인간의 마인드를 스무 가지 연관 주제 가운데 살핀 책이다.

Intellect: Mind over Matter, Mortimer J. Adler, Macmillan, 1990

현대 심리학의 환원주의 현상 때문에 거부되거나 등한시된 마인드의 지성적 능력이 무엇인지, 또 그것을 어떻게 회복할지 말하고 있다.

 

(2) 둘째 범주: 믿음과 이성 사이의 관계를 다룬 도서

지금 제시하는 범주에 속하는 책들은 “믿음과 이성” 또는 “신앙과 지성”의 관계 다룬다.

   
 

신앙과 지성, 성인경(엮음), 일지각, 1994

전 세계 라브리 사역자들의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서, 신앙과 지성 사이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A Hunger for Meaning, Calvin Miller, Inter-Varsity Press, 1984

저술가요 목회자인 캘빈 밀러는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이성의 동반적 역할을 기조로 하여, 의심과 회의주의로써 도전하는 현 시대의 지성적 풍토 속에서 기독 신앙의 신빙성과 적합성을 변호하라고 촉구한다.

   
 

A Christian’s Guide to Faith & Reason, Terry L. Miethe, Bethany House, 1987

교회에서의 목회 사역과 학교에서의 교수 사역을 병행한 저자는 그리스도인의 신앙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는 지성적 기능과 활동을 일깨움으로써 신앙과 이성의 동반적 역할에 대한 지침을 제시한다.

Faith and Reason: Three Views, Steve Wilkens(엮음), IVP Academic, 2014

기독 신앙과 이성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의 유형을 세 가지, 긴장(Faith and Philosophy in Tension)과 선후(Faith Seeking Understanding)와 종합(The Thomistic Synthesis)으로 선별하고, 각 유형을 대변하는 이의 입장 설명과 이에 대한 비평을 싣고 있다.

 

(3) 셋째 범주: 크리스천 마인드를 논하는 도서

이 범주에 속하는 책들은 본격적으로 크리스천 마인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씨름한다.

   
 

The Christian Mind: How Should a Christian Think?, Harry Blamires, Ann Arbor, Servant Books, 1978

블레마이어즈는 옥스퍼드에서 C. S. 루이스의 지도를 받았고, 후에 자신도 영문학을 가르치는 인물이 되었다. 그는 이 책자에서 “…크리스천으로서의 대화 이전에 있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크리스천 마인드―기독교적 전제들로 구성된 준거틀 속에서 세속적인 논쟁의 자료를 다룰 수 있도록 훈련되고 교육 받고 준비된 마인드―이기 때문이다. 크리스천 마인드는 크리스천으로서의 사고에 대한 선행 조건이다. 그리고 크리스천으로서의 사고는 크리스천으로서의 행동에 대한 선행 조건이다”(43쪽)라고 말했다.

   
 

Recovering the Christian Mind: Meeting the Challenge of Secularismm, Harry Blamires, InterVarsity Press, 1988

제목처럼 크리스천 마인드의 재발견만이 불신 세상 가운데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 The Intellect and Beyond, Oliver R. Barclay, Academie Books, 1985

다년간 영국 IVF의 총무를 지낸 저자는 “내가 믿기로는 성경에 의하면 크리스천 마인드란 우리의 삶과 사고를 지배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전망Christian outlook을 의미한다. 신약의 개념은 ‘마인드’라는 현재의 용법보다 오히려 전망이라는 단어에 더 가깝다는 것을 보이고자 한다. 또 이 말은 지적일 뿐 아니라 실제적이고 경건적인 관념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이고자 한다”(15쪽)라고 했다.

   
 

The Opening of the Christian Mind: Taking Every Thought Captive to Christ, David W. Gill, InterVarsity Press, 1989

저자는 평신도를 위한 기독교 학문 분야 대학원인 뉴 칼리지New College(Berkeley)를 1977년에 설립하고 원장으로 섬겼는데, 그는 “크리스천 마인드는 이 모든 요인들 [이성, 의지, 감정을] 포함한다. 나는 우리의 머리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을 주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 총체적으로 바치는 것holistic commitment을 지지한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우리가 마음heart이라 부르던 것도 포함한다. 나는 주님께 마음도 바치기를 권하고자 한다. 그런데 성경적 의미에서의 마음은 심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뇌에 있다”(22쪽)라고 했다.

   
 

Discipleship of the Mind, James W. Sire, InterVarsity Press, 1990

세계관에 대한 저작으로 널리 알려진 저자는 “크리스천 마인드는 세계관―그리스도인의 세계관은 말할 것도 없고―으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의 태도로부터 시작한다. 비록 태도란 것이 그리스도인의 세계관에 뿌리박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천 마인드는 일차적으로 태도이다”(15쪽)라고 말한다.

지식건축법: 기독 지성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제임스 사이어, 윤종석 옮김, IVP, 2013

사이어는 상기 책자를 펴낸 후 10년 만에 이 책을 집필했다. 원본의 제목은 “Habits of the Mind: Intellectual Life as a Christian Calling”이고 2000년도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의 지성 활동에 대한 종합적이며 체계적인―그러면서도 완성도가 높은―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제8장은 책 읽기를 통한 사고훈련을 다루고 있다.

 

이상에서 소개한 것처럼, 해리 블레마이어즈, 올리버 바클리, 데이비드 길, 제임스 사이어, 네 명의 저자들이 크리스천 마인드에 대해 묘사한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진술이 산출된다. 첫째, 크리스천 마인드는 무엇보다도 먼저 사고思考라는 지성적 활동을 중심/기반으로 한다. 둘째, 크리스천 마인드는 사고 작용을 중심/기반으로 하되 여타의 인격적 기능인 감정과 의지를 배제하지 않는다. 셋째, 이런 의미에서 크리스천 마인드는 이차적으로 “전망” “태도” 등과 연계될 수 있다. 넷째, 크리스천 마인드의 열매는 삶에서 찾아볼 수 있다.

 

(4) 넷째 범주: 아카데미아의 맥락에서 크리스천 마인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말해 주는 도서

   
 

마지막 범주의 책들은 대학이나 고등 교육 기관에 (학생으로서든 교수로서든) 몸담고 있으면서 “크리스천 마인드”를 발휘하고 행사해야 하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이다.

Loving God with All Your Mind, Gene Edward Veith, Jr., Inter-Varisty Press, 1987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쳐 온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이 대학 캠퍼스와 같은 세속 문화로부터 격리되거나 거기에 동화되지 않으려면 크리스천 마인드를 계발해야 한다고 다각도에서 설명과 조언을 베푼다.

The Life of the Mind: A Christian Perspective, Clifford Williams, Baker Academic, 2002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기독 신앙이 지적 활동이나 지성의 삶과 일으킨다고 제기되는 갈등/마찰이나 문제점을 하나씩 다루면서 세속적 아카데미의 환경에서도 크리스천 지성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도를 제시한다.

The Vocation of a Christian Scholar: How Christian Faith Can Sustain the Life of the Mind, Richard T. Hughes, Eerdmans, 2005, 개정판

대학에서 종교학을 가르치고 또 신앙과 학문 센터의 소장으로 일하는 저자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학자/교수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조화시킴으로써 통전적이고 일관성 있는 소명을 견지할 수 있는지 필요한 사항들을 빠짐없이 짚어 가며 설명해 준다.

그리스도와 지성: 학문 연구를 위한 기독론적 토대와 방법, 마크 A. 놀, 박규태 옮김, IVP, 2015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의 저자가 약 17년 만에 펴낸 이 책자는 매우 특이하게도 기독론과 학문 연구 사이를 연관 지음으로써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지성 활동은 흔히 피상적으로 인식되는 것보다 훨씬 더 긴밀한 상관관계에 놓여 있음을 보여 준다.

나는 지금까지 네 부류의 책자들을 소개하면서 기독 신앙에 있어 크리스천 마인드의 본질적 중요성을 설명하였다. 종교개혁의 주역들이 그랬듯이 우리도 또한 책 읽기를 통해 크리스천 마인드의 계발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CTK 20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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